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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씨가 되는 부모의 말, 아이는 금방 따라해요"

[맘 with 베이비] 히어커뮤니케이션즈 김여진 대표

입력 2023-01-17 07:00
신문게재 2023-01-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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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진 히어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육아는 배우고 경험하는 것의 단절이 아니라 배움을 아이에게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제공=히어커뮤니케이션즈)

  

김여진 히어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사람이다.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회공헌플랫폼 히어커뮤니케이션즈의 대표로 일반인의 말 공부 클래스 ‘히어스피치’를 운영하면서, 사회복지 전문 아나운서로 시각장애인 방송과 장애인 행사 MC 등 다른 이들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매일 밤 인스타그램 책 낭독 라이브 방송 ‘자기 전 낭독회’(@anchork_official)에서 책을 읽어 주며 국내외 시청자들과 만나기도 한다. 말 선생, 앵커 킴, 김 교수 김(홍보) 대사. 김(평가) 위원 등 다양한 수식어로 사는 ‘프로 N잡러’다. “말을 통해 함께 사는 세상이 좀 더 밝아지길 바란다”는 김여진 대표를 만나 그의 ‘말의 철학’을 들어 보았다.

 

 

- YTN 앵커로 활약하다 ‘히어스피치’라는 교육기관을 설립했고, 교수로 학생들도 가르치고 계십니다. 전업의 계기가 있었는지요.



“사람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을 겁니다. 20년 방송 생활을 하니 앞으로의 20년에 대한 고민이 생겼어요. 방송국이 개인적으로는 편안하고 안정적일지 몰라도 분명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나누고 창작하는 삶’이라는 삶의 방향이 분명해지면서 용기가 생겼고, 주위에 말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말로 인해 관계나 계약이 흐트러지고, 활동을 제약받고, 급기야 대인기피증까지 생긴 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는 말 공부의 중요성을 잘 아는 장관이나 국회의원, CEO 분들의 스피치 과외선생으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우리 삶에 중요한 이 ‘말’을, 힘 있고 높은 분만 배우라는 법은 없잖아요?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말을 배울 수 있다면 개인과 가정과 조직이 달라지고 사회가 달라질 것이란 믿음이 생겼어요. 실시간 온라인 수업으로 수강할 수 있는 ‘히어스피치’를 세우게 됐지요. 대학교수직도 ‘나누는 삶’의 일환입니다. 생생한 경험담을 ‘스피치 커뮤니케이션’과 ‘기사작성 실습’ 수업으로 아낌없이 나누고 있습니다. 20년 방송 경험을 이론과 접목해 정리하는 기회도 되고, 삶의 든든한 응원단인 제자들도 생겼으니 오히려 제가 얻는 게 더 많습니다.”


- 히어스피치에서는 말 공부 클래스뿐 아니라 목소리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히어스피치는 스피치 교육기관을 넘어 ‘사회공헌 플랫폼’입니다. ‘목소리로 세상을 밝히는 말 훈련소’라는 수식어처럼, 말을 배우고 끝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에 나눌 수 있는 연결통로를 지향합니다. 저는 ‘배움의 완성은 나눔’이라고 굳게 믿고 있거든요. 말 근육, 생각 근육이 탄탄하게 길러진 수강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 기부에 참여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방송이 대표적입니다. 시각장애인연합회가 매주 수요일 방송하는 ‘큐뉴스천’ 프로그램 내 ‘큐! 말말말’ 코너를 수강생이 직접 진행합니다. 일대일 코칭으로 원고를 작성한 뒤 녹음 부스에서 실제 방송을 하고 나오는 수강생의 표정은 환희 그 자체입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삶의 충만함을 느끼는 것이지요. 그래서 목소리 재능기부에 한 번도 참여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참여한 사람은 없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에도 우리 목소리로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 특히 교육 콘텐츠를 접하는 학생들의 답답함을 꼭 덜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업무협약도 맺었습니다. 노인, 청소년으로도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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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커뮤니케이션즈 김여진 대표.(사진제공=히어커뮤니케이션즈)

 

- 말을 잘하려면 연습과 메모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말 잘하는 방법, 부모가 자녀에게 말 잘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 주십시오.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어요. 우선, ‘내 말 습관 돌아보기’ 입니다. 우리는 잘못 알아듣는 상대만 질책할 뿐 정작 내 말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목소리가 안 들리거나 발음이 불명확하거나, 정리가 안 되고 요점이 흐트러져 삼천포로 빠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녹음이나 녹화로 말투 등을 스스로 평가해 보고, 주변인과 전문가에게 말 습관을 조언 들어보면 어떻게 말을 가다듬어야 할 지 알게 될 겁니다. 두 번째는 ‘말 공부에 뛰어들기’입니다. 스피치는 아나운서 준비생이나 전문가들이 배우는 영역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말에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듣는 귀’를 발달시키고, 내가 부족한 말 분야에 관한 책도 읽고, 훈련과 연습으로 점점 개선해 가는 겁니다. 특히 부모는 ‘말의 씨앗, 즉 말씨를 뿌리는 사람’입니다. 내 말의 결실이 아이의 미래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중요한 말 상황 복기하기’입니다. 유능한 진행자들은 꼭 모니터를 합니다. 내뱉은 말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목소리가 선명했는지, 전달력에 문제가 없었는지, 어떤 말을 했을 때 반응이 좋았는지 등을 분석합니다. 저는 복기한 내용을 꼭 기록으로 남깁니다. 실수를 줄이고, 더 나은 방식으로 말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요즘도 꼭 복기 시간을 갖습니다. 오늘의 저를 만든 것은 사실상 이 ‘복기 습관’ 입니다.”


- 바쁜 일정에도 매일 책 한 권을 낭독하는 ‘자기 전 낭독회’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우연히 한 유명인이 라이브 방송에서 먹거리를 판매하는 걸 보고 ‘연결의 힘’을 처음 목격했어요. 나는 무얼 갖고 라이브 방송을 할까 궁리하다, 매일 밤 방송 버튼을 누르고 책을 읽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2년 가까이 해 곧 500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인간 승리지요? 하루도 빠짐 없이 꾸준히 한 것이 처음이라 저도 기특합니다. LA나 뉴욕, 프랑스, 코트디부아르 등에서도 들어와 ‘연결의 힘’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어요.”

외부 특강 (1)
히어커뮤니케이션즈 김여진 대표.(사진제공=히어커뮤니케이션즈)

 

-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십니다. ‘배움의 완성은 나눔’이라고 했는데, 대표님이 생각하는 ‘함께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돈이 없는 사람, 몸이 불편하거나 부모가 없는 사람, 비정규직 등이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사회가 아닐까요? 장애인이 편해야 비장애인도 편하고, 장애인이 마음껏 활보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합니다. 경쟁에 젖은 우리가 겸손한 자세로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주변의 어려움을 돌아본다면 절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나눠야 합니다. 배움은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저도 MC로, 앵커로 배우고 경험한 모든 걸 풀어내는 중입니다. 제 작은 꿈틀거림이 함께 사는 세상으로 이어진다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할 겁니다.”


- 육아로 일을 쉬는 경력보유 여성들이 많습니다. 재취업에 힘들어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분들에게는 어떤 말이 위로가 될 까요.

“엄마들은 위대합니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중입니다. 배우고 경험한 것이 단절된 게 아니라, 배움을 아이에게 나눔으로 잇는 중입니다. 후회되고 막막할 때가 훨씬 더 많지만, 따뜻한 말의 씨앗을 아이에게 뿌리기 위해 반성하고 성장하는 중입니다. 그러니 나를 먼저 다독여 주자고요. 몸의 힘이 떨어져 마음의 힘이 무너지지 않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꼭 살피기로 해요. 내 장점을 발견할 줄 아는 눈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돈이 있어야, 모든 것이 안정되어야 사회공헌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여러분이 가진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주변의 어려움, 부족함에 눈과 귀를 열어보세요. 여러분이 벅찬 마음으로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보일 겁니다. 육아 동지 모두를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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