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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의료사고 특례법 만들어 분만병원 소멸 막아야"

[맘 with 베이비] 강중구 산본제일병원 대표원장

입력 2023-01-03 07:00
신문게재 2023-01-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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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0.79명까지 떨어졌다.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계묘년 토끼해를 맞았지만, 저출산의 탈출구는 여전히 캄캄하다. 그나마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책임제’가 국회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2023년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작년보다 10% 오른 것도 희소식이다. 40년 동안 엄마와 아기 두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소명을 다해 온 강중모 산본제일병원 대표원장을 만나 산부인과 의료계 현실과 향후 출산 대책 과제 등을 들어보았다. 산본제일병원은 수도권 분만 1위 병원이다.

 

강중구원장님2

 

- 간단한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산본제일병원 대표원장이며, 1983년 의사면허 취득 후 40년 가까이 분만현장을 지키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입니다.”




-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책임제’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산부인과의 2023년도 전공의 지원율은 작년과 비교해 10%가 높아졌다고 들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관련 의료사고에 최대 3000만 원까지 보장해 주는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 책임제’는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일본은 출산 후 신생아 뇌성마비 발생에 대해 원인과 관계없이 국가가 수억 원을 보상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뉴질랜드 역시 분만사고 피해는 정부가 보상해 줍니다. 전공의 지원율이 약간 높아졌다고 하지만 큰 의미는 없습니다. 지원자 100명 중 남자 의사가 7명이었다고 합니다. 지난 해 우리 합계출산율은 0.79까지 떨어졌습니다. 분만 수요는 감소하고 있고, 분만병원도 속속 문을 닫아 2021년 기준 487곳만 남았습니다. 그런데도 고령 산모가 늘면서 고위험 산모·신생아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고위험 분만을 처리할 산부인과 의사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 정부에서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지역 분만진료 기반 유지를 위해 광역시를 제외한 전체 시·군·구에 현행 분만수가의 100%를 ‘취약지역수가’로 지급하는 방안입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동안 한국의 분만수가는 미국의 수십 분의 일이고, 일본과 비교해도 1/5에서 1/10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나마 오른 것은 고무적이긴 합니다. 저는 정부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임신, 출산 연관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고의 과실이 아닌 의료사고로 의사가 구속되는 것을 막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이 꼭 필요합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나쁜 결과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위험 진료가 많은 필수의료 전공을 꺼리는 의사가 많습니다. 필수의료과 전공의 낮은 지원율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힘들게 일한 만큼 보상을 해 줘야 합니다. 당직 근무가 잦고 위험부담이 높은 필수의료 종사자들을 위해 근무 여건 개선과 보상체계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 최근 분만을 포기한 산부인과가 많습니다. 과천이나 의왕에서 산본으로 분만하러 온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요.

“분만실을 운영하려면 의사, 간호사는 물론이고 숙식과 청소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운영 경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산부인과에서 이런 자금 조달이 쉽지 않습니다. 야간당직 대기,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도 산부인과에서 분만을 포기하는 주요인 입니다. 저희 역시 쉽지 않은 현실 속에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강중구대표원장1

 

- 산모와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할텐데요, 원장님은 분만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산본 제일병원은 총 분만 건수가 10만여 건에 달합니다. 저희는 자연분만 권장병원입니다. 군포·의왕 지역에서 최다분만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의료진 모두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어 산모가 안전하고 편안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제가 분만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안전’입니다. 산모와 태아가 건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정 역시 편안하고 만족스러워야 합니다.”


- 다양한 출산 사례를 접하셨을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산모나 출산 사례가 있으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왕절개 수술로 다섯 남매를 분만한 산모가 있었습니다. 여섯째는 브이백으로 출산하고 싶다고 간절히 원했습니다. 산모의 건강에 문제가 없었고, 본인의 의지가 강했습니다. 응급 상황을 대비해 마취 전문의와 간호사, 수혈 등을 준비했습니다. 만반의 준비가 갖춰진 상태에서 분만을 진행했고 아기가 무사히 태어났습니다.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였습니다. 이곳에서는 3000여 명이 넘는 산모가 브이백 분만에 성공했습니다. 브이백에선 산모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이 선택을 지지해 줄 수 있는 경험 많은 의료진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응급 상황 때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왕절개 경험이 한 번 이상인 산모도 브이백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대비를 한다면 브이백 분만이 가능합니다.”


- 산부인과 의사가 추천하는 산후조리원의 조건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조리원 선택 시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의사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자주 만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분만병원 의사가 산모나 신생아의 상태를 가장 잘 알 수 있기에, 접근성이 좋고 협력회진이 가능한 병원 연계 조리원을 권합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산본제일 산후조리원, 신산본 산후조리원, 제이에스 산후조리원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출산’과 ‘산모’에 관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어려운 진통 끝에 출산한 아이의 고고성을 들으면 산과 의사로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엄마는 모두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애국자들입니다.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며 자부심을 가지셔도 됩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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