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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낙원을 품고 있는 멕시코 휴양도시, 푸에르토 바야르타

서부 대표적 휴양지, 폭파실험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히든비치’ … 마리에타섬서 선셋 선상파티

입력 2017-02-13 15:30   수정 2017-02-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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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꽁 해변 중앙광장 ‘아르마스’ 인근의 동상들

여행 중 당초 계획보다 더 오랫동안 과달라하라에서 머물렀다. 배우고 싶었던 스페인어도 공부하고, 한동안 소홀했던 운동도 다니면서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를 몸소 실천했다. 장기여행 중에 겪는 평범한 일상은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멕시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푸에르토 바야르타’는 서부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로 과달라하라에서 차로 약 3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대서양과 마주하고 있는 푸에르토 바야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해변이라 불리는 ‘히든비치’(Hidden Beach)로 유명하다.


히든비치는 본래 무인도였다. 멕시코 정부는 이 곳에서 폭파실험을 진행하곤 했는데, 이 과정에서 동굴의 천장이 열려 숨겨져 있던 해변이 오직 하늘에서만 보이는 아름답고 독특한 구조를 갖게 됐다.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장소’로 손꼽히며,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열대기후가 온몸을 감싼다. 높은 습도에 연중 최저기온이 21도라니,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었음에도 이내 땀범벅이 된다. 당장이라도 눈앞에 펼쳐진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싶을 정도다.


거리 곳곳에서는 익살스러운 모습의 동제 조각들이 눈에 띈다. 일그러진 표정들은 푸에르토 바야르타의 뜨거운 날씨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 이곳의 경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높은 곳으로 숙소를 예약했다. 아침저녁으로 운치 있는 바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부푼 기대감을 갖고 있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절벽이나 다름없는 높은 언덕뿐이다. 푹푹 찌는 날씨에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니 겁부터 난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에어컨을 켰다. 낡고 오래된 에어컨에서 나오는 약한 바람조차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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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녁의 아르코스원형극장 모습
어느덧 해가 저물어 매서운 더위가 가고, 선선한 바람이 몸을 감싼다. 노을진 바다를 바라보며 말레꽁(Malecon) 해변을 따라 걷는데 중앙광장인 ‘아르마스’(Plaza Principal de las Armas)에 가까워지니 화려한 불빛들과 시끌벅적한 소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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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꽁 해변길
바다 가까이 즐비하게 늘어선 레스토랑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건너편 야시장에서는 먹음직스러운 간식들이 달콤한 향으로 코끝을 유혹했다. 아르마스광장에 위치한 ‘아르코스원형극장’(Los Arcos)에서는 끊임없는 박수와 갈채가 새어나온다. 은은한 조명과 숨죽인 관객들 사이로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노래 ‘Thinking out Loud’, 바다를 배경으로 한 무대는 한 편의 로맨스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나도 모르게 푸에르토 바야르타의 밤에 녹아들었다.


아침 일찍 마리에타섬으로 향하는 배편을 예약하기 위해 서둘러 숙소를 나왔다. 로스 무에르토스 해변(Los Muertos Beach)을 중심으로 리조트와 여행 센터가 가득하다. 마리에타 섬 투어는 선상 점심과 오픈 바(bar), 액티비티를 포함한 1일 투어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었다. 투어 일정에 히든비치도 포함되어 있는지 물어봤지만 안타깝게도 히든비치에 입장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정부가 히든비치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하루 입장 가능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결국 마리에타섬 투어만 예약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여기까지 와서 히든비치를 못보고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괜히 서운했다.


발걸음을 돌려 마리에타섬으로 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약 20분 정도 이동해야 하므로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출발했다. 행선지의 이름을 크게 외치자 맞다는 듯 웃으며 끄덕거리는 운전기사의 모습을 보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울퉁불퉁한 골목길을 지나 대로를 달린 후 인적이 드문 길에 멈춰 섰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운전기사와 타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여기서 내리라고 알려준다. 언제 봐도 정겨운 멕시코 사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선착장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큰 규모의 배에는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오픈 바(Bar)와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무대, 액티비티 장비 등이 알차게 구비돼 있었다. 2층에 올라 따듯한 햇살과 탁 트인 바다를 만끽한다. 포근하게 몸을 감싸는 바닷바람은 달콤하기까지 하다.


[이미지5]선착장을 떠난 배는 약 2시간 정도 항해한 뒤 마리에타섬 인근에 멈춰 섰다. 여기서부터는 작은 보트로 이동해야 한다. 보트는 마리에타섬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구석구석 보여줬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마리에타섬은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동굴처럼 신비롭다.


잠시 후 보트는 히든비치의 입구에서 멈춰 섰다. 입구라지만 두 명 남짓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동굴만 보일 뿐이다. 안전헬멧을 착용한 사람들은 바다로 뛰어들어 작은 동굴로 헤엄쳐 들어가고 있다. ‘저 곳이 히든비치구나.’ 작은 입구를 통해 보이는 히든비치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매혹적이다. 사방을 둘러싼 바위는 마치 성벽처럼 단단하고, 해변은 강렬한 햇살 덕분에 어느 해변보다도 눈부시게 빛났다. 새하얀 모래 위에 누운 사람들은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마리에타 섬은 아름다운 바다색과 다양한 산호 등 바다를 즐기기에 매력적인 곳이다. 자유롭게 바다로 뛰어내리는 사람들을 따라 난생 처음 스노쿨링에 도전했다. 오리발을 착용하고 구명조끼를 단단히 몸에 묶었다. 스노쿨링 마스크를 받아들고 안내자를 따라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고글을 통해 처음 만나본 바다 속은 무서운 한편 아름답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화려한 물고기떼는 허우적대는 나를 놀리듯 스쳐지나간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것 같아 몇 번 시도해봤지만 한껏 바닷물을 마신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열심히 바다를 휘저은 탓에 허기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선상에서는 바비큐 파티가 한창이었다.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한다. 섬을 배경으로 맛있는 바비큐와 신선한 야채, 칵테일까지 완벽한 선상 파티였다.


함께한 사람들과 이야기꽃을 피운 사이, 마리에타섬을 떠난 배는 어느새 푸에르토 바야르타 선착장에 도착했다.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배에서 내렸다. 하루 동안 함께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헤어짐은 아쉽고 여운이 남는다. 선착장에 남아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본다. 보일 것 같았던 마리에타섬은 붉은 노을 뒤로 숨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한적한 선착장에서 되새겨본 하루는 마치 달콤한 꿈처럼 아른거린다.


노윤수 여행칼럼니스트 roh_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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