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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아이 식습관, 가르치려 하지 말고 한번 맡겨보세요"

[맘 with 베이비] 노유진 푸드스토리텔러 겸 계명문화대학 겸임교수

입력 2023-05-09 07:00
신문게재 2023-05-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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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진 푸드스토리텔러.(사진제공=노유진외식창업연구소)

 

음식에 맛과 멋 이야기를 담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음식으로 소통하는 일을 돕는 사람.  노유진 계명문화대학 겸임교수는 이를 ‘푸드스토리텔러’라고 말하며 스스로 푸드스토리텔러를 자처한다. 노유진 외식창업연구소를 이끌면서 소상공인들을 위한 컨설턴트 역할까지 애쓰고 있는 노유진 교수를 만나 푸드스토리텔러의 역할과 육아맘의 경험을 들어보았다.

 

 

- ‘푸드스토리텔러’라는 명칭이 아직 좀 생소합니다. 어떤 직업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이름 그대로 음식에 이야기를 담는 일을 합니다. 평범한 일상의 음식일지라도 스토리를 가미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나의 상품, 나아가 하나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음식과 관련한 분야가 다양하고 세분된 만큼, 활동 영역도 넓습니다. 외식업체의 경영 개선을 위한 컨설팅도 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스토리텔링으로 농산물의 판로 개척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도 합니다. 지역 먹거리를 관광 상품화하기도 하고요. 분야는 다양하지만 음식에 스토리를 더한다는 점은 모두 같습니다. 푸드스토리텔러로서 제 궁극적인 목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음식으로 소통하게 하며 ‘바른 먹거리의 안내자’가 되는 것입니다.”


- 음식에 새로운 가치를 담는 일이 왜 중요한가요.

“음식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따라 크게 변화했습니다. 먹고 사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던 전후 시대에는 음식이 주린 배를 채우는 ‘먹을거리’에 불과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며 ‘굶주림’에서 벗어난 뒤에야 ‘영양’을 따지기 시작했어요. 더 건강한 음식, 영양성분이 중요해진 것이지요. 지금은 눈에 보이는 것, 수치로 따질 수 있는 것, 즉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까지 고려합니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환경은 어떤지, 누가 만드는지까지 꼼꼼히 따져 고릅니다. 재배자나 판매자의 사진, 먹거리에 어떤 이야기가 얽혀있는지 등을 내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오늘날에는 같은 음식이라도 사연이 있고, 추억이 담겨 있고, 흥미를 끄는 스토리가 있다면 소비자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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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진 푸드스토리텔러.(사진제공=노유진외식창업연구소)

- 교수님이 추천하는 건강한 음식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흔히 ‘건강한 음식’이라고 하면 특정한 기능성을 가진 특수식품을 떠올립니다. 암에 좋은 음식, 고혈압이나 비만, 당뇨 등 성인병에 좋다는 음식 등이지요. 하지만 음식은 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므로, 어떠한 질병과 관련해 좋은 음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의 제철 식재료를 부위별·색깔별로 골고루 먹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장류와 채소 중심의 전통 한식과 비교하면 현대의 식단은 육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일부러라도 제철 과채류를 챙겨 먹는 게 고른 영양 섭취를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다채로운 색상의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는 식물성 화학물질인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이 가진 방어물질로, 다양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 섭취하면 세포 손상을 억제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기에 과채류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식물은 뿌리와 줄기, 잎, 열매, 종자에 이르기까지 부위별로 각기 다른 영양성분을 가지고 있어 부위별로 고르게 선택하는 편이 좋습니다.

한 가지 꼭 기억하시라고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는 것보다,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개인 방송 채널을 통해 범람하고 있는 먹방을 보면 걱정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대리만족이라는 측면에서 먹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도 있었지만, 상업성에 치우쳐 ‘저영양 고열량’ 음식을 빠른 속도로 확산시키는 것을 볼 때면 걱정과 함께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내 몸에 들어오는 음식이 곧 내 삶이고, 내 삶이 건강해지려면 자신이 먹는 음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 엄마이자 푸드스토리텔러, 교수,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어떤 호칭으로 불릴 때 가장 좋으신가요.

“단연코 ‘엄마’라고 불릴 때가 가장 좋습니다. 교수, 강사,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직업과 관련된 수식어는 제 삶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혼하고 두 아들을 낳아 키우면서 저는 참인생을 알게 됐고 진짜 어른이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스물여섯에 결혼해 이듬해 큰아들을 낳았는데 너무도 두렵고 막막해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저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은 것이 육아였습니다. 엄마가 처음이라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 줘야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실수투성이 엄마였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하려 책을 통해 육아상식을 배우고 공부했고, 그대로 실천하려 한 노력파 엄마였습니다. 저는 엄마라는 호칭이 참 고맙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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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진 푸드스토리텔러는 제과제빵에 관심있는 청년들의 멘토가 되어 창업 아카데미를 운영한다.(사진제공=노유진외식창업연구소)

 

- 결혼과 육아로 많은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고 있습니다.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은 경력보유 여성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도 그 모든 과정을 겪어봤기에 결혼과 육아로 자기 일과 꿈, 그리고 자유시간까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저 역시 아이를 맡기고 제 취미나 능력을 개발하는 시간이 단꿀 같았거든요.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기회를 많이 만들려 노력했습니다. 초등학교 이전에는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동심과 스토리텔링을 배웠고, 아이들과 역사 탐방을 다니며 우리 역사를 새롭게 배웠습니다. 아이들에게 줄 음식을 만들면서 요리사도 되었고 빵을 구우며 제빵사도 됐습니다.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자신의 적성을 찾는 또 다른 기회로 여긴다면 그 시간이 즐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좀 더 윤택한 생활을 누리게 해 주고 싶어 짬짬이 과외나 시간 강사 일도 병행해 자격증까지 취득하는 등 자기 계발에 소홀히 하지 않은 점들도 현재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기 계발과 일, 육아 그리고 기타 가정생활을 위해 과감히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적인 모임을 과감히 포기하고 개인적으로 잠자는 시간을 많이 줄였습니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는 놓아야 한다는 진리를 기억하시면 됩니다.”


- 집에서 간단하게 가족에게 해 줄 수 있는 요리법과 팁을 소개해 주십시오.

“음식을 전공한다면 대단한 요리사가 아닐까 다들 생각하시는데요, 저는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되도록 신선한 제철 재료를 이용하고 양념류는 미리 만들어 두었다 사용합니다. 소불고기 양념처럼 간장 베이스의 만능 양념 한 가지와 제육볶음 양념처럼 고추장 베이스의 만능 양념 하나 정도를 미리 만들어 뒀다가 조림이나 볶음에 이용하는 겁니다. 아이들을 위해 간은 되도록 싱겁게 합니다. 된장찌개를 자주 끓여 한국 음식에 길들이도록 했습니다. 하도 피자를 시켜 달라고 졸라대기에 손 반죽으로 각종 재료를 준비한 후 아이에게 먹고 싶은 크기와 넣고 싶은 재료를 맘껏 넣어보라 했더니 정말 신나게 자기만의 피자를 만들더라고요. 그날 배가 부르도록 먹은 뒤 아들은 피자를 가장 싫어하게 되었어요. ‘하지 마’, ‘안 돼’를 엄마 기준으로 결론 내리지 말고 아이가 경험을 통해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평생 입맛과 식습관은 우리 집 밥상머리 교육에서 시작되고 이어진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어릴 때는 자극적이거나 편리한 위주의 음식을 주기보다는 평생 식습관을 만들어 줄 올바른 선택의 기준을 엄마가 ‘식(食) 집사’가 되어 잘 수행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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