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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민들레 코하우징 이종혁 소장 "사람냄새 나는 '품앗이 마을' 계속 만들고 싶어"

[나이를 잊은 사람들] 농어촌 마을 공동체 건축 전문가

입력 2015-09-14 07:00

백화마을입구
이종혁 소장의 첫 공동체 마을인 충북 영동군 백화마을의 모습.

 

“우리나라에 ‘마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오늘날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건 품앗이의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국내에서 손꼽히는 농어촌 마을 공동체 건축 전문가인 이종혁(사진) 민들레 코하우징 소장. 이 소장의 꿈은 ‘사람’이 같이 사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1988년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졸업 후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데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것.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단지 마을 조성만을 목표로 했다면, 훨씬 쉬웠을 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마을의 지속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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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민들레 코하우징 소장. 

그는 지난 2008년 충북 영동군 백화마을을 시작으로 마을 공동체 조성에 매진했다. 또 2011년과 지난해 경북 상주시 자전거마을, 새빛들마을까지 총 3곳에서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물론 마을에 들어서는 집들은 모두 이종혁 소장이 추진했다. 


지난해 8월 본지의 ‘행복한 집’에 소개되기도 했던 백화마을은 이 소장의 첫 번째 작품이자 가장 성공적인 마을로 자리잡았다. 백화산 중턱에 자리한 이 마을에선 40가구의 단독주택에 생후 18개월 아기부터 89세 노인까지 100여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마을을 이루는 소프트웨어가 마을 사람들의 ‘품앗이의 미덕’이라면, 마을의 조속성을 유지케 하는 하드웨어는 ‘친환경 에너지 절약’으로 판단했다. 농어촌 주택 건축 전문가답게 그는 모든 주택을 친환경 에너지 절약 주택인 ‘스트로베일 하우스’로 지은 것이다. 산과 함께 살면서 한 달 전기세가 2000원 안팎인 주택을 만든 것이 건축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의 꿈이다.

또한 백화마을과 자전거마을, 새빛들마을의 모든 집들은 입주자들 간 품앗이로 지어졌다. 품앗이의 가치를 모든 입주민이 느껴야 마을 공동체가 지속할 수 있다는 이 소장의 철학 때문이다.

“마을에 살면서 무엇이든 함께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마을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속 가능하고요. 함께 살면서도 서로 ‘남’으로 산다면 도시에서 사는 것과 차이가 없는 거잖아요.”

이곳에 정착한 입주민들은 이처럼 ‘함께 하는’ 마을 문화에 대만족하고 있다. 한 대기업에서 퇴직한 후 서울을 떠나 백화마을로 집을 옮긴 최모(64) 씨는 “평소에 이런 전원생활을 꿈꿨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던 대기업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 지내다 막상 은퇴를 하고 나니 ‘사람’이 보고 싶더라고요. 저와 같이 도시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마을은 로망 그 자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입주 모집을 마치고 내달 착공에 들어갈 자전거마을과 현재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는 새빛들마을에도 이종혁 소장의 더욱 발전된 철학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1호 작품이 백화마을에서의 경험이 더욱 그를 무장시킨 때문이다.

이 소장은 “최근 전원생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지방마다 우후죽순 전원 마을이 생겨나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 중 대부분은 인간관계 문제로 다시 도심을 택하며 마을이 와해되곤 하죠. 이런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입주자 모집 단계에서부터 ‘사람’을 봐요”라고 말했다.

그는 전원마을 조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대의(大義)까지 이루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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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민들레 코하우징 소장이 귀농을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귀농·귀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입주자 모집 단계에 있는 상주시 새빛들마을에서는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마을 앞에 있는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4명에 불과한데, 이종혁 소장이 상주시와 논의 끝에 이 학교에 활기를 불어넣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오는 2018년 상반기 이 마을의 입주가 시작되면,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실시해 도시의 아이들 20명을 1년 동안 이 초등학교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1년간 새빛들마을에서 ‘홈 스테이(Home stay)’를 하게 된다. 사업 계획 단계일 뿐이지만 벌써부터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친다고 이 소장은 설명한다.

여전히 사회적 시선이 따가운 독신 여성들의 귀농·귀촌도 앞장서서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마을 주택 6가구를 셰어하우스 형태로 만들어 독신 여성 입주자를 받아 공동체를 꾸리겠다는 것.

이 소장은 “대학 재학 시절부터 품었던 꿈을 실현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모범적인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이와 같은 공동체가 사회적으로 자리잡는 그날까지 평생을 헌신할 겁니다. ‘사람’이 행복한 마을로 우리나라가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람이 행복한 마을을 만들겠다는 그의 소박한 꿈은 20년의 세월의 더께가 쌓이며 열정을 더 하고 있다.

글·사진=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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