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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주년] 일자리 있어야 노후 30년 '만사형통'

[준비 안된 100세 시대] 고령자 적합직종 '만들고, 찾아라'

입력 2016-09-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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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하프타임에 짠 작전을 펼칠 시간이다.”



박재윤 전 통상산업부 장관은 그의 저서 ‘혁신지식 -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9가지 지혜’에서 이같이 말하며 ‘제2의 인생’인 후반전이 이제야 시작됐음을 천하에 선포했다.

교수와 경제연구소 원장, 장관 등을 두루 역임하고 난 뒤이니 그는 이때 이미 65세를 넘어선 노신사였다. 그는 인생 2막을 ‘소통’하는 데 역점을 뒀다. 학교와 기업에서 젊은이를 상대로 ‘지식사회포럼’을 열어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소통하고 공유한 것이다. 그의 이처럼 멋진 후반전은 ‘하프타임’에서 시작됐다. “미래를 설계하면서 하프타임을 보냈기에 후반전을 잘 시작하게 됐다”는 게 박 전 장관의 지론이다.

여기서 박 전 장관의 키워드는 ‘하프타임을 어떻게 보내느냐’이다. 그는 미래를 설계했다.

100세 시대 전문가인 강창희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 대표는 “일자리가 정답”이라고 강조한다. 늙어서도 일자리가 있어야 돈도 벌고, 배우자와 좋은 사이도 유지하고, 친구도 만나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고,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 수명은 남성이 82세, 여성이 85세(2015년 기준)다. 고령화 사회는 은퇴 후 적게는 20년, 많게는 30년을 경제활동 없이 삶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8년 7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0%를 넘어섰고, 2026년에는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사회로 인해 노령연금이나 노인 복지문제, 정년제도, 경제 저성장 등 다방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갈등은 이미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29.5%)은 OECD 평균(12.7%)보다 높으나, 소득수준은 60세 이상이 가장 낮으며 적자가구 비율은 60세 이상이 가장 높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은퇴 후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노인형 일자리 제공’이라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먼저 숫자만 늘리는 ‘값싼’ 일자리 창출 정책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미 ‘하프타임’(은퇴)에 들어섰거나 곧 들어설 40~50대 중·장년층도 자신과 직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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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사회’를 맞이했지만, 정부의 ‘고령화 정책’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연금은 100년이 넘은 외국에 비해 40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어 연금 수령액이 낮다. 조기퇴직에 연금 수령까지의 긴 소득공백으로 노년이 되기 전 노후자금을 다 쓰게 되는 구조다.

더불어 중·장년의 노동시장 재진입이 쉽지 않은 가운데, 이들의 안정된 삶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절실한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노인일자리사업은 월급여가 20만원 수준으로 10년째 변함이 없다. 일의 질이 낮은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전 경력과 상관없이 고령자 우선 고용 직종의 대부분이 단순 노무직이다. 은퇴자들을 위한 교육도 진행이 되고 있지만, 이전의 직위와 관련된 전문교육이나 새로운 직업을 위한 교육 등 구체적인 일자리 교육 시스템이 더 필요하다.

일 중심의 문화만 자리잡고, 여가 문화가 부족한 것도 생각해 볼 사안이다.

프랑스는 가벼운 여행이 노인 건강에 매우 좋은 점을 감안, 자신의 비용으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저소득층 노인에게 여가비의 70%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임시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실버인재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파트타임 일자리를 제공하고, 남는 시간에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해준다.

지은정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고령자 적합 직종의 세부 직종·직업은 426개인데 그 중 절반 이상은 인기가 없어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직종·직업 개발이 필요하다”며 “한국도 서로 달리 운영되고 있는 일자리 찾기와 자원봉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시니어클럽협회 관계자는 “고령화 진행은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뜻으로 노인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고령화 정책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라며 “베이비부머들이 생산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며 그에 맞는 복지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책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직업세계 변화에 대한 중·장년층의 인식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팀 연구위원은 “직업을 준비하는 데 있어 핵심 2가지는 ‘자신의 이해’와 ‘직업세계의 이해’”라며 “본인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본인의 경력, 능력, 흥미, 취미 등을 살펴서 진입 가능한 직업이 있는지, 그 직업의 요구조건은 무엇인지를 살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운영하는 ‘중장년일자리 희망센터’나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제공하는 각종 취업정보, 훈련정보, 직업정보를 살펴보고 직업상담원이나 취업컨설턴트와 상담해 필요하면 교육훈련을 받고 자격도 취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은희·신태현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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