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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갈수록 집요해지는 '공룡 OTT' 비밀유지 룰

입력 2023-11-29 14:07
신문게재 2023-1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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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부장
엠바고(일정한 시간까지 보도를 금지)가 걸려 있어 차마 밝힐 수 없는 당일 출장을 곧 떠난다. 알려진 정보는 집결 시간이 꽤 이르다는 것 뿐. 고로 장소조차 모른다. 휴대폰 촬영은 일체 금지되어 있고 현장으로 개별이동도 불가능함을 읍소하는 대대적인 공문과 양해문이 초대장에 적혀있다. 공룡OTT의 사내 규정상 밝힐 수 없음이 가늠되는 대목이지만 ‘굳이 이렇게 까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의 경우 비밀유지보안각서(NDA)를 쓰고 휴대폰에 특수 잠금장치를 해 현장 사진 조차 찍을 수 없게 만드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지만 점차 강도가 세 지고 있는 모양새다. 드러난 보안유지 항목을 보면 출연자의 대본마저 당사자 말고 소속사와 공유할 수 없을 정도다. 아예 사전에 침묵각서를 받는 건 오래된 관행이다. 바늘 구멍 하나 들어갈 수 없는 이런 시스템은 국내 매니지먼트사들의 당혹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혹여나 대본이 유출될까 글자가 프린트된 원본 대본이 아닌 캡쳐된 시나리오를 받는다는 하소연도 있다. 

얼마전 데뷔 연차가 30년에 가까운 한 배우가 다른 작품의 인터뷰 자리에서 에둘러 출연사실과 분량에 대해 끝까지 침묵하자 그 바닥의 시조새 기자와 언성을 높힌 에피소드는 꽤 오랫동안 회자됐다. 스타성과 유명세를 떠나 모두가 침묵해야 하는 룰을 지켜야 하는 출연자로서의 공식적인 입장과 어떻게든 이미 출연사실은 보도됐으니 역할 소개 정도만 해달라는 기자의 집요함이 빚은 촌극이었다. 

올 상반기 이정재는 다른 행사 자리에서 ‘오징어게임2’의 질문을 받자 침묵 대신 유쾌한 대답을 내놨다. “제가 뭔가 말할 수 있는게 없다. 보안을 철저히 유지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히며 “하지만 제가  성기훈으로 나오는 것은 확실하다”고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것. 현재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라인업에는 이정재, 이병헌, 공유, 위하준, 임시완, 강하늘, 박성훈, 양동근, 박규영, 조유리, 김시은이 거론된 상태다. 2024년 공개를 목표로 촬영 중이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국내 OTT에게도 퍼지고 있다. 출연하는 배우의 소속사 입장에서는 작품의 리뷰와 스토리를 발빠르게 전달해야 하지만 그 시기가 과거와는 너무도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예전에는 예고편만 나와도 가능했던 각종 SNS, 유튜브 반응과 출연소감등에 제동이 걸리며  “지금 내보내면 곤란하다”며 제지를 거는 또다른 빅보스의 출연에 연예계 생태계가 술렁이고 있다. 감추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줄다리기는 불변이지만. 

이희승 문화부 부장 press512@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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