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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웨이브 '약한영웅 1', 연시은이 박지훈이 아니라면?

"불의에 맞서는 고등학생 역할, 영혼을 불살랐다"

입력 2022-12-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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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은 ‘약한영웅’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과 액션을 마음껏 과시한다. (사진제공=웨이브)

 

소년은 ‘학교’란 정글 안에서 남자가 된다.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 연시은은 손이 안가는 상위 2%의 모범생 아들이었다. 일타강사인 엄마와 매일 합숙 훈련으로 집을 떠나 있는 아빠 사이에서 일찌감치 어른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학교는 이미 꿈과 낭만이 사라진 일진들의 먹이사슬에 먹고 먹히는 곳이었다.



학교 성적만이 자신의 존재 이유였던 그는 부모의 인맥과 교사의 보호 사이에서 군림하는 일진에 의해 폭력의 세계에 눈뜬다. 웨이브의 ‘약한영웅 Class 1’은 공개 직후 단숨에 2022년 드라마 유료 가입자 1위를 이끈 효자 콘텐츠다. 극 중 연시은 역을 맡은 박지훈은 원작인 웹툰 팬들마저 “꿈의 캐스팅”이라고 극찬할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댓글 중에 ‘박지훈은 되게 귀여운 이미지 아니었나?’라는 글이 가장 짜릿하더라고요. 부모님이 특히 좋아하셨어요. 촬영 중에 경미하게 다쳤던 세세한 과정들을 모두 아시니까 그 고생이 좋은 결과로 나온 걸 뿌듯해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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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영웅’은 10대들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청소년은 시청하지 못해 아쉬움을 더한다. (사진제공=웨이브)

 

유수민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고 한준희 감독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한 ‘약한영웅’은 지난 10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공식 초청돼 일찌감치 MZ세대들을 공략했다. 

 

엇보다 박지훈은 타고난 두뇌와 도구를 이용해 전략적이고 독창적인 싸움의 기술을 발전시켜 학교 안팎의 폭력을 제압해가는 연시은 역할을 누구보다 훌륭히 소화해 눈길을 끈다. 공부 외에는 관심이 없던 자발적 아웃사이더였지만 수호(최연욱), 범석(홍경)과 얽히며 공부보다 중요한 존재가 생기는 변화를 맞이한다.


작품을 보고 나서 ‘맑은 눈의 광인’ ‘앞으로 이런 눈을 가진 사람은 건들지 말자’는 반응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그는 “국내의 유료 OTT 중 처음으로 결제한 것도 웨이브다. 내 연기를 보는 게 부끄러워 잘 보지 않는데 ‘약한영웅’은 일부러 돈을 내고 가입했다”고 특유의 개구진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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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Class 1’이후의 박지훈의 행보는 스크린이다. 그는 “작품이 좋으면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진다. 가장 같은 역할인데 굉장히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기도 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역할이라 저의 새로운 이미지를 알리는 계단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영화 ‘오드리’의 출연소식을 알렸다. (사진제공=웨이브)

“시은이가 가진 분노의 아우라를 위해 일부러 무표정하게 액션을 했어요. 보여지기보다는 그냥 느껴졌으면 했거든요.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 ‘아저씨’의 원빈 선배님을 오마주했달까요.”


촬영 전 일부러 5kg정도를 감량했다는 그는 “근육을 일부러 빼고 왜소하고 구부정한 외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10대 시절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경험은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 박지훈은 “그런 기억들이 캐릭터가 가진 외로움을 충분히 공감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고 토로했다.

 

그래서 원래 시나리오에는 흑화하는 절친 오범석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장면을 차마 때리지 못하고 우는 것으로 대체했다고. 서로 낯을 가리는 탓에 촬영 초반에는 친해지지 못했던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도 극의 몰입도를 더했다. 

 

“수호와 범석이 초반엔 서로 겉돌다가 절친이 되잖아요. 배우들끼리도 그 비슷한 과정을 겪었어요. 범석이를 정말 친구로 생각했기에 나오는 행동이라 찍으면서도 눈물이 절로 나더라고요. 지금은 멤버들보다 더 자주 연락하며 형제처럼 친해진 사이입니다.”

전국민을 심사위원으로 만든 ‘프로듀스 101’시즌2를 통해 데뷔한 박지훈은 11인조 보이그룹 워너원(Wanna One)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춤과 보컬에도 탁월했지만 그가 연기자로 보여준 면면은 꽤 훌륭하다. 해외팬들이 더 열광한 KBS 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과 특별출연이라고 하기엔 카리스마가 남다른 선배배우들마저 기죽이는 넷플릭스 ‘블랙의 신부’를 본 관객이라면 ‘가수가 연기까지 잘하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미소년 이미지가 강했던 박지훈을 연시은으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유수민 감독은 “귀여운 이미지가 강해도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면 정반대의 면모도 있다. 감독들은 새로운 얼굴을 꺼내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는데 그게 발동했던 것 같다”며 남다른 애정을 밝히기도.

“기회가 된다면 뼈속까지 악역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솔직히 말하면 리딩할 때만 해도 길수(나철)가 너무 탐나는 거예요. 하지만 시은이는 불의에 맞서는 멋진 남자잖아요. 연기하면서도 너무 많은 애정을 느꼈기에 시즌 2가 제작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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