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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lay 인터뷰] ‘에드거 앨런 포’부터 ‘서울의 달’까지, 악보로 대화하는 사이?! 노우성 연출·김성수 음악감독

입력 2016-12-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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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부터 ‘서울의 달’까지 벌써 올해만 네 번째 함께 하는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올해만 4번째다. ‘에드거 앨런 포’로 시작된 인연이 ‘페스트’, ‘록키’를 거쳐 ‘서울의 달’까지. 서로를 한집에 살아도 만나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 같다고 표현하는 노우성 연출·김성수 음악감독은 2016년을 함께 시작해 마지막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두 사람의 공식적인 첫 의기투합작 ‘에드거 앨런 포’ 훨씬 이전에 내년 개막 예정인 작품의 연출과 음악감독으로 첫 대면을 하고 우연이 겹치면서 필연처럼 서로를 찾게 되는 사이가 돼 버렸다.



“너무 합리적이고 배려를 많이 해주세요.”

김성수 감독의 말에 노우성 연출이 “연출의 상상력을 무대와 공간으로 실현하고 음악적으로 채울 때 제가 생각한 것 보다 한두발은 더 앞서서 보여주신다”고 답한다.

“연출은 최초의 관객이잖아요. 저 역시 관객 같은 입장으로 감독님의 음악을 기다리게 돼요.”


◇악보로 대화하는 예측가능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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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음악감독.(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예전에 보컬 코치를 하셨을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으세요. 의사소통을 할 때 두 단계는 줄죠. 악보를 정리할 때도 (노우성) 연출님께서 (음악 관련)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다루시니 악보를 그대로 넘기면 바로 가사가 붙어서 와요.”

김성수 감독의 말에 노우성 연출이 “서로 예측 가능한 사이”라고 두 사람의 관계를 정리한다.

“저는 그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연출은 보통 노래를 들어야 판단이 되는데 악보로 소통이 가능하니 지금 당장 제 귀에 들리지 않아도 예측이 가능해지죠.”

악보로 대화하며 예측가능한 사이가 되면서 불안감은 옅어지고 서로에 대한 배려와 믿음은 깊어졌다. 노우성 연출은 음악적으로 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김성수 감독은 극적인 요소에 중점을 두고 접근한다.

“저는 편곡이나 지휘를 할 때 오케스트라가 예비박 없이도 갈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해요. 그게 덜 음악적이긴 하죠. 하지만 뮤지컬은 드라마와 호흡하는 장르예요. 음악이 드라마나 작품을 뒷받침할 수 있게 하려면 오히려 음악을 안하는 사람 입장에서 고민을 시작해야 음악적 시도가 다양해지거든요. 저는 드라마를 훼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음악적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고 연출팀에게는 선택의 폭을 좀 넓혀줄 수 있죠.”

음악적 요소를 강요하기 보다는 드라마와의 호흡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김성수 감독은 “정 안되면 음악으로 처리하지만 안되는 게 어딨어요?”라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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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음악이 법이 되게 많더라고요. 음악감독님이 음악적으로만 계속 얘기하시면 정말 협업이 힘들어요. 그런데 김성수 감독님은 철저하게 드라마 위주로 관객들이 바라보는 호흡을 잘 포용하시려고 노력하시죠.”

두 사람의 이 같은 호흡은 ‘에드거 앨런 포’의 ‘갈가마귀’로 빛을 발했다. 김성수 감독이 첫 공연 일주일 전 30분만에 쓴 이 곡을 노우성 연출은 진득하게 기다렸다.

“몇 가지 버전이 있어서 고민이 좀 길어졌었어요. 다른 연출님이었으면 그 넘버가 극에 못들어갔을 거예요. 처음 곡을 들고 갔을 때 가사도 만들어주셨어요. 그걸 또 제가 무시하고 다르게 썼는데 또 다시 가사를 써주셨죠.”

김성수 감독의 말에 노우성 연출이 “신뢰를 주시니까”라고 답한다.

“어떤 분위기로 갈 거라고 굉장히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주세요. 예시음악까지 잘 들어주셨거든요. 그에 맞춰 저는 다른 걸 준비하고 있으면 돼요. 까마귀 영상 등 음악이 나오고부터 준비하면 늦지만 저희는 미리 소통해서 일주일 전에 나와도 되게끔 맞춰두거든요. 그 결과 역시 어긋남 없이 딱 맞게 녹아들었죠.”

예측가능한 사이의 시너지는 굉장하기도 하다. 본공연 직전에야 완성된 ‘갈가마귀’와 ‘오버추어’는 김성수 감독과 노우성 연출 뿐 아니라 에드거 앨런 포 역의 배우 최재림과 영상감독까지 상상하던 그대로라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천재작가, 서태지 그리고 이번엔 국민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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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부터 ‘서울의 달’까지 벌써 올해만 네 번째 함께 하는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노우성 연출은 천재작가의 일생과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멤버 에릭 울프슨의 음악을 바탕으로 한 ‘에드거 앨런 포’, 알베르 카뮈의 이야기와 서태지의 노래로 꾸린 ‘페스트’ 등 전작들에게 “천재들 사이에서 힘들다”고 호소하곤 했다.

그리고 이번엔 한석규, 최민식, 채시라가 스타로 발돋움했고 시청률 40%를 넘었던 국민 드라마 ‘서울의 달’이라는 원작드라마와 드잡이를 해야 했다.

“‘촌스럽다’는 단어가 폭력적이라고 생각해요. 판단기준도 없는데다 ‘촌스럽다’는 단어가 씌워져 버리면 헤어날 수 없게 돼 버리거든요. 처음엔 그에 대한 압박감 있었어요. 워낙 유명한 드라마인데다 90년대 드라마지만 7, 80년대 이야기를 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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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자칫 촌스럽고 옛날 것 같은 극을 어떻게 포장해 2016년 지금의 관객들에게 보여줄까가 가장 큰 고민이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다 바꿔서 요즘 뮤지컬 취향으로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맞아 우리 이랬었지…이렇게 설레던 때도, 힘들 때도 있었지 라는 마음을 들게 하는 게 먼저 아닌가 싶었죠. 원작이 가진 힘을 그대로 살리자 했어요.”

고민 끝에 원작의 힘을 살리자는 결정을 내리면서는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대사가 많은 작품이고 그 언어가 캐릭터화돼 재밌는 작품인데 대극장에서 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한두명이 이야기의 중심인 구조잖아요. 그래서 언어를 굉장히 많이 생략했어요. 원작이 가진 언어적 엑기스는 살리면서 굉장히 생락하고 간단하게 이미지화하면서 아주 스피디하게 진행시켰죠.”

이에 김성수 감독이 “예상과는 반대로, 올해 작품 중 가장 빠른 것”이라고 설명을 보탠다.

“90년대인데 촌스럽지가 않아요. 그때는 자신의 얘기를 각자의 방법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돼 있죠. 그때가 2016년이랑 다른가 싶어요. 더 힘들다는 거 말고는 문화적으로 지금보다 크게 촌스러운 시대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부담을 털어내고도 시골에서 상경한 두 남자 그리고 재개발에 대한 이야기라는 자체는 변할 수 없는 핵심요소였다. 이를 노우성 연출은 ‘원죄’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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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음악감독.(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원작은 달동네 이야기지만 서대문형무소 부근 마을, 예전 타워팰리스 옆에서 마지막까지 버텼던 마을 등 불과 몇 년 전에도 벌어졌던 일이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얘기로 풀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상징화했죠.”

이렇게 말한 노우성 연출은 돈을 신격화하는 메시지들로 들어찼고 ‘아멘’으로 끝이 나는 넘버 ‘축복있으리’를 예로 들었다.

“땅을 신격화하는 사회비판 곡이죠. 자본이 꿈보다 훨씬 중요해진 시대, 누군가 ‘20억원 준다면 감옥에 2, 3년 정도 갔다 올 수 있지 않아?’라더라고요. 이제 젊은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돈이 최고라는 인식이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사람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서울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서사가 왜 갑자기 건너뛰지 할 수도 있는데 굳이 채우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얘기들이죠.”


◇라이트한 록과 웅장한 오케스트라, 있는 재료로 맛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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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부터 ‘서울의 달’까지 벌써 올해만 네 번째 함께 하는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전형적인 록은 (뮤지컬) 밖에서 많이 했었으니까 뮤지컬을 할 때는 좀 덜 록적이면서 클래식한 걸 추구하는 편이에요. ‘에드거 앨런 포’ 때 곡은 시규러스(아이슬란드의 유명 밴드)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번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처럼 완전 클래식하게 풀 작정이었는데…스토리를 풀어가다 보니 라이트한 록과 오케스트라가 어울려 콜드플레이에 가까운 곡들이 만들어졌어요. 생각보다 밝고 가볍고 신나다가 마지막에 임팩트를 주는 그림이죠.”

김성수 감독의 지휘는 열정적이기로 유명하다. 기능적으로 존재하는 느낌의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무대와 에너지를 주고받는 지휘에 스스로 “나 코리안 시리즈 마무리 투수 같지 않냐”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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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음악감독.(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멋 내려는 게 아니라 저는 그렇게 지휘를 해야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곤투모로우’ 초반에 배우들한테 방해될까봐 되게 콘체르토(협주곡) 지휘하듯이 살살 해봤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러다 하고 싶은 대로 하니까 오히려 공연이 잘 돌아가더라고요. 운동도 되고….”

뮤지컬은 연기는 물론 노래도 중요한 극 형식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의 달’ 주인공인 홍식 역의 이필모는 안정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뮤지컬 배우는 아니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쉬운 문제도 아니었다.

“감독은 현재 있는 재료를 정확하게 판단해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에요. 이런 텍스트, 이런 배우, 이런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관객들에게 자연스레 녹아들게끔 해야하죠.”

한정된 기간과 주어진 재료, 이에 음악감독은 늘 선택의 갈림길에 서곤 한다. 발성의 문제인지, 박자감각의 문제인지에 따라 그 해결책도 달라지곤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재림이 노래를 한다면 박자는 전혀 걱정을 안해요. 제 카운트가 있든 없는 정확하게 찾아들어가거든요. 다만 그의 강력한(?) 자신감으로 나는 간헐적인 삑사리(음이탈), 12도까지 가려다 10도에서 멈추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죠.”

고정페어로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이필모·박성훈, 서울뮤지컬단의 허도영·이승재의 김홍식·이춘섭은 노우성 연출의 표현을 빌자면 “적나라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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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완전 다른 두 작품 같죠. 허도영의 홍식은 소년처럼 순수해요. 아무리 때를 묻히려고 해도 안되죠. 이필모 홍식은 또 완전 반대예요. 음악에 대한 소화력은 못채울 수도 있지만 연기 맛은 제대로 잘살리고 있어요.”

대극장 뮤지컬의 백미는 앙상블과 공간의 활용이다. 이에 대해 노우성 연출은 “기관 소속 배우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작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오디션 등을 통해 살아남아야하는 외부 배우들에 비해 야성은 좀 떨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평생 뮤지컬 연기를 위해 애쓰신 분들이라 기본이 되게 좋아요. 밖에서는 걸음걸이부터 가르쳐야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게다가 1년에 2번하는 정기공연이다 보니 정말 열심히 열정적으로 임하시죠.”

대극장 중에서도 유난히 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한두 사람의 감정에 깊이 들어가는 구조를 가진 ‘서울의 달’을 올리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고 가장 많이 고민을 한 것은 공간의 활용이었다. 이에 타이거릴리즈 밴드처럼 아코디언, 북 등 트리오가 무대를 누비게 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오갔다.

“공간이 감당이 안되는 느낌도 있었어요. 그래서 관객들이 캐릭터에 몰입하게 하는 데 신경을 썼어요. 빈 데를 안보고 인물을 따라 가는 구조를 만들었죠.”


◇7분짜리 몽타주, 보편적인 정서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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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부터 ‘서울의 달’까지 벌써 올해만 네 번째 함께 하는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김성수 감독님이 아니면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장면이죠. 언어로 표현되던 것들을 7분짜리 배경음악으로 채웠거든요.”

노우성 연출과 김성수 음악감독이 ‘서울의 달’ 중 마음에 와닿는다고 꼽은 장면은 7분짜리 몽타주다. 홍식이 자신이 원하는 성공에 가까워지는 장면으로 정상으로 향할수록 몸과 영혼은 황폐해져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처럼 시퀀스를 잘게 쪼개 김성수 음악감독의 편곡으로만 채워진 장면이다.

“깨끗한 빨강으로 시작해 검붉게 가다가 모노톤으로 변했다가 툭 치면 으스러지는 재처럼 사그러지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홍식의 내면을 상징하는 달의 색 역시 드라마 구조를 닮아 있죠.”

두 사람이 입을 모아 꼽은 이 장면과 더불어 노우성 연출은 호스트계의 레전드 성충만 선생의 ‘그녀 사용법’을, 김성수 감독은 ‘1막 피날레’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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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저희 최종일 작곡가가 필요 이상으로 진지한 걸 못견뎌해요. 자칫 유치한 비장미가 흐르거든요. 좀 진지해야할 장면에 음악을 틀어 유쾌하게 풀어냈죠. 그런 특성을 잘 드러낸 장면이 ‘그녀 사용법’이에요. 그녀 사용법 설명대로 뒤에서 여자 배우가 행동을 하죠. 작품 전체가 심각한 얘기이자 아프고 힘든 사람들의 일상이지만 전체적으로 즐겁게 푸는 게 ‘서울의 달’의 음악적 특징이죠.”

‘1막 피날레’는 말 그대로 1막의 마지막 곡이다. 대사 문제로 절제해야하는 음악이 한껏 힘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넘버기도 하다.

“1막에 정보를 주고 2막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대극장 뮤지컬의 공식 같은 게 있어요. 어떨 땐 답답할 때가 있거든요. 여러 곡의 리프라이즈(앞의 노래를 변주하여 연주하는 곡)를 합쳐서 구성했어요.”

마냥 유쾌해 보이지만 밝은 선율 사이사이에 어두운 사운드가 끼어들어 변주되는 넘버다. 이에 마냥 비극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엔딩 역시 농도가 조절돼 표현된다.

“제 취향 같아서는 일말의 희망도 가지지 않는 결말을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주말마다 촛불집회가 있는 시대잖아요.”

그렇게 밝음과 어두움의 변주, 비극의 농도조절 등으로 그들이 하고자 했던 얘기는 보편적 정서의 소중함이었다.

“당시에 했던 얘기들이 지금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니라는 걸 상기시키고 싶었어요. 우리가 많은 걸 잊고 살았구나…그런 생각이 살짝만 스며도 좋을 것 같아요.”

김성수 감독 역시 “신파나 클리셰 등이 그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역편견으로 획일화되는 사회가 돼 버린 것 같다”며 “보편적인 정서의 소중함이 전달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아픈 손가락 ‘록키’ 그리고 개선을 위한 결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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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음악감독.(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뮤지컬은 총체적인 결합들이기 때문에 음악과 드라마 외적인 것들이 너무 많아요.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을 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연출님이 오해를 많이 받은 한해 같아요. 그렇게 쌓인 오해들을 ‘록키’ 한편으로 뒤집을 수 있겠다 싶었죠.”

김성수 감독에게 ‘록키’는 팬들이 만들어준 액세서리를 여전히 몸에 지니고 다닐 정도로 아픈 손가락이다. 프리뷰 바로 전날 공연이 취소되는 아픔은 “애도를 표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깊었다.

“정말 잘나왔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1990년대 얼터너티브 음악이 나오면서 록에도 읽을거리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날라리들의 파티나 비싼 오토바이를 몰고 여자들하고 놀던 시대가 가고 문학적인 음악으로 변모하던 시기였죠. 신가한 게 그 음악들은 박제 같아요. 역사상 이렇게 안변한 음악이 있나 싶을 정도죠. 2000년대 신자본주의로 들어서면서 낭만을 얘기할 여지조차 없어진, 그래서 개별성까지 떨어진 시대에 그 음악들을 베이스로 해서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부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애드거 앨런 포’, ‘페스트’ 등 1년 내내 (작품 속에서) 사람들을 죽여 왔다(?)는 두 사람은 ‘록키’를 ‘힐링작’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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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부터 ‘서울의 달’까지 벌써 올해만 네 번째 함께 하는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한국적으로 바꾸면서 굉장한 헝그리정신이 발휘되기도 했어요. 시합장면도 실제 격투신처럼 합을 맞추면서 바꿔갔죠. 첫 번째 런(처음부터 끝까지를 실제 공연처럼 하는 연습)하고 나서 태어나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어요.”

그만큼 노력했고 만족스러웠던 작품이 취소되면서 두 사람은 눈물바람의 연속이었다. ‘록키’ 취소사태와 ‘곤투모로우’ 공연기간이 겹쳤던 김성수 감독은 공연이 끝나고 앙상블 소개 시간에 ‘록키’의 배우들을 떠올렸다. 너무 울어 인사를 못할 정도였고 팬들의 ‘록키 파이팅’이라는 위로에 또다시 울컥거리기 일쑤였다.

“내년에 올릴 극 오디션을 보는데 ‘록키’의 앙상블 막내가 왔어요. 같은 연습실, 같은 반주자, 같은 배우가 노래랑 연기를 하는데 너무 늘어 있는 거예요. 그 절박함에 또 울컥했죠.”

그렇게 눈물바람으로 ‘록키’를 보내면서 배우기도 많이 배웠다.

“뮤지컬 제작 구조에 대한 고찰도 좀 있었어요. 제 후배들은 이런 말도 안되는 구조에서 일 안했으면 싶어서 조금 무리해서라도 SNS를 통해 목소리를 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관련된 이들만 이해할 수 있는 암호같은 글을 계속 올리고 있죠.”

누군가에겐 절박한 외침이고 또 누군가에겐 볼멘소리일지도 모를 김성수 감독의 이 암호같은 소리는 업계에 찍힐 희생을 감수한 결정이었다.

“제가 뮤지컬계를 떠나더라도 이런 식으로는 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저 뿐 아니라 (노우성) 연출님 등 뜻이 맞는 분들과 뭐라도 좀 해보려고 구상 중이에요. 아주 간단한 것들, 결과적으로는 약속들이에요. 금전적 보상,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 그리고 그것들의 실행이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자는 거죠. 지금의 문제는 그 세 가지가 다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거예요. 적어도 함부로 약속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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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지키지도 못할 약속으로 배우, 연주자, 연출부 등을 모으는 현행 제작 시스템을 개선하고 싶다는 김성수 감독은 “시작은 했는데 제가 영향력이 그다지 크질 않아서 좀더 열심히 하려고한다”고 웃기도 했다. 2016년 가장 주목받았고 핫한 음악감독으로 급부상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사뭇 비장하다. 

 

“힘든 싸움이죠. 제일 힘든 지점은 저희가 하는 일이 무가치하다고 느껴질 때예요. 창작하는 일이 왜 이렇게 무가치하게 느껴지는지…그래서 더 힘든 거 같아요. 저도 열심히 살았지만 현 상황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어요. 후배들에게 좀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우리가 하는 일이 가치 있다는 걸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많아요.”

노우성 연출의 호소에 김성수 감독은 “우리도 물욕이 있다는 걸 기본으로 하는 게 중요한 처신같다”며 “각 파트의 이기심을 발로 시켜서 수습이 안되는 상황이 한번 휘몰아치고 카오스가 생겨야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보다 “버라이어티하고 아름다우며 판타스틱한” 2017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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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부터 ‘서울의 달’까지 벌써 올해만 네 번째 함께 하는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제가 만날 우리는 맞벌이 부부라고 얘기해요. 올 한해 너무 힘들게,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제가 감독님 만나고 그랬어요. 간만에 크리에이터로서 나를 설레게 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저는 그 설렘이 좀 사라져서 테크니션이 돼 있던 시기였거든요. 저에겐 완전 활력소였죠.”

그렇게 노우성 연출은 김성수 감독으로 인해 창작자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2016년을 바쁘게도 보냈지만 돈을 버는 경제활동 제로 혹은 마이너스에 이를 정도로 불균형한 시스템을 온몸으로 겪었음에도 두 사람은 “그래도 가치 있는 한해였다”고 입을 모은다.

“예술적으로 방전되고 소비되며 지쳤고 경제활동도 안되니 속상하죠. 하지만 많은 걸 배웠고 무대란 공간에서 울림을 만들어내 관객과 호흡하는 재미를 만끽했어요. 굉장히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어요.”

그런 과정 중에서 그들은 관객들이 있어 존재할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관객들께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우리가 한 모든 작품을 싸잡아서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다 만족한다고 말씀드리기도 어렵거든요. 더 잘 만들 수 있었는데 그렇게 못한 게 죄송하죠. 관대하지 않으셔도 할 말이 없는데 관객분들이 엄마의 눈으로 봐주시니까 감사하죠.”

그들의 표현처럼 “2016년을 버라이어티하고 아름답고 판타스틱하게 보낸” 두 사람은 2017년 초반을 휴식기 혹은 혼자만의 시간으로 비워뒀지만 여전히 경주마처럼 달리고 싶은 마음도 불쑥불쑥 고개를 들곤 한단다.

“제가 쓴 글과 곡으로 작품 전체를 책임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한번쯤은 책임도 영광도 모두 제가 지고 만끽하고 싶거든요. 영화가 될 수도 드라마가 될 수도 있죠. (노우성) 연출님도 도와주신다고 하시고 (정)재일이도 기꺼이 돕겠다고 해서 조금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내후년 정도 선보일 계획이죠. 내년에 하고 싶지만 그러면 제가 가루가 될 것같으니….”

김성수 감독의 바람을 듣고 있자니 두 사람의 2017년은 2016년 못지않게 “버라이어티하고 아름다우며 판타스틱”하지 않을까 싶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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