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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안된 귀농' 5가구 중 1가구 다시 도시로

[귀농·귀촌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경남 산청군

입력 2014-10-01 18:10

15전원생활

 

 

 

조약돌이 투명하게 비치는 맑고 깨끗한 물, 더없이 맑은 하늘. 새들은 평화로이 지저귀고 동네 어른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아이들은 드넓은 들판에서 강아지와 뒹굴고 가끔 개울에서 가재를 잡으며 하루를 보내곤 한다. 명절 때만 되면 할머니 집에서 볼 수 있었던 포근하고 그리운 풍경들. 삶이 팍팍해지고 도시의 찌든 생활에 지칠 때면 추억 속의 이 모습을 그리워하며 한번쯤 귀농, 귀촌을 꿈꾼다.



그래서일까. 귀농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예산정책처의 누적 귀농·귀촌 가구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02년 2만 가구를 돌파한 귀농귀촌 가구는 소폭 상승을 유지하다가 2010년 3만7203가구가 되더니 2011년에는 4만7076가구, 2012년 7만2464가구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급기야 2013년에는 10만 가구를 돌파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도 했다. 이는 전체 농가의 9%에 달해 농가 10가구 중 1가구가 귀농·귀촌을 한 셈이다. 가히 귀농·귀촌 ‘붐’이라고 할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도시 직장 생활에 피로감을 느껴 귀농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1955~63년생)의 은퇴가 증가하면서 귀농귀촌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경남 산청군의 경우도 귀농귀촌이 급증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귀농귀촌을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은 매년 40가구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2011년에 170가구(362명), 2012년 202가구(388명), 2013년 206가구(424명)로 점차 그 수가 늘어났다.

장밋빛 꿈에 젖어 귀농귀촌을 했던 이들은 과연 안정적으로 정착했을까.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산청군으로 이주해 온 578가구 중 117가구(20.24%)가 다시 돌아갔다. 5가구 중 1가구가 정착하지 못하고 산청을 떠난 것이다. 

농원에서
서영일씨가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운영하는 블랙베리 농장 전경과 서씨 부부.

 

산청에서 블랙베리 농장을 운영하는 서영일(56·사진 왼쪽)씨는 2011년에 이곳으로 왔다. 그는 귀농을 위해 산청을 찾았지만 2년 만에 위기를 맞아 산청을 떠날까 고민한 적이 있다고 한다. 서씨는 자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자 그동안 현실에 떠밀려 미뤄온 귀농을 결심하게 됐고 산청군에 블랙베리 농장을 지으며 꿈을 실현했다. 그는 블랙베리 농사를 위해 2년에 걸쳐 밤낮 없이 땅의 돌을 골라냈다. 서씨는 “50대 중반의 몸이었지만 꿈꾸던 귀농을 하게 돼 행복한 꿈에 젖어 있었다”고 말했다.

첫해 농사는 성공적이었지만 귀농 2년차에 블랙베리 나무가 모두 죽어버렸다. 숙성되지 않은 소 퇴비를 너무 과다하게 살포한 탓에 물 빠짐이 원활히 되지 않아 뿌리가 모두 썩어버리고 만 것이다. 서씨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고 실패에 대한 자책감으로 다시 도회지로 나갈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도전한 끝에 지금은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고 내년에는 정상 수확이 가능해 1억원 정도의 수익을 바라보고 있다.

서씨는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귀농을 하려면 어떤 농사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지역 선택과 그 지역이 어떤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또 “정말 중요한 것은 귀농하여 교육도 좋고 농사짓는 많은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언제든 배우고 가르쳐 줄 능력 있는 멘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귀농귀촌에 성공하려면 귀농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도시생활을 접고 새롭게 시골 생활을 하다 보면 전원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깨지고 두려움과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목가적인 삶을 원해 귀농·귀촌을 하더라도 농촌에서의 생활 역시 엄연한 현실이기에 구체적인 목표나 대안 없이 ‘가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나 ‘해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으로는 힘들다.

도시와는 달리 최소 1년에서 3~4년, 길게는 5년 이상은 되어야 수확을 볼 수 있는 작물들이 많기 때문에 10년 이상은 귀농한 지역에서 살겠다는 계획을 가져야 정착 후 혼란을 줄이고 경제적 손실도 줄일 수 있다.

가족 구성원 각자가 시골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귀농귀촌을 하기 전에 가족 구성원 전체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후 귀농을 위한 정보수집을 하고 각 지자체의 상담센터를 통해 기를 농작물을 선택하고 그에 따르는 영농기술을 배워야 한다. 정착할 곳을 물색해 주택과 농지를 구입하는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지자체의 귀농시책에 관심을 기울여 본인의 목표와 부합되는 사업을 잘 선택해서 추진해야 한다. 조언과 상담은 필수다. 준비 없는 귀농 귀촌은 자칫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황금빛 꿈에 부풀어 있는 귀농귀촌의 이면에는 실패가 도사리고 있다.

 

 

◇ 산청군은 이렇게 지원해요

 

산청군은 귀농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영농기반 조성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귀농정착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가구당 최대 400만원까지 지원하고 농가주택수리비를 지원하기 위해 300만원 한도 내에서 수리비를 지원한다.

 

또한 농지 임야 묘목 하우스 구입 등에 대해 농업창업자금을 지원하고 가구당 150㎡ 이하 농촌주택 구입 지원금을 지원한다 .

 

귀농인 및 생산자단체를 대상으로는 운영자금, 시설자금을 융자 지원하고 출산 또는 출산예정 여성에게는 농가도우미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산청농업기술센터를 통

해 자문을 구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여러 지원책과 담당자를 통한 교육을 받으면 실패할 확률이 줄이고 빠른 적응을 도와준다.

 

부산=조덕주 기자 600600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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