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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고통의 그날, 내 머릿속 반복재생

일상 마비시키는 교통사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정신적 외상은 집계되지 않아…정신적 상처도 신체와 함께 돌봐야”

입력 2023-07-04 07:00
신문게재 2023-07-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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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31위를 차지했다.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9명으로 29위다. 

 

최근 10년간 자동차 등록 대수가 증가하는 것에 비해 사망자 수와 부상자 수가 모두 줄어들고 있지만, 정신적인 상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의 도움말로 쉽게 낫기 어려운 정신적 외상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 교통사고 통계에서 확인할 수 없는 ‘정신적 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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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도로교통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5392명→2916명)와 부상자 수(34만4565명→29만1608명)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통계에 정신적 외상은 집계되지 않는다. 교통사고가 아무래도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많다 보니 사망자나 부상자에 관심이 많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사건이다. 본인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해도 가족이나 친구가 크게 다치거나 죽는 경우, 혹은 다른 사람이 사고로 죽는 것을 목격했거나 본인이 작은 사고라도 당해 ‘죽을 뻔했다’는 등의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면 정신적 외상을 겪게 된다.

정신적 외상을 겪는 환자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본인이나 가까운 사람이 죽을 뻔 한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이후에 반복적으로 그 사건이 떠오르는 상태다. 그와 관련된 자극을 피하려고 하며 인지와 기분에 부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각성 반응이 심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이나 자연재해를 흔히 경험할 수 없는 요즘, 교통사고는 죽음과 관련한 가장 가까이 있는 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나기 쉬운 사건이다.

정선용 교수는 “교통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환자를 보면 크게 다치지 않았어도 사고 이후 운전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조수석에도 타지 못하고 뒷자리에 앉아 눈을 꼭 감고 불안을 참아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며 “이러한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신체적 외상이 없더라도 정신적 외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장애가 온 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은 소리에 깜짝 놀라고 잠을 잘 못 자며 계속 교통사고 꿈을 꾸거나 내용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꿈에서 놀라 깨는 등의 증상이 지속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돌처럼 굳어진 스트레스 기억 풀어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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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사건 사고 후 죽거나 크게 다칠 수 있었다는 강렬한 감정이 기억과 결합하는데, 이러한 상태가 화석처럼 굳어져서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사건 사고는 끝이 났지만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상황에서는 일단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그 사건 사고는 끝이 났고 여기는 안전한 장소와 상황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나 한의 신 의료기술로 등재된 감정 자유기법(EFT, Emotional Freedom Techniques) 등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감정 자유기법은 지금 고통을 주는 기억이나 감정에 집중한 다음, 인체의 혈 자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려서 경락 기능을 활성화하고 그를 통해 기억이나 감정을 다시 받아들여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기법이다. 경락 기능은 신체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도 효과를 미친다. 현재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 확언과 경락 기능을 활성화하는 두드림을 통해 사건 사고로 인해 생긴 고통을 받아들이고 다시 처리해 반복 재생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질환의 특성상 언제 어디서든 증상이 갑자기 심해질 수 있는데,감정 자유기법은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부작용 없이 스스로 시행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현재 감정 자유기법은 재난 트라우마의 한의사 진료 매뉴얼에도 소개된 상태다.

정선용 교수는 “교통사고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교통사고로 인해 정신적 외상을 겪는 사람들도 매 순간 생기고 있다”며 “이러한 사람들에게 일반적인 한의 치료뿐 아니라 감정 자유기법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상준 기자 ans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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