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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환승연애'가 뭐길래

입력 2024-03-20 14:16
신문게재 2024-03-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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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이번 역은 X역입니다. O호선으로 환승하실 분은 이번 역에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환승역에 대한 안내는 지하철이나 KTX에서나 들을 줄 알았다. ‘환승연애’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젊은 층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지금은 유명인의 환승연애에 대한 자세한 안내방송까지 요목조목 들어야 하는 시대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배우 한소희와 ‘응답하라 1988’ 류준열의 열애가 공식화됐다. 이들의 로맨스는 환승 공식에 따라 흐르고 있다. 남녀 사이는 원래 오묘하다. 환승이든 일방통행이든 쌍방통행이든 얼마든지 갈아탈 자유가 있다. 

 

그러나 지하철에서의 환승과 현실 연예 세계에서의 환승은 다르다. 일반인의 환승연애도 버거운데 셀럽의 환승연애는 더더욱 쉽지 않을 수밖에. 당연하게도 오랜 연인이었던 배우 류준열과 혜리 그리고 새로운 연인 한소희를 두고 무척 시끄러운 현상이 펼쳐진다. 심지어 소셜미디어에 무시무시한 ‘식칼 사진’까지 등장했다. 혜리가 한소희의 연예계 7년 선배라는 사실이 또 다른 루머와 잡음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항상 핫한 이슈를 몰고 다니는 한소희와 류준열의 열애는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3월 15일경 하와이에서 두 사람의 몰래 데이트에 대한 이런 저런 목격담이 일파만파 퍼지더니 디스패치를 포함한 사생활 살인면허를 취득한 매체들의 확인사살이 잇따랐다. 그렇게 두 사람의 열애는 공식화되는 분위기였다. 여기까지는 그저 썸남썸녀의 아름다운 알콩달콩의 패턴이었다. 그러나 류준열이 전 연인 혜리와의 이별을 공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여자와의 스캔들이 터지자 연예 미디어를 포함한 호사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력파 가수 하림의 노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에는 세상만사 연애흑역사를 총망라하는 자연스러운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환승연애’의 밑바닥에는 직전 애인과의 관계를 제대로 마무리하기 전에 무책임하게 새로운 연인 관계를 개시한다는 의미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좀 과장하자면 ‘환승연애’는 법이나 윤리, 관습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뿐 마치 불륜이나 패륜을 암시하는 용어다. 이에 한소희, 류준열, 혜리는 일제히 환승연애의 환각, 환멸에 빠졌다.

혜리가 그저 바라만 보지 않으면서 일은 더 커졌다. 그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재밌네”라는 코멘트를 남기면서 부정적인 뉘앙스는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부당한 상황은 절대 넘어갈 수 없는 MZ세대답게 한소희 역시 그냥 넘기지 않았다. 그녀는 혜리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응수하며 “환승연애 프로그램은 좋아하지만 제 인생에는 없다. 저도 재미있네요”라며 식칼을 든 개 사진을 게재했다. 귀여운 개 사진에 어울리지 않은 섬뜩한 멘트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해봐”라는 말풍선이 붙었다. 환승이 무슨 위법, 부당한 행동인가.

결국 한소희, 혜리 모두 자신의 과민반응에 사과 아닌 사과를 던지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 하다. 하지만 대중의 지나친 관심에 소속사들은 무분별한 추측성 게시글에 강경대응한다고 경고했다. 누가 시작한 파장이고 분쟁인데 누구한테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건지. 이번 환승연애 스캔들은 연예뉴스 환자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TMI(Too Much Information)에 모두 지쳤다. 연예인의 환승연애 뉴스까지 환영해야한다면 환장할 노릇이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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