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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수주전쟁은 옛말… 건설사 '무혈입성' 바람 거세져

입력 2023-11-22 14:15
신문게재 2023-11-23 3면

노량진1구역 재개발 건축심의 통과<YONHAP NO-2883>
노량진1구역 일대. (연합뉴스)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경쟁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권을 획득하는 ‘무혈입성’ 사례가 늘고 있다.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데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수익성이 없는 단지 입찰에 건설사들이 나서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마감된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9월15일 현장설명회 때만 해도 GS건설과 삼성물산을 포함해 7개 건설사가 설명회에 참여하며 뜨거운 분위기를 나타냈다. 특히 GS건설과 삼성물산의 참여의지가 강해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노량진 1구역은 13만2187㎡ 부지에 최고 33층, 28개 동, 2992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노량진 뉴타운 최대 규모 사업장으로 ‘노른자’ 재개발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건설사들의 입찰포기 이유로 ‘낮은 공사비’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량진1구역 조합 측이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730만원으로, 최근 금리 상황과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하면 착공에 나선 이후 추가비용이 더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건설사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도 진행됐는데, 대우건설만 의향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지난 9월에 이어 두 차례 유찰로 수의계약 요건이 성립돼 조합은 대우건설과의 수의계약 혹은 입찰 재공고 중 선택을 해야 하지만 대우건설이 계속해서 관심을 보인 만큼 대우건설과의 수의계약이 예상되고 있다.

경기도 과천주공 10단지 재건축 사업지에서는 삼성물산이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과 이달 진행한 두 차례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하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갖췄다. 이에 조합 측은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전체회의를 통해 시공사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이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사활을 걸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고금리에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과 고금리 기조 장기화, 원자잿값 급등 많은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수주 가능성과 수익성이 높은 사업장만 선별 수주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알짜부지에는 입찰에 참여하고 보자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업계 불황과 원자잿값 인상으로 인한 조합과의 갈등, 출혈경쟁으로 인한 비용지출 지양 등의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이젠 수주 가능성과 사업성이 높은 지역을 신중히 고르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뜨거운 수주전이 펼쳐졌던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에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시공사가 참여하지 않아 사업기간이 길어지면 비용증가로 부담도 증가하는 만큼 수의계약을 통해서라도 시공사를 선정하면 다행이라는 입장이 있는 반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정하게 되면 조합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조건이 아쉽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시공권을 수의계약방식으로 체결하면 조합원 입장에서 경쟁방식 때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수의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정도로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업계 불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건설경기가 나아질 때까지 이 같은 상황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경란 기자 mg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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