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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예술 전파하는 선한 AI

입력 2024-06-16 14:22
신문게재 2024-06-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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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우리 승환이(가명) 이 다음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경찰아저씨 모자를 쓰고 파란색 경찰차를 멋지게 운전하고 싶어요.”



이같은 승환이의 꿈이 음성인식돼 생성형 AI 프로그램의 프롬프트로 입력됐다. 입력된 프롬프트는 승환이가 원하는 꿈, 미래의 모습을 순식간에 그림으로 바꿔 스크린 위로 띄웠다. 그림을 보며 또 다른 바람을 말하면 상상력이 추가돼 그림이 수정된다. 몇번을 거듭해도 어떤 제약이 없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한계없이 자신들의 바람을 마음껏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대홍기획이 보바스어린이의원과 함께 개최한 ‘어린이 AI 그림대회’의 풍경이다. ‘나의 꿈, 나의 미래’를 주제로 발달 장애 아동들이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베리어 프리 아트(Barrier-free Art) 프로젝트였다.

승환이의 그림을 포함해 이날 제작된 15명의 작품이 6월 5일부터 9일까지 롯데뮤지엄 실버팩토리에서 전시됐고 이후 보바스어린이의원 내 전시를 거쳐 꿈의 주인공인 아이들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예술은 표현의 수단일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창구가 된다. 이같은 AI의 활용은 예술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예술을 통한 치유와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다.

선한 AI로 예술이 우리 곁에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사례는 더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협력해 시각 장애나 저시력 장애가 있는 이들을 위해 AI로 약 100만건의 미술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만들어내는 온라인 컬렉션 작업을 시작했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는 접근성 및 포용성 관리자(Manager of Accessibility and Inclusion)라는 이름만으로도 생소하면서 묵직한 울림을 주는 직책이 있다.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자 카텔레이너 데이너캄프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미술관이 문을 닫았을 때 직원들과 작품 해설문을 작성했지만 그 수는 약 300여개였다”며 “AI가 아니었다면 몇년은 걸렸을 일이 훨씬 빠른 속도로 확장돼 100만개가 넘는 컬렉션에 적용하는 것도 몇 시간 만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청력 상실과 실명을 유발하는 어셔 증후군을 앓고 있는 카린 드 브루는 이번 작업에 연구자로 참여하며 “AI가 생성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머릿속으로 작품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참여자인 시각장애인 앨리스 후스트 역시 “이 프로젝트가 나와 같은 사람들이 박물관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 예술과 역사, 문화와 연결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스로 저시력 커뮤니티의 일원이자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솔루션 아키텍트 플로리스 호스만은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면 문화 자체도 강화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선한 AI가 이 중요한 명제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돼 예술이 필요한 곳에 더욱 가까이 더 널리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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