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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예술 전파하는 선한 AI

2024-06-16 14:22

“우리 승환이(가명) 이 다음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경찰아저씨 모자를 쓰고 파란색 경찰차를 멋지게 운전하고 싶어요.”이같은 승환이의 꿈이 음성인식돼 생성형 AI 프로그램의 프롬프트로 입력됐다. 입력된 프롬프트는 승환이가 원하는 꿈, 미래의 모습을 순식간에 그림으로 바꿔 스크린 위로 띄웠다. 그림을 보며 또 다른 바람을 말하면 상상력이 추가돼 그림이 수정된다. 몇번을 거듭해도 어떤 제약이 없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한계없이 자신들의 바람을 마음껏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대홍기획이 보바스어린이의원과 함께 개최한 ‘어린이 AI 그림대회’의 풍경이다. ‘나의 꿈, 나의 미래’를 주제로 발달 장애 아동들이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베리어 프리 아트(Barrier-free Art) 프로젝트였다. 승환이의 그림을 포함해 이날 제작된 15명의 작품이 6월 5일부터 9일까지 롯데뮤지엄 실버팩토리에서 전시됐고 이후 보바스어린이의원 내 전시를 거쳐 꿈의 주인공인 아이들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예술은 표현의 수단일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창구가 된다. 이같은 AI의 활용은 예술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예술을 통한 치유와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다. 선한 AI로 예술이 우리 곁에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사례는 더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협력해 시각 장애나 저시력 장애가 있는 이들을 위해 AI로 약 100만건의 미술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만들어내는 온라인 컬렉션 작업을 시작했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는 접근성 및 포용성 관리자(Manager of Accessibility and Inclusion)라는 이름만으로도 생소하면서 묵직한 울림을 주는 직책이 있다.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자 카텔레이너 데이너캄프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미술관이 문을 닫았을 때 직원들과 작품 해설문을 작성했지만 그 수는 약 300여개였다”며 “AI가 아니었다면 몇년은 걸렸을 일이 훨씬 빠른 속도로 확장돼 100만개가 넘는 컬렉션에 적용하는 것도 몇 시간 만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청력 상실과 실명을 유발하는 어셔 증후군을 앓고 있는 카린 드 브루는 이번 작업에 연구자로 참여하며 “AI가 생성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머릿속으로 작품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참여자인 시각장애인 앨리스 후스트 역시 “이 프로젝트가 나와 같은 사람들이 박물관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 예술과 역사, 문화와 연결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스스로 저시력 커뮤니티의 일원이자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솔루션 아키텍트 플로리스 호스만은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면 문화 자체도 강화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선한 AI가 이 중요한 명제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돼 예술이 필요한 곳에 더욱 가까이 더 널리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브릿지 칼럼] 누군가를 위해 만드는 노래

2024-05-12 13:23

최근 방영된 3부작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를 혼자 숨죽이며 봤다. 당시 대학로에서는 흔치 않게 계약서를 작성해 배우들의 최소 수입을 보장하고 기여도에 따라 수익을 배분했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는 공연계에 제법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유명 캐릭터 어린이 공연이 장악한 아동극 시장에서 건강하고 따뜻한 정서를 지닌 양질의 아동극을 지속적으로 제작함으로써 어린이극의 명맥을 잇고자 한 숭고한 뜻도 익히 알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야학을 만들어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을 지도하고 달동네 아이들을 위해 유아원을 건립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때 그가 얼마나 어둡고 가려진 곳에 있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보듬고자 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됐다. 특히 놀라웠던 건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상록수’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가 피혁공장에서 일하던 시절 노동자 부부들의 합동 결혼식 축가로 직접 만들었다는 뒷얘기였다. 흑백화면 속 경건한 합동결혼식 장면 위에 김민기의 목소리로 ‘상록수’가 겹쳐질 때 그래서 이 노래가 단조로운 선율임에도 벅차도록 뭉클한 서정을 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클래식 명곡 가운데도 이처럼 누군가를 위한 결혼식 축가로 작곡됐다가 명작으로 오래도록 사랑받게 된 곡이 있다. 바로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다. 프랑크는 당시 음악계에서 큰 명성을 얻고 있던 ‘바이올린의 제왕’ 외젠 이자이의 친구였다. 1886년 결혼식을 올린 이자이를 축하하기 위해 프랑크는 이곡을 작곡해 선물했다. 프랑크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돼 다른 친구인 작곡가 보르데가 이 곡을 이자이에게 전달했다. 결혼식 날 아침 악보를 본 이자이는 “지금까지 이렇게 놀라운 결혼 선물을 받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크게 기뻐하고 보르데의 친척 피아니스트와 짧게 리허설을 한 후 결혼식에서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이 작품을 연주했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박은빈(채송아 역)이 대역없이 직접 연주해 화제가 되며 잘 알려진 곡으로 지난 2018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함께 연주해 46살의 나이 차를 뛰어넘는 환상적인 호흡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성진은 한 기자간담회에서 “정경화 선생님에게 프랑크 소나타를 연주하자고 6년이나 졸랐다”는 일화를 들려주며 이 곡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을 냈고 지난달 내한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역시 특유의 풍부한 음색으로 프랑크 소나타의 명연(名演)을 들려주며 다시금 거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것처럼 이 곡은 많은 연주자들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상록수’와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에는 힘든 현실 속에서도 초연한 자세로 의연하게 삶을 마주하길 당부하는 뭉근한 애정,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며 1악장의 은은한 설렘부터 4악장의 폭발할 듯한 깊은 열정까지 사랑의 양상을 섬세하게 담아낸 정성이 담겨있다. 두곡이 지금까지 오래도록 사랑받는 명곡이 된 데에는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마음이 깃들었기 때문이다.

[브릿지 칼럼] 용기와 인내로 더욱 빛나는 무대

2024-04-07 13:33

2024년 프로야구 개막 후 한화 이글스의 초반 기세가 뜨겁다. 류현진이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옥에 티’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는 남다른 존재감으로 확실한 에이스로서 팀 분위기를 바꾸며 개막 후 7연승이라는 질주를 이끌었다. 그의 힘찬 피칭을 볼 때마다 그동안 그가 겪었던 어깨와 팔꿈치 부상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류현진은 그때마다 꾸준한 재활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비상하며 팬들에게 다시금 안도와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부상의 위험이 따르는 건 스포츠만이 아니다. 무대에 서는 연주자들 역시 부상과 뜻밖의 병마를 마주한 후 인내의 시간을 거쳐 무대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의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는 2005년 공연 리허설 도중 손가락을 다쳐 5년이나 관객을 만나지 못했다.정경화에게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파르티타 전곡 녹음’이라는 숙원이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손가락 부상으로 그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불투명했다. 그러나 부상 중에도 악보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포기하지 않았던 정경화는 2010년, 부상을 이겨내고 기적적으로 무대로 복귀했다. 그리고 2016년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파르티타’ 전곡 앨범을 발매했다. 그녀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투지로 응축된 이 앨범은 발매 후 약 1년 반 만에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한국 클래식 음반사에는 새로운 역사로, 팬들에게는 감동의 보고(寶庫)로 남게 됐다. 갓 스물이던 1980년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 없는 2위로 최고상 수상, 1988년 카네기홀 선정 ‘올해의 세계 3대 피아니스트’ 등으로 세계 클래식계에서 주목받은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2006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그녀는 2008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을 협연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엔 데뷔 50주년을 맞으며 위로를 전하는 앨범 ‘내가 좋아하는 소품들‘(My favorite Works)을 발매하기도 했다. 더불어 그녀는 2008년 뉴욕에 ‘서혜경재단’을 설립해 유방암 환자와 형편이 어려운 피아니스트를 돕는 뜻깊은 행보로 음악을 넘어선 또 다른 삶의 귀감을 보여주고 있다. 2007년 뜻하지 않은 어깨부상으로 한동안 악기를 들 수조차 없었던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는 바이올린 대신 지휘봉을 잡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절망의 순간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낸 그는 연주 외에 지휘라는 새로운 길을 찾으면서 음악적 외연을 넓힘과 동시에 예술적 깊이를 더한 연주자다. “음악과 예술은 우리에게 삶의 길을 제시해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을 반영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음악”이라고 말한 벤게로프는 삶과 음악에 대해 깊은 성찰의 시간을 거쳐 더욱 위대한 음악가로 거듭났다. 음악을 향한 치열한 열정으로 그는 2007년 지휘자로서 카네기홀 데뷔를 마쳤으며 2010년에는 그슈타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최초의 상임지휘자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2011년 당당히 바이올리니스트로서도 재기에 성공했다. 재기 후 벤게로프는 전성기였던 20대 시절 보다 절제된 표현력과 세련된 음색으로 각광받고 있다. 삶의 한계를 치열하게 극복해낸 예술가들의 의지와 생명력은 이 시대를 힘겹게 관통하고 있을 모두에게 의미심장한 가치다. 그들에게 경외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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