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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종로 속 숨은 새로운 세상, 영화 '암살'의 그곳! 백인제 가옥

[It Place] 영화 ‘암살’의 그곳, 염석진이 숨은 다락방도 그대로

입력 2016-05-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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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한옥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서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근대 한옥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집터는 빌딩 숲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옛 정취를 전해준다.  

 

그늘진 마루에 앉으니 새의 지저귐이 실린 바람이 불어온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고개를 드니 잘 가꿔진 나무들 사이로 새들이 날아다닌다. 직박구리, 참새, 박새 심지어 딱따구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서울 백인제 가옥에서 느낄 수 있는 초여름 풍경이다

 

 

◇ 평일 400명, 주말 800명이 찾는 북촌의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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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제 가옥 입구.(사진=김동민 기자)

 

종로 가회동에 있는 백인제 가옥은 북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대지 위에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별당채로 구성된 한옥 구조물이다.

대지면적만 2460㎡ 크기로 예부터 이름 있는 부호들이 이곳에 살았다. 이곳은 친일파이자 한성은행 전무였던 한상룡이 1913년 건립했다. 이후 언론인 최선익을 거쳐 백병원 설립자로 알려진 백인제에게 그 소유권이 이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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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지만 건물 내부는 일본식 복도와 다다미방이 설치돼 있다. 한국과 일본 양식이 결합된 형식이다.

 

안채 일부는 2층으로 건축됐다. 조선 전통한옥에서 볼 수 없는 일본식 구조로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서울시는 백인제 가옥만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인정해 1977년 민속문화재 제22호로 지정했다. 

 

서울시로의 소유권 이전은 2009년 이뤄졌다. 그 사이 시는 건물 내외부를 과거 모습으로 복원했고 시험 개방을 거쳐 지난 겨울부터 일반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관람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백인제 가옥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역사박물관 이혁수 팀장은 “평일 약 400명, 주말에는 800명 정도가 이곳을 찾고 그중에는 외국인 관람객도 많다. 그들 사이에서 북촌은 중요 관광지고 그 안에서 추천 장소로 백인제 가옥이 꼽힌다. 이곳은 건물과 정원이 잘 꾸며져 있다. 봄과 여름에는 꽃이 피고 겨울에는 단풍이 든다. 겨울에는 눈이 내린 후 생기는 눈꽃이 아주 아름답다”고 웃는다.  

 

 

◇ 영화 ‘암살’의 그곳, 염석진이 숨은 다락방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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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제 가옥 내부에 있는 다락방 계단. 영화 '암살'에서 배우 이정재가 연기한 염석진이 이곳 다락방에 숨었다.(사진=김동민 기자)

백인제 가옥은 평일 기준 하루 4번 가이드 투어를 한다. 이때 자유 관람에서 제한되는 건물 내부를 둘러볼 수 있고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가이드가 빼놓지 않고 설명하는 것이 영화 ‘암살’에 대한 내용이다. 전지현·하정우·이정재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는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다.

백인제 가옥은 극 중 친일파 강인국(이경영)의 집으로 등장해 그 웅장함을 뽐냈다. 극 초반 암살에 실패한 염석진(이정재)은 강인국의 집 다락방으로 숨어 들었다. 

 

백인제 가옥 안채 복도 끝에 실제로 있는 다락방으로 제작진은 ‘염석진이 강인국 집 부엌에 숨는다’는 처음 설정을 집 구조에 맞게 조정했다.

 

‘암살’을 제작한 케이퍼 필름의 김성민 PD는 “영화 배경이 되는 고급 저택을 찾으러 한옥마을이 있는 전주, 광주 등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서울시 소유로 당시 비어있던 백인제 가옥을 찾아 어렵게 섭외했다. 가옥은 그 자체로 보존 가치가 높아 못도 하나 못 박았다. 그래서 벽에 붙여야 할 소품은 철사로 묶고 촬영 후 CG로 지웠다. 부엌에 있는 선반도 직접 다리를 따로 만들어 올렸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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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제 가옥에서 진행된 영화 ‘암살’ 촬영 당시 모습. 케이퍼 필름 김성민 PD은 “집 훼손을 막기 위해 모든 스태프가 조심했다. 하지만 사람이 밟는 잔디는 어쩔수가 없어 추후 보상을 해줬다”고 후일담을 전한다. (사진 제공=케이퍼 필름)

 

그는 이어 “훼손하면 안 된다는 제약이 컸지만 백인제 가옥이 영화 속 설정과 아주 잘 맞아 섭외와 동시에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다락방을 보고 염석진이 숨는 곳을 부엌에서 바꿨고 안채를 강인국이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 등으로 실제 가옥 구조에 맞게 콘티를 구성했다”고 덧붙인다. 

 

 

◇ 백인제 가옥 곁으로 펼쳐진 북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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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5월의 주말, 서울 종로구 정독 도서관을 찾을 사람들이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사진=김동민 기자)

 

백인제 가옥 방문을 마치고 나와 안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바로 북촌 나들이가 시작된다. 북촌은 익히 알려진 서울 명소 중 하나지만 갈 때마다 색다른 기분을 주는 나들이 코스다. 길 주변엔 존재 자체로 세월을 이야기하는 오래된 한옥이 줄을 지어 서 있고 그 사이사이 방문객의 발길을 잡는 음식점들이 숨어있다. 


백인제 가옥 바로 앞이 북촌 박물관이 있다. 그 안엔 조선시대 사용된 목가구가 전시되어 있다. 규모가 작아 아쉽지만 한옥과 또 다른 전통에 대해 알려준다.

백인제 가옥 안쪽에 있는 정독 도서관은 북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반드시 공부하고 책을 읽는 목적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더위에 지친 나들이객의 땀을 적셔주는 시원한 나무 그늘엔 어김없이 엉덩이를 붙일 벤치가 있다. 마침 가방에 읽던 책이 있다면 그곳은 더할 나위 없는 나만의 도서관이자 도심 휴양지가 된다. 

 

사진=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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