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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클릭 시사] 케렌시아

입력 2024-09-01 13:10
신문게재 2024-09-02 19면

케렌시아(Querencia)는 피난처, 안식처라는 의미의 스페인어다. 투우(鬪牛) 경기장에서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벌이는 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을 뜻한다. 투우사와 혈전을 치르느라 탈진 직전까지 간 소들이 피범벅이 된 채 잠시 숨을 고르는 피난처다. 투우 경기장과 관람석 사이에 빈 공간에 주로 마련된다.

케렌시아라는 단어는 ‘귀소본능’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기도 한다. 소들은 거의 막바지에 달했을 때, 사전에 몸을 피할 수 있는 경기장 내 특정 장소를 미리 머릿속에 새겨두고 있다고 하는데, 이곳이 바로 케렌시아다. 생사를 건 마지막 결투를 위해 이곳에서 잠시 몸을 피하면서 죽을 힘을 다해 마지막 에너지를 끌어 모으는 것이다.

최근에는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이 찾는 자기만의 휴식처를 의미하는 용어로도 널리 쓰인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누구의 침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힐링할 수 있는 자기만 아는 휴식 공간을 의미한다. 자신의 차 안이 될 수도 있고, 퇴근 길 버스 맨 뒷자리가 될 수도 있다. 집이나 직장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꾸미는 것도 광의의 케렌시아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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