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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은 왜 지방을 기피할까

"인재가 지방을 기피…서울서 한 시간 이내 출퇴근 원해"

입력 2024-04-18 06:37
신문게재 2024-04-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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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청주 팹.(사진=SK하이닉스)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시설 대부분은 수도권에 있다. 삼성전자는 화성·평택에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있고 SK하이닉스는 이천에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를 양산하고 있다. 8인치 파운드리 DB하이텍은 부천에 거점을 뒀다. 여기에 더해 국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용인에 둥지를 튼다. 반도체 공장 유치에 목말라 있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곡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유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질적인 반도체 공장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해 “인력 확보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핵심 인재 대부분이 서울에서 한 시간 이내 출퇴근을 원한다”면서 “인재들을 붙잡고, 모아야 하는 입장에서 수도권 고집은 상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천안과 청주에 반도체 공장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지방 발령이 골칫거리다. 양사는 최근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개발과 양산을 위해 인력 이동을 시켜야 하지만, 젊은 인재들의 거부반응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 반도체 설계로 석사 과정을 마친 20대 한 남성은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재들이 곧 죽어도 수도권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며 “내려가면 인프라 부족에 생활권까지 옮겨야 하는 등 포기할 것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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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력의 경우 지방 기피현상이 더 심하다. 예를 들어 외국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하던 박사급 인재를 데려올 경우 입사하는 1명이 아니라 가족까지 함께 오는 경우가 많고, 자녀가 있는 경우 지방 근무를 더 기피하게 된다. 자녀 교육 문제까지 걸리는 것이다.

소프트웨어(SW)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IT, 게임 등 업체와 인재를 놓고 구인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이들 기업 상당수는 성남에 있다. 만약, 반도체 SW 인력들을 지방으로 보낼 시 이들 대부분이 IT나 게임 업체 이직 가능성도 크다. 메모리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회사와 IT, 게임 업체 연봉은 드라마틱할 정도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지방으로 보내면 대부분 이직을 선택하는 만큼 내려 보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실리와 명분 차원에서 지방 진출 유혹이 없는 게 아니다. 당장 기업 이미지 쇄신과 지역 소멸 해소란 명분이 있다. 지난해 정부는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첨단특화단지를 선정하고 각종 혜택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공장 부지 선정 등 실리도 만만치 않다.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넓은 땅과 공정에 필요한 물, 인근 주민 설득 등에서 그렇다.

앞서 SK하이닉스는 한 차례 쓴 맛을 봤다. 지난 2019년 120조원을 투자해 용인시에 415만㎡(약 126만평) 규모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지를 조성하려 했으나 토지, 용수 문제로 착공이 미뤄졌다. 그러다가 SK하이닉스의 첫번째 팹이 내년 3월에야 첫 삽을 뜬다. 2027년 5월 준공이 목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업 상당수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을 꺼리지는 않는다”면서 “지방 이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두 말 할 것 없이 인재 확보다”고 덧붙였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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