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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부모, 돌봄·경력단절 악순환… 일·육아 양립 지원을"

[맘 with 베이비] 박리현 가온한부모복지협회 대표 "위기의 한부모 도울 전문 상담소 전국 곳곳에 필요""

입력 2023-03-07 07:00
신문게재 2023-03-0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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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올해부터 한부모가족 지원 예산이 18% 늘어난다. 아동양육비 지급을 위한 소득기준이 60% 이하로 완화되고 지원 금액도 20만 원으로 일원화된다. 제도 안내와 상담을 위한 가족센터의 역할도 확대된다. 양육비 지원 사각지대에 있던 출생신고 전 미혼부 자녀에 대한 아동양육비 지원 절차도 간소화된다. 여성가족부는 이밖에도 한부모가족의 생활 안정, 비양육부모의 자녀 양육 책무 강화를 담은 정책 계획을 내놓았다. 엄마·아빠 역할을 모두 맡은 가장인 한부모가족의 양육자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공동체를 마련하고 관련정책 마련에 목소리를 내 온 박리현 가온한부모복지협회 대표를 만나 정부 정책의 효과, 보완 필요점 등에 관해 들어봤다. 

 

 

- 한국가온한부모복지협회는 비혼모들의 공동체로 알고 있습니다. 소개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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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두 아이의 엄마이자 싱글 맘입니다. 싱글 맘으로 살면서 어려움을 겪다 보니 많은 한부모가정이 양육비뿐만 아니라 법과 복지제도의 이해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어려움은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의 아픔이 되었죠. 가온한부모복지협회는 2019년 정부나 외부지원 없이 미혼인 한부모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입니다. 아무래도 당사자들이 모이다 보니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한부모가정을 도와 양육자와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나 당당히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 출산과 육아는 여성이 일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비혼모들에겐 더욱 그럴 것입니다. 이분들의 경력 단절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육아 실정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일과 육아를 균등하게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돌봄 문제로 안정적인 직업군을 선택할 수 없거든요. 이것이 경력단절로 이어집니다. 이후 다시 사회로 나갔을 때는 나이나 경력단절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소득활동이 불가능해 집니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학원으로 아이를 돌릴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마저도 안되면 또 다른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방임’에 이르게 됩니다. 일과 양육을 균등하게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근무 환경제도가 시급합니다.”

 


- 대표님 역시 워킹 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일도 하고 계십니다.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지, 그럴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는 지요.

“아이 돌봄 문제가 가장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엄마들이 아이돌봄서비스를 받으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고 하기에 왜 그럴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정부에서 한부모가정에게 돌봄 지원 시간도 늘려 줘 돌봄서비스 신청만 하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제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제 아이를 돌봐 주러 선생님이 무조건 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매칭이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아이와 같이 다녔어요. 제 일의 특성상 아이를 데리고 가도 크게 이상하다고 보시는 분이 없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셈이었지요. 아직 아이들이 어려 업무 마감이 늦어질 때는 어린이집 원장님의 배려로 밤 10시까지 도움을 받고 있어요. 내년이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돌봄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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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아이를 키워도 한부모 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모든 한부모가정이 한부모가족증명서를 발급받진 못합니다. 이혼한 분들은 당연히 자신들을 한부모라 생각합니다. 혼인관계 증명서도 이혼을 증명하고 있거든요. 어느 날 아이 어린이집 입학 신청을 하고 원에서 한부모 증명서를 제출하라는 안내를 받아 주민센터에 발급받으러 갔다가 발급대상이 아니란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에 문의해 온 엄마들이 많아요. 한부모가족 증명서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나이를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만 25세 이상의 한부모가족 또는 조손가족에는 기준 중위소득의 60% 이하와 복지 급여기준 중위소득 52% 이하를, 그 이하의 청소년 한부모가족에는 기준 중위소득 72% 이하, 복지 급여 기준 60% 이하를 기준으로 발급합니다. 우스갯소리로 홍길동전에 나오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나오는 것이죠.”

 


- 올해부터 한부모가족 지원정책이 확대됐습니다. 애를 많이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지원정책 개선에 목소리를 내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덕분에 사각지대에 있던 한부모가족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어 감사 드립니다. 아직 저희가 홀로 아이를 키우며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서 한부모가족도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으로 만드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 무조건 출생신고를 강제하는 ‘입양특례법’처럼 현행 출생신고 관련 법령과 제도는 한계가 있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현재로선 위기임산부와 아기를 살리는 ‘보호출산법’이 최우선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양특례법개정으로 아기의 친생 부모의 알권리를 위해 생모가 출산 후 자신의 앞으로 출생신고를 해야만 입양을 갈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위기에 처한 임산부들이 아기를 낳아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어요. 아기의 생명도 살리고 또 위기 임산부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출산법이 기본출생등록제와 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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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방송인 사유리 씨는 혼자 아이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시선은 아직도 비혼 출산에 부정적입니다. 어떤 정책을 펼쳐야 귀한 우리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선 사유리 씨와 저희 미혼한부모는 별개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미혼모에서 비혼모라는 수식어가 붙더군요. 미혼모보다는 비혼모라는 말이 뭔가 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유리 씨는 저희와 다른 ‘자발적 비혼모’입니다. 그도 자신은 어쩔 수 없는 건강상 이유로 정자 기증을 통해 출산했지만, 비혼 출산을 장려하는 분위기는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사유리 씨는 자신의 선택에 당당하기에 아이와 TV 출연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와 아이들의 사회적 인식개선에 큰 도움이 됩니다. 국가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과 아동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참여를 하고, 일과 육아를 균등하게 양립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저희가 당당하게 살아갈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 출산 뒤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엄마들을 위해선, 비밀보장이 되는 상담과 전담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신 것으로 압니다.

“베이비박스는 위기의 임산부가 자신들의 비밀을 보장받고 상담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정부에서 위탁받아 위기여성을 지원하는 상담센터에서는 당사자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출생신고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이비박스의 사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제주도의 한 여성은 출산 후 하루 만에 아기와 배를 타고 인천으로 와 서울 난곡동의 베이비박스를 찾기도 했습니다. 몸도 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요. 물론 제주도에도 위기여성을 지원하는 상담기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밀을 보장받으며 상담받을 기관이 부족하다 보니 서울까지 오게 됐습니다. 전국에 있는 위기여성들이 서울로 올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여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안전한 출산을 통해 여성의 생명과 아기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상담소가 곳곳에 마련돼야 합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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