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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고독한’ 김영록 도지사, 시시포스에서 지혜를

입력 2024-04-17 18:32

조재호 기자
조재호 기자 (사진= 브릿지경제)
“저 김영록 요즘 많이 고독합니다. 많이 좀 도와주십시오”



17일 오전 전남도 브리핑룸에서 의대 설립 관련, 호소문을 발표한 뒤 이같이 김영록 도지사가 말했다.

전남도 행정을 이끌며 짊어지고 가고 있는 도백 김 지사는 요즘 고독을 씹고있는 것이다. 그의 이날 발언에서 마치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산 정상으로 무한 반복적으로 밀어 올려야 하는 그리스의 신 시시포스(Sisyphos)가 연상됐다. 시시포스는 힘겹게 바위를 산꼭대기에 밀어 올리면 바위는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그 돌을 다시 올려놓으면 또 굴러떨어져 영원히 똑같은 일을 되풀이해야 하는 운명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형벌을 받는 시시포스와 가장 맥락을 같이 하는 말은 ‘현재를 즐기라’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과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모르 파티’(Amor Fati)라는데 묘미가 있다.

전남권 의대 신설과 관련, 김 지사는 이날 전남지역 30년의 숙원인 의대 신설의 기회는 왔으나 자칫 지역이 분열될 경우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절절함을 호소문에서 주저리주저리 드러냈다.

이날 호소문은 어차피 통합의대에서 단일의대로 방향이 선회하면서 어쩔 수 없는 일로 보인다. 가뜩이나 좁은 지역에서 동부권과 서부권으로 나뉜 가운데 한 곳을 공모를 통해 선택해야 하는 운명은 솔로몬이 현신해도 선택받지 못한 지역은 치명적이다. 공정한 방식을 운운할지라도 탈락한 곳은 불공정이라 말할 것이 뻔하다. 김 지사는 이날 탈락한 지역에 보완대책이라는 당근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쉬운 대목이다.

김 지사는 시시포스의 길을 가고 있다. 그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고독감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카르페 디엠을 느낄 때 해결될 것이다. 이날 도민에 올리는 호소문이 지역 간 과도한 경쟁을 잠재우는 계기가 되길 빌어본다.

전남= 조재호 기자 samdady@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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