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뉴스&View] ELS 손실도 은행 탓?… 당국 손해배상 시그널에 은행권 '부글부글'

이복현 "판매 적정성 의문"…지난달 금감원 실태평가서 '미흡' 등급 無

입력 2023-11-30 10:23
신문게재 2023-12-01 1면

5대은행
[사진=각사]

 

“사모펀드 사태도 모자라 ELS 손실도 은행 탓으로 돌리면 도대체 어떤 상품을 팔라는 건가요. 펀드 손실 때마다 은행이 보전해 줘야 한다면 차라리 예적금만 팔도록 규제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A은행)

“가입자에 대한 투자성향 파악부터 일일이 상품 설명 과정을 수기로 체크하고, 심지어 녹취까지 하는데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어떤 절차를 추가해야 할까요. 상품 구조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시험이라도 치러야 하나요?” (B은행)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ELS, 은행 면피’ 발언 이후 은행권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이 원장은 대규모 손실 우려가 큰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해 “(은행의) 상품 설명 여부를 떠나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내년 상반기중 만기 도래 규모만 8조4000억원으로, 현 홍콩 H지수 흐름을 감안할 때 4조원 가량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고령자’들의 가입 규모가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은행들은) 자필 자서를 받고 녹취를 확보했다며 불완전 판매 요소가 없거나 소비자 피해 예방을 했다는 입장인 것 같다”면서 “그러나 적합성 원칙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상품 판매 취지를 생각하면 자기 면피 조치를 했다는 것으로 들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는 ELS 판매 은행들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상 ‘적합성’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로, 사실상 금융당국 수장이 가입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시그널’을 준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지난 2021년 초 금융당국이 마련한 금소법은 금융투자상품 판매시 △설명 의무 △적합성 △적정성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을 의무 규정으로 명시하고 있다. 2021년 초는 홍콩H지수가 지금의 두배인 1만2000선에 육박하며, 관련 ELS가 집중적으로 팔렸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당시 은행들은 금소법 대응을 위해 금융투자상품의 세부 설명자료와 함께 녹취 등과 같은 내부통제 절차를 마련했다.

지난달 발표된 ‘2023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는 평가 대상 22개사 가운데 4개사(농협은행, 미래에셋증권, 우리카드, DB손해보험)를 종합평가 ‘양호’ 등급으로, 나머지 18개사는 ‘보통’ 등급을 매겼다. 지난해 1곳이었던 ‘미흡’ 등급은 올해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며 ‘금소법 안착’을 자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고령층의 ELS 가입이 집중됐다면 가입 권유의 적정성은 들여다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모든 고연령 가입자들이 상품구조를 전혀 모르고 가입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논란의 초점이 불완전판매에만 맞춰진다면 언제든 자기책임이라는 투자 원칙이 흔들리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손실 우려와 관련해 은행권의 불완전판매를 다그치고 있어 은행들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 ELS 이슈도 일각에서는 당국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금융권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