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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view] SC제일은행장 연임을 보는 국내 뱅커들의 아쉬움

입력 2023-10-17 12:17
신문게재 2023-10-18 8면

SC제일은행 씨티 본점-horz
(왼쪽부터)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본점

 

연말을 앞두고 금융사 수장들의 임기 관련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SC제일은행의 박종복 은행장이 최근 4연임 결정을 통보받았고, 이에 앞서서는 국내 ‘리딩 금융’에서 자웅을 겨뤄온 KB금융지주의 윤종규 회장과 신한금융지주의 조용병 전 회장이 후보자 사퇴를 선언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당장 내년 하반기에는 하나금융지주가 함영주 회장의 후임 물색에 나선다.



이른바 ‘빅2’ 금융그룹 수장이 내세웠던 표면적 이유는 원활한 승계, 즉 ‘세대교체’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도전으로부터 촉발된 금융당국과의 ‘힘겨루기’가 발단이 됐다는 세평이 나름 설득력을 얻고 있어서다. 이후 우리금융지주는 관치·낙하산 인사라는 갖은 논란에도 ‘임종룡(전 금융위원장) 카드’를 선택했다.

사실 국내 대형 금융사들의 경우 이렇다 할 대주주가 부재하다 보니 주주총회를 앞두게 되면 CEO의 연임 여부는 으레 세간의 관심사로 등장한다. 주인인 모기업이 CEO 및 임원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SC제일은행(스탠다드차타드)과 한국씨티은행(씨티그룹)과는 확연히 다른 지배구조 문화다

이런 탓에 정치권으로부터 ‘오너인냥 행세한다’는 지탄을 받아온 국내 금융사 CEO들과 달리 외국계 은행 CEO는 임기 중 뚜렷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연임이 보장되는 분위기다. 4연임에 성공한 박종복 행장과 함께 사실상 경영실패로 한국시장 철수가 결정된 한국씨티은행의 하영구 전 행장은 ‘안살림’과 별개로 무려 15년의 최장수 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와 달리 ‘KB 사태’와 ‘신한 사태’라는 역대 최악의 내분 사태를 해소한 윤종규 회장과 조용병 전 회장은 3연임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경영 스타일에서도 차이를 보이는 두 CEO의 경우 임기 내내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서도 치열한 경쟁을 이어오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일부 계열사(KB국민은행·신한투자증권)에서 횡령·배임 등의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지주 회장이 계열사 임직원의 일탈까지 통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권내 평가다. 그래서 두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던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두 CEO 모두 자발적 퇴진 의사를 밝혔고,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모두 새로운 선장을 맞이하게 됐다. 직원들로서는 후임 회장이 ‘내부 출신’이라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두 회장이 전격적으로 퇴진 의사를 밝힌 것 역시 외풍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려는 결단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얼마 전 윤 회장은 주주들에게 ‘연임 포기’ 의사를 알리며 뼈아픈 일침을 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배구조에 정답이 있다’고 보는 시각에 대해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사 지배구조를 손보려는 시도에 대한 비판으로 사실상 ‘정치 금융’에 대해 고개를 든 것이다.

1~3년 단위로 길어야 수년에 불과한 CEO의 임기로는 장기적 안목의 성장 전략을 실행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도 담겼다. 내분 사태 수습 이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위축됐던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아쉬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무려 20여년의 임기로 ‘월가 황제’라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제는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온전히 경영성과로만 평가받는 CEO가 탄생하기를 뱅커들은 기대한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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