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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못버티고 경매시장 나온 매물들…알짜만 낙찰된다

입력 2023-11-02 14:23
신문게재 2023-11-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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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입찰법정 앞 복도. (연합뉴스)

 

#.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낙찰된 주거용 오피스텔은 4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격 1억9500만원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1억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31일이 매각기일이었던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한 다세대 주택은 지난 7월 경매에 나왔지만 4차례나 유찰돼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 반면 압구정동 미성 1차 전용면적 105㎡는 지난달 26일 경매에 나오자마자 감정가 33억원보다 높은 34억7999만9000원에 매각됐다.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105.45%를 기록했다. 여의도의 미성아파트 전용면적 93㎡는 지난 17일 경매에서 26명이 몰려 감정가(18억1000만원)보다 높은 18억4999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높은 대출 금리를 버티지 못한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경매에 넘겨지는 매물이 늘고 있는 가운데, 경매시장에서는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알짜로 꼽히는 매물에는 수요가 몰리며 경매시장에도 옥석 가리기가 분명해지고 있다.

2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총 238건으로 월간 기준 2016년 6월(234건) 이후 7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아파트가 경매법정에 넘겨졌다. 경매 진행 건수는 지난 5월 145건, 6월 159건, 7월 169건, 8월 190건, 9월 216건 등으로 매월 늘고 있다.

아파트를 제외한 다른 주거용건물도 마찬가지다. 빌라는 지난 10월 한 달간 서울에서 1268건이 경매에 나와 전달(908건)보다 39.6%(360건) 급증했다. 이는 2006년 5월(1475건) 이후 가장 많은 건수다.

시장에선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산 경우 높은 대출 금리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집주인이 늘어난 데다 시장 관망세 속 양극화 현상이 이어지면서 매매시장에서 주인을 찾지 못하는 집들이 경매시장으로 넘어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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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경매 진행 물건이 늘어나는 가운데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낙찰 건수는 63건으로 전달(68건)보다 줄어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26.5%를 기록했다. 낙찰률이 3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6월 이후 넉달 만이다.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7∼9월의 낙찰률이 모두 40%를 웃돌았던 경기도는 지난달 592건 가운데 234건이 낙찰돼 낙찰률이 39.5%를 기록했다.

특히 빌라의 경우 전세 사기, 깡통 전세 등의 여파에 낙찰률이 올해 10%대 미만으로 떨어진 뒤 크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낙찰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낙찰가율은 상승했다. 개발호재가 예정돼 있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물건, 올해 초 집값이 많이 빠졌을 때 나와 감정가가 저렴한 가성비 좋은 물건에는 수요자가 몰리며 낙찰가율을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낙찰가율은 86.7%로 전달(85.2%)보다 상승했다. 경기도 아파트의 낙찰가율도 85.2%로 전달(84.8%)보다 올랐다.

업계에선 지난해 급격한 집값 하락과 경기 불황, 고금리 기조 등의 이유로 연말까지 경매 물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역별, 물건별 양극화 현상이 짙어질 거란 관측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아파트 경매물건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거 선호도가 높은 대단지 신축급 아파트 또는 향후 가치상승 기대감이 있는 재건축 아파트 위주로 많은 응찰자가 몰렸고 낙찰가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탓에 한 동안 경매물건 증가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면서 지역·단지별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문경란 기자 mg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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