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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정의를 돈으로 살 수 있을까?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입력 2016-11-29 16:17   수정 2016-11-30 00:21

몬테_류정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에드워드 단테스 역의 류정한(오른쪽)과 자코포 김선.(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라이선스, 1800년대를 배경으로 한 고전, 대극장 뮤지컬, 벌써 네 번째 공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2017년 2월 1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가 짊어져야할 짐은 촉망받던 젊은 선원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하는 주인공 에드워드 단테스(후에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는 주인공, 류정한·엄기준·신성록·카이)의 삶 만큼이나 녹록치가 않다.

초연, 재연, 삼연에 비하면 무대도, 의상도, 영상도 세련됐다.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그릇된 마음, 권력욕, 명예욕으로 똘똘 뭉쳐 에드워드를 가둔 3인의 악당 몬데고(최민철·이상현), 빌포트(조순창·정동효), 당글라스(장대웅)가 차지게도 부르는 ‘역사는 승리자의 것’(A Story Told)은 익숙하게도 귀가를 맴돈다. 

 

[2016 몬테크리스토] 우린 사랑하니까_엄기준 린아_EMK제공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에드몬드 단테스 엄기준(뒤)과 메르세데스 린아.(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몬테크리스토가 복수를 다짐하는 1막 마지막 곡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Hell to Your Doorstep), 메르세데스(조정은·린아)가 에드워드에게 결투를 신청한 아들 알버트(정택운·임준혁·박유겸)를 살려 달라 애원하는 ‘세월이 흘러’(All This Time) 등 넘버들은 여전히 훌륭하다.

하지만 1500쪽짜리 원작을 2시간 남짓으로 압축하면서 개연성 확보나 인물의 세심한 감정 묘사 보다는 이야기 진행에 급급한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 없다.

1막은 극의 핵심인 복수를 위해 이야기의 기초를 다지거나 캐릭터와 그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등에 집중한다. 지하감옥에서 만난 스승 파리아(조원희·이종문) 신부에게서 지식, 몸가짐, 칼싸움 등을 훈련받고 탈출해 해적들을 만나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은 중국 무협지를 연상시킬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2016 몬테크리스토] 축배_카이_EMK제공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약혼식 중 잡혀가는 에드워드 단테스 카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1막 중 ‘정의’를 논하며 에드몬드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빌포트가 몬데고·당글라스와 손잡는 계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에드워드의 억울한 몰락과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의 부활까지에 집중하다 보니 실제 복수와 화해가 이뤄지는 2막은 허술하게도 흘러간다. 


몬테크리스토와 알버트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쌓아가거나 메르세데스가 몬데고와 결혼을 하고 헤어지겠다 결심하는 과정은 과감하게도 생략됐다. 사정이 이러니 몬테크리스토가 모든 것을 용서하고 사랑과 화해를 선택하는 전개 역시 엉성하기만 하다.

그 허술한 이야기를 채우는 것은 역시 배우들과 최근 맞이한 최순실 사태로 새삼 남다르게 다가오는 극의 메시지들이다. 몇몇 신인들의 움직임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배우들의 가창력과 연기력은 한껏 발휘된다.  

 

신성록_조정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에드워드 단테스 신성록(왼쪽)과 메르세데스 조정은.(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특히 전작 ‘잭 더 리퍼’, ‘마타하리’ 등에서 재능과 실력을 한껏 발휘하지 못하는 듯하던 류정한은 적나라한 긁는 소리와 고르지 못한 마이크 음량 등 음향 사고(?)마저 눈감게 할 정도로 압도적인 무대를 선사하며 메르세데스들은 아름답고 애달프다.

한 사람을 몰락시키기 위해 의기투합한 악당들, 그들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세상 등 한 인간과 그에 얽힌 이들의 삶이 어떻게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실화다. 2016년의 지금, 대한민국에서 보다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원작소설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는 실제 사건의 주인공이 복수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노해 써내려 간 것으로 알려진다. “돈으로 정의를 사버리겠어!” 몬테크리스토의 일갈은 어쩌면 그 소식을 접하고 분노했던 뒤마의 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200여년이 흐른 2016년 대한민국, 정의를 위해 매주 토요일 광장을 뒤덮는 100만 촛불의 분노를 닮았다. 정의를 돈으로 살 수 있을까, 역사는 과연 승리자들만의 작품인가 등 현세태로 유난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의문과 메시지들이 서글프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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