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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임신 중 생기는 사소하지만 무시 못할 질환 ‘외음부 정맥류’

질식 분만에 지장 없어, 출산 40일후 점차 소멸 … 가족력, 혈전색전증 전력 있으면 ‘치료 고려’

입력 2024-03-20 07:51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칼럼용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일반인들이 흔히 ‘힘줄’이라고 잘못 부르는 검푸르거나 검붉은 정맥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튀어나오는 혈관기형을 ‘정맥류’라고 한다.



정맥류가 하지정맥에 나타나면 ‘하지정맥류’, 고환에서 나가는 정맥에 역류가 생기면 ‘정계정맥류’, 여성의 골반쪽 혈관에 문제가 나타나면 ‘골반정맥류’, 항문 정맥혈관이 일상적으로 부풀어오르면 ‘치질’(치핵)이다. 여성의 외음부나 항문쪽(회음부), 허벅지 바깥쪽, 엉덩이 등의 혈관에 나타나는 정맥류는 ‘외음부 정맥류’라 한다.

외음부정맥류(vulvar varicose veins)는 대개 임신한 여성에서 나타난다. 임신으로 인해 혈액량이 증가하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 수치가 변하면서 혈관 평활근이 이완돼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되면서 생기는 게 일반적이다.

허벅지 안쪽이나 회음부 부근에 묵직한 불편감과 이물감을 느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허리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증상이 심하면 두꺼워진 정맥이 라면 면발처럼 꼬불거리는 모양으로 불거져 나온 게 된다.

하지정맥류는 흔히 사타구니에 있는 대복재정맥 판막 부전에 의해 유발되지만, 외음부 정맥류는 자궁 근처 깊은 곳의 외음부정맥 판막 부전에 의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임신 중 골반 부위로 가는 혈류량은 증가하는 데 반해 하체 또는 외음부에서 심장으로 가는 혈류는 느려지기 때문에 혈액이 외음부에 고임으로써 외음부 정맥류가 일어날 수 있다.

외음부 정맥류는 거의 대부분 대복재정맥이나 소복재정맥에 역류가 없기 때문에, 다시 말해 하지정맥류와 무관하기 때문에 큰 수술(레이저나 고주파 등)이 필요하지 않다. 국소적으로 피부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정맥에 경화제를 주사해 튀어나온 혈관을 굳혀 소멸시키는 경화요법을 시행하고 쉽게 치료된다.

일반적으로 외음부 정맥류는 드물고, 발병했다 해도 대부분 경증이다. 또 출산 후 30~40일이 지나면 대부분 사라진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모든 여성의 4%, 임신한 여성의 8%가 외음부 정맥류를 경험한다. 하지정맥류를 경험한 여성이라면 더 높은 비율로 외음부 정맥류가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

임산부들이 외음부 정맥류 때문에 정상 질식 분만이 어렵냐고 물어오는데 한마디로 분만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외음부 정맥류는 혈류량이 적어서 분만 중 출혈이 나더라도 비교적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다만, 매우 드물게 질식 분만 중에 정맥류가 파열돼 광범위한 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심부정맥혈전증(DVT)나 폐색전증(PE)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혈액응고 문제가 개입될 수 있다. 따라서 정맥류의 정도가 심하고, 만성통증이 동반된다면 산부인과 또는 심혈관내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외음부 정맥류는 하지정맥류와 마찬가지로 운동량이 많거나, 장시간 서 있으면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과도한 성관계도 관련이 있다. 선천적으로 혈관이 약하거나, 즉 정맥판막의 기능이 부전하거나, 이와 관련된 가족력이 있으면 임신 중 혈액순환 정체와 호르몬 변화로 외음부 정맥류에 노출되기 쉽다. 아울러 임신 횟수가 많을수록, 임신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외음부정맥류가 더 잘 생긴다.

외견상 심하게 외음부정맥이 튀어나온 경우 음부출혈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부부 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어 전문의로부터 초음파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출산 후에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출산 후 100일 정도 지나 혈관치료가 필요한지 숙고해봐야 한다. 피부 위로 손가락 굵기 이상의 혈관이 돌출되는 경우에도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혈관 확장이 심한 경우 출산 후에도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을 수 있으며 혈관이 터져 출혈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통풍이 잘 되고 골반을 압박하지 않는 의류를 착용하되, 하지는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해 정맥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게 권장된다. 음식을 짜게 먹으면 체내 수분량이 증가해 정맥압을 높일 수 있으므로 저염식을 유지한다.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때는 다리를 심장 위치보다 높게 해 혈액순환 촉진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샤워는 아침보다 저녁에 하는 게 정맥혈 순환에 유리하다. 매일 30분 정도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권장된다. 임신 중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외음부를 냉찜질해주면 불편감을 더는 데 도움이 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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