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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청춘vs라스' 솔직과 과장은 한끝 차이

입력 2014-08-2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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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 솔직함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도를 넘는 솔직함은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사진제공=tvN '꽃보다 청춘'(왼쪽)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

 

 

 

'예능아, 예능아, 솔직함을 내어라'


연예인들의 솔직한 발언 한마디가 곧 '충격' '파격'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인식됐던 때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리얼리티'가 예능 프로그램 앞에 붙는 것이 당연한 세태가 됐다. 행여라도 스타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금이라도 속내를 감췄다, 한 껍데기 포장을 풀지 않았다 싶으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쉽다.

 

예능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솔직함이 곧 스타들의 인간적인 매력을 전달하는, 그래서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리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무기를 잘 이용해 호평을 받을 수도 있는 반면 '과장이 아니냐'는 거부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솔직과 과장 그 경계에서 명암이 엇갈리는 것은 한끝 차이란 말이다.

 

많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그 중 케이블 채널 tvN '꽃보다 청춘'은 40대 '꽃중년' 가수 유희열 이적 윤상을 내세워 인기를 누리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는 할아버지 배우, 고고한 여배우를 대상으로 삼은 데 이어 이번에는 실제 오랜 시간 우정을 쌓은 이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가식 없는 진짜 여행기를 그리고 있다.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이하 '라디오 스타')도 작가가 쓴 대본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MC들의 즉석 애드리브와 스타들의 돌발 발언 등으로 솔직한 예능의 선구자가 됐다. 그러나 게스트의 솔직함을 캐내려는 진행 또는 게스트의 과장된 솔직 발언과 폭로전으로 재미를 반감시키는 경우도 있다.

 

먼저 22일 방송된 '꽃보다 청춘'은 유희열 이적 윤상의 페루 여행기에서 마지막 코스인 마추픽추에 오르기 전 일상을 공개했다. 윤상은 여전히 고산병에 시달려 힘들어했다. 그 와중에도 생일을 맞은 아들과 통화에서 금세 미소를 되찾고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며 '아빠 윤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유희열은 아버지로서 자질을 이야기하며 스타 작곡가가 아닌 아직 아빠 역이 어렵기만 한 사람으로서 고민을 털어놔 공감을 샀다.

 

물론 앞서 방송된 여행기에서도 세 남자는 속옷을 입은 마네킹을 보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인증 사진을 찍고, 예쁜 여자들을 찾아 시선을 헤매는 등 본능에 충실한 캐릭터로 웃음을 자아냈다. 또 이적은 어렵게 찾은 숙소에 볼멘소리를 하는 형들 때문에 진심으로 화를 내기도 했고, 윤상이 과거 알콜 중독과 현재 불면증을 앓고 있다는 고백에 마음을 풀고 눈물을 흘려 시청자를 웃고 울게 했다.

 

그들은 '꽃보다 청춘' 제작 발표회에서도 역시 유쾌하고 적나라한 '디스전'으로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진짜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화였고 그것이 고스란히 방송에 묻어나게 됐다. 반면 친구들로서 오갈 수 있는 '19금' 사담과 뒷담화는 방송에서는 '삐' 소리로 처리돼 호기심을 일으키는 동시에 적절한 방송 수위를 지켰다.

 

한편 지난 20일 방송된 '라디오 스타'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폭로들로 분위기를 흩트렸다. 이날 방송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장동혁은 MC 김구라를 타깃으로 삼아 끊임없이 사적인 뒷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모두 김구라의 인간성을 지적하는 사연이었고, 김구라는 그를 부인하며 펄쩍 뛰었다.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 솔직함은 폭로 또는 '셀프 디스'로 곧잘 이어진다. 그러나 '김구라vs장동혁' 구도로 대치돼 상반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맞다' '아니다'만을 부르짖으며 공격하고 해명하는 장면들은 보는 이들마저 답답하게 했다.

 

방송 시간 반 이상을 차지했는데도 결국 재미도 감동도 주지 못한 이야기들은 '라디오 스타' 특유의 질타 대신 '예능인의 숙명 때문에 과장이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포장됐다. '라디오 스타' 본연의 색을 잃은 인상을 줬다.

 

'솔직하다'는 말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의미다. 그런데 방송에서 요구하는 솔직함은 재미를 위해서라면 무턱대고 자신 또는 상대방을 풀어놓는 과장이 아니다. 솔직과 과장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어쩌면 방송인들에게는 가식이나 거짓말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싶다.(더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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