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꼼수는 정수로 받는다"…'미생'이 가르쳐주는 한수

'의미 없는 돌은 없다' 등 철학 담긴 대사 화제

입력 2014-11-05 10:22

방송가에서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는 tvN 드라마 '미생'의 바탕은 바둑이다.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에 입사한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의 분투를 바둑판에서 미생(未生), 즉 살아있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의 바둑알이 조금씩 성장하는 여정에 빗대어 그리기 때문이다. 

 

원작인 윤태호 작가의 웹툰이 드라마로 과감히 각색되면서 바둑 비중이 다소 줄었다는 아쉬움 섞인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바둑을 통해 연마된 장그래의 통찰력과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는 데 소홀하지 않았다.

 

특히 임시완이나 이성민(오상식 과장 역) 등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덧입혀진 '미생' 대사들은 우리 귓가를 울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둑판과 세상사의 철학이 스며든 '미생'의 어록들을 추려냈다.  

 

AKR20141104166400005_01_i 

 

◇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지난 4화에서 정식 사원증을 목에 걸고서는 감회에 젖은 장그래에게 오 과장이 일러준 말이다. 

장그래의 스물여섯 인생이 바둑판 그 자체였음을 미처 알지 못하는 오 과장은 "넌 잘 모르겠지만, 바둑에 이런 말이 있다"며 운을 띄운다.

 

"이왕 들어왔으니 어떻게든 버텨봐라. 여기는 버티는 것이 이기는 곳이야. 버틴다는 건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미생, 완생.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바둑에서는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完生)이며 그전엔 모두가 미생이라고 이른다.

 

이제 막 인턴 딱지를 뗀 장그래든, 베테랑 오 과장이든 사석(死石), 즉 죽은 돌이 되지 않고 완생이 되려면 부단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같은 처지임을 일깨워 준 대사다. 

 

수많은 미생이 서로 보듬고 도와가며 완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드라마의 전체 메시지를 보여주는 구절이기도 하다.  


◇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다"

 

입사 PT 시험에서 장그래는 블루칼라 집안 출신으로 현장 지상주의를 웅변하는 한석율(변요한)에게 사무실도 또 다른 현장이라고 역설한다.

 

이 장면에서 어릴 적 바둑 스승이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은 없어"라고 가르쳐주던 모습을 떠올린 장그래는 "회사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 이유없이 생산되는 제품은 없다"고 말한다. 

 

이 대사에 크게 위로받았다는 게 많은 누리꾼의 반응이다. 세상이라는 만만치 않은 바둑판에서 우리네 삶이 비록 미생이라고 해도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일깨워 준다는 해석이다. 

 

드라마는 이어 "곤마(살리기 힘든 바둑돌)가 된 돌은 죽게 놔두되 그를 활용해 내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바둑 스승의 가르침과 "실패한 제품은 실패로 두되 그 실패를 바탕으로 더 좋은 제품을 기획해야 한다"는 장그래의 내레이션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좁게는 산업의 원리를, 넓게는 인생의 원리를 말한다.

 

AKR20141104166400005_06_i

 

◇ "꼼수는 정수로 받는다"

 

"판이 안 좋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두는 한 수, 국면 전환을 꾀하는 그 한 수를 바둑에서는 묘수 또는 꼼수라 부른다.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을 칠 듯이 말하고 실제로는 서쪽을 침)랄까. 사장의 눈은 저들을 보면서도 박대리 님을 힐난한다."

 

지난 6화에서 거래처의 부당한 행동에 항의하는 박 대리(최귀화)의 곁을 지키던 장그래는 거래처 사장이 자기네 임원진을 거세게 질책하는 것이 오히려 '꼼수'임을 읽어낸다. 

 

이에 '꼼수는 정수로 받는다'는 바둑의 원리를 떠올린 장그래는 기지를 발휘, 박 대리를 구한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화려한 '스펙'을 쌓는 동안 바둑에만 몰두했던 '아주 보기 드문 청년' 장그래의 숨겨둔 내공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밖에 바둑 어록은 아니지만 "나아가지 못한 길은 길이 아니다" "부끄럽지만 내일은 살아남아야 한다", "나는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것", "기본도 안 된 놈이 빽 하나 믿고 에스컬레이터 탄 세상, 나는 아직 그런 세상 지지하지 않아" 등도 계속 회자되는 명대사다.(연합)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