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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를 보는 엇갈린 시선… "주주가치 제고" vs "기업가치 훼손"

입력 2023-02-22 15:21
신문게재 2023-02-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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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의 모습.(사진=연합)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행동주의 사모펀드(PEF)들의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소액주주를 등에 업고 의결권을 확보한 후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M&A), 재무·지배구조 개선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모습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한쪽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주주가치 가치를 높이고 나아가 ‘코리아 디스카운드’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두 손들어 환영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단기 차익만을 노려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기업 경영권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와 강성부 펀드(KCGI), 안다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회장의 지배구조 관행을 문제 삼아 이수만 회장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서 용역 계약 종료를 요구했고,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에 배당 확대 등을 촉구했다. 아울러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을, 안다자산운용은 FCP와 손잡고 KT&G에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을, KCGI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독립적인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대해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증가는 투자 대상 기업의 주가 상승과 한국 증시 재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기업들의 주가가 다른 기업들보다 더 올랐다는 것이다.

반면 기업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요국의 경우 최근 지배구조개선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지배구조개선이 경영권 위협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방어수단에 관한 법제를 사전에 정비해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차등의결권 등 새로운 유형의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차등의결권은 경영진이나 최대 주주가 보유한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갖는 제도를 말한다.

민간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의 라정주 원장은 “행동주의 펀드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지배구조 개선 등의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단기적으로는 주식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높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했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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