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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aly 인터뷰]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카일 딘 매시와 린지 블리븐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매일 새롭고 흥미롭게!”

입력 2017-05-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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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지킬과 하이드 역의 카일 딘 매시(오른쪽)와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점점 좋아지고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멀티캐스팅은 당연한 것이 돼 버린 뮤지컬 시장에서 보기 드문 원캐스트다. 이미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을 중단한 ‘지킬앤하이드’가 ‘월드투어’를 목표로 한국에서 공연 중이다. ‘지킬앤하이드’ 한국 프로덕션 창작진과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시너지는 꽤 훌륭했다. 

 

그 중심에는 매일밤 지킬과 하이드, 엠마, 루시로 무대에 오르는 배우 카일 딘 매시(Kyle Dean Massey, 이하 카일)와 린지 블리븐(Lindsey Bliven, 이하 린지), 다이애나 디가모(Diana DeGarmo)가 있다.

공연을 위해 외유도, 밤놀이도, 사적인 스케줄도 포기하고 트레이닝과 체력 보충, 최상의 컨디션 조절에 애쓰고 있다는 카일과 린지를 만났다. 두 사람은 극 중 서로에 대한 무한 신뢰와 지고지순한 사랑을 주고받는 지킬과 엠마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50가지의 사소한 변화가 만드는 큰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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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지킬과 하이드 역의 카일 딘 매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세 시간짜리 공연을 보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도 와서 봐주고 지지해준다는 사실 자체로도 즐거워요.”

극 중 지킬을 한없이 믿고 기다리며 위안을 전하는 엠마처럼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린지는 한국관객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런 관객들과 좀더 공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카일은 진지하고 섬세하게 감정을 쌓아 올리며 자신만의 지킬과 하이드를 구축했다.

“매일 새롭고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안 그런 날이 거의 없어요. 매일 어떻게 하면 이 스토리를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죠.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찾는 과정이 너무 즐거워요.”

그리곤 “바로 어제 밤에도 그랬다”며 전날 새로 발견한 점에 대해 설명하면서 “진짜 매일 그렇다”고 웃는다.

“루시와의 신이었어요. 카트를 밀어서 책상 옆에 세우는 신인데 본능적으로 루시 쪽을 돌아봤어요. 그 순간 뭔지 모를 감정이 확 와닿았죠. 그 신 자체가 루시를 돌보는 게 중점인, 나(지킬)의 또 다른 자아(하이드)가 한 실수를 보듬어 주려는 장면이거든요. 명확하게 설명은 힘들지만 갑자기 깨닫게 된 그 감정에 ‘내가 이전에는 왜 돌아보는 걸 안했지? 이제 영원히 해야지’라고 생각했죠. 이런 아주 사소한 것들이에요. 그 사소한 50가지가 더해지면 뭔가 큰 게 되는 것 같아요.”

지킬과 하이드, 전혀 다른 두 자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지킬앤하이드’에서 카일은 급격하게 변신하기보다 차곡차곡 감정들을 쌓아 올려 두 인물 간의 간극을 촘촘하게 메우는 배우다.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찾아낸 지킬과 엠마의 과거·현재·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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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지킬과 엠마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어떤 관계였을까, 지금 어느 시점에 있는 걸까, 앞으로 어떤 미래를 꿈꿀까 등 캐릭터 내에서 (카일과) 많은 얘기를 했어요. 이제는 그 관계가 정립된 것 같아요. ‘I Must Go On’ 중에 ‘이 모든 게 시작됐을 때’(When This All Began)라는 가사가 있는데 그 긴 세월을 함께 했다는 의미 같아요.”

두 사람이 함께 찾아낸 과거·현재·미래는 무대 위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되진 않지만 두 사람 사이에 공유되고 공감되며 관객들에게까지 전달된다.

“새로 역할을 맡을 때마다 가까운 캐릭터와 나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가장 먼저 해요. 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어떤 캐릭터인지를 알 수 있거든요. 우리(지킬과 엠마)는 뭘까? 처음엔 정리가 안됐죠. 스토리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대본의 대사들을 들여다보면서 알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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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지킬과 하이드 역의 카일 딘 매시(왼쪽)와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대사 속에 인물들의 모든 관계가 있다는 카일에 린지는 “비콘스필드 부인, 새비지 경 등 다른 캐릭터들의 농담이나 그 말에 대한 엠마의 응답 같은 데서 우리 관계를 알 수 있다”며 “상류층 사람들에게 ‘이 사람은 내 남편감’이라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만 봐도 그렇다”고 부연했다.

“엠마는 어려서 엄마를 잃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헨리가 아빠를 치료하고자 하는 상황에 처한 걸 보면서 얼마나 아픈지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결혼도 왜 아직 안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지킬의 연구가 너무 중요했고 이를 엠마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렇게 말한 린지는 1막 넘버 중 하나인 ‘Take Me as I Am’에 ‘하나의 꿈을 실현하리라’(We’ll Make That One Dream Come Ture)라는 가사에 대해 설명했다.

“결혼해서 꿈을 이루고 살자는 내용인데 2막의 ‘Once Upon a Time’은 그 꿈을 다시 설득하는 곡 같아요. 결국 엠마는 설득에 성공하죠. 그렇게 지킬은 힘든 일이 반복될 때마다 엠마에게 기대고 엠마의 이름을 외치고 엠마를 위해 노래하잖아요.”

지킬과 엠마가 서로에게 보내는 맹목적인 믿음과 사랑에 대해 카일 역시 “대본에 있다. 사랑한다, 너무 사랑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긴 세월을 함께 해온 사이”라고 덧붙였다.

“상대방의 진짜 모습을 알면서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해요. 속내까지 보고 나면 의심이 생길 것도 같은데 엠마는 안그러거든요.”


◇카일 “엠마도 린지도 늘 저를 구해줘요”, 린지 “항상 같이 갈 수 있는 배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중인  브로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지킬과 하이드 역의 카일 딘 매시(왼쪽)와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한겹 한겹 쌓여가는 것 같아요. (지킬과 엠마, 저와 린지의) 관계가 사실적이 되고 있죠. 무대 위에서 린지와 같이 있을 때면 지킬이 엠마와 있을 때처럼 안도의 숨을 쉬게 돼요. 좋은 기분이 들죠. 우리 외의 것은 다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는 지킬과 스스로를, 엠마와 린지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카일의 말에 린지는 “카일은 캐릭터에 몰두하는 배우”라고 평한다.

“카일은 매회 매 공연에 모든 걸 다 쏟아부어요. 저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해주는 사람이죠. 노래도 잘하지만 ‘나 노래 잘해’ 식으로 부르는 게 아니라 스토리 전달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게 저한테까지 느껴지거든요. 공연 중 어느 시점에라도 항상 옆에서 같이 갈 수 있는 배우죠.”

카일은 “지킬에게 엠마가 안식처라면 루시는 깨달음을 주는 존재”라고 정리했다.

“사람의 실제 모습을 보는 게 지킬의 재능 같아요. 사람의 두 가지 모습을 찾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죠. 의외의 루시 모습에서 ‘나 스스로에게 실험을 하면 되는구나’를 깨닫게 되거든요. 지킬로서 루시와 만나는 시간은 아주 짧아요. 클럽에서의 첫 만남과 하이드에게 상처 입은 루시가 실험실로 찾아왔을 때 두번 마주치는데 총 5분이 안되죠.”

이렇게 설명한 카일은 루시와의 두 번째 만남에 대해 언급했다. 하이드에게 상처 입고 온 루시에게 키스하는 장면에 대해 “하이드가 튀어나오려고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하이드는 살고 싶은 느낌과 파괴하고 싶은 원초적 감정만으로 가득하죠. 키스하는 시점에선 지킬이 40%, 하이드가 60% 정도 되는 거 같아요. 하이드가 지킬을 이겨서 일어난 일이죠. 지킬이 100%였으면 루시랑은 키스를 안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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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카일처럼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있다는 린지는 두문분출하는 지킬에 대한 걱정으로 실험실을 찾는 장면에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지킬이 실험을 하는 건 알고 있지만 두 번째 자아의 존재나 진전 정도 등은 모르는 것 같아요. 실험실에서 본 지킬이 몇%가 지킬이고 하이드인지 잘 모르지만…지치고 힘들어하는 모습에 품을 내어주죠. 결혼식에서 하이드를 처음 봤을 때도 그래요. 엠마는 여전히 그를 지킬인 것 마냥 대하죠.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자신 아버지의 목을 조르는데도 싸우지 않고 ‘이 사람을 잡아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손을 내밀죠.”


카일과 린지, 두 배우는 회를 거듭하면서 지킬과 엠마처럼 서로에 대한 신뢰를 차곡차곡 다지고 있다.

“실제로 엠마도 린지도 항상 그래요. 모든 절벽, 낭떠러지에 있는 저를 구해주거든요.”


◇가장 중요한 ‘지금 이 순간’과 ‘왜’라는 질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중인  브로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지킬과 하이드 역의 카일 딘 매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배우는 모두에게 공감을 잘하는, 연기하는 캐릭터와 친구가 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죠. 연기하는 캐릭터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카일은 이렇게 모두에게 공감하는 데 필요한 것이 그 순간 인물의 욕구에 대한 이해라고, 린지는 ‘왜’라는 물음이라고 답했다. 카일은 “지킬은 꿈을 좇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별 것 아니라고 해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는 지킬에는 공감할 수 있다. 하이드는 원하는 게 명확한 사람이고 대부분의 욕구는 공감하고 연기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의 성향은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하며 이해나 공감이 어려울 땐 “순간의 욕구에 집중한다”고 털어놓았다. 

 

“캐릭터가 뭘 원하는지를 표현하려고 해요.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캐릭터가 가진 그 순간의 욕구를 알아내긴 어렵지 않아요. 그래서 무대에 있을 때나 살면서나 항상 순간에 충실하려고 해요. 매일 ‘이렇게 할거야’ 하는 게 아니라 큰 틀을 만들어두고 순간에 충실하며 채워가다 보면 매 공연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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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지킬과 하이드 역의 카일 딘 매시(왼쪽)와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린지 역시 엠마를 100%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의 가족을 헤치는 지킬에게도 무한 신뢰와 사랑을 보내는 엠마에 대해 린지는 “이해심이 많고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린지로서는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럴 때는 ‘왜’라고 스스로에게 묻죠.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를 고민해요. 사람은 언제나 이유가 있어서 움직이거든요. 그걸 찾아서 공감할 지점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그들에게 지금 이 순간의 가장 큰 욕구는 무엇인지를 물으니 “건강하게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공연을 주파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뭘 먹거나 해보고 싶다 등 사소한 목표들은 있죠. 하지만 지금은 공연이 최우선이에요. 그리고 인간 카일로서의 욕구는…심리학책을 좀 꺼내서 봐야할 것 같아요.”


◇카일·린지 “우린 매일 일기를 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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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는 일기를 꾸준히 써요.”

린지의 말에 카일 역시 “나도 그렇다”고 대꾸한다. 또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한 두 사람이 동시에 “어메이징!”을 외친다.

 

두 사람이 쓰는 일기의 대부분은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무대와 미래 꿈에 대한 이야기다.

“린지는 노트에 쓰고 저는 호텔 메모지 귀퉁이에 쓰지만 그 과정이 비슷해서 좋아요. 저는 (캐릭터와 연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기록하는 편이에요. 공연을 하다보면 중간 중간 갭들이 느껴져요.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됐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요.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도 그 갭이 많은 공연 중 하나예요. 그걸 채우기 위해 기록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죠. 그리고 전 믿어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연기하는 제가 구체적인 디테일을 가지고 있으면 관객들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고.”

그리곤 지킬에서 하이드로 변하기 위해 주사를 놓는 신을 예로 들었다. 그는 “주사를 놓는 장면은 한번뿐이다. 그 후로는 하이드로 변신하는 데 주사를 놓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며 “보이진 않지만 하이드로 무대에 나올 때 지킬은 실험실로 돌아가서 주사를 맞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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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지킬과 하이드 역의 카일 딘 매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하이드로의 변신은 지킬의 선택이에요. 그 선택 과정에서 지킬은 매번 고민을 하죠. 관객들에게 보이진 않지만요. 그런 고민의 과정을 장면의 끝, 시작 등에서 어떻게든, 살짝이라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변신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지킬이 결정을 하고 뭔가를 실행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전제로 그는 그 ‘흐름’을 표로 정리했다.

“이 신에서의 약물은 지킬로 돌아가게 하는 건가 하이드가 되는 건가…신마다 약물의 종류를 다이어그램으로 정리했죠. 관객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제가 정확히 모르고 있으면 진짜 연기가 아닌 것 같거든요.”

카일의 말에 린지는 “정말 구체적으로 정리했다”며 “그 구체적인 디테일들이 관객들에게 더 잘 전달되는 것 같다”고 동의를 표했다.

“저도 매일 일기를 쓰다 보니 인간 린지로서의 일상에 엠마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일기를 쓰면서 린지로서의 일상을 털어내고 제 나름대로의 엠마로 돌아갈 수 있게 되죠.”


◇‘지금 이 순간’의 욕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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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지킬과 하이드 역의 카일 딘 매시(왼쪽)와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도 생각을 굉장히 과하게 하는 편인데 린지도 그래요. 직업, 일에 임하는 데 항상 100%를 쏟아 붓죠. 노래도 항상 정확하고…칭찬할 거리가 많은, 완벽한 동료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칭찬과 믿음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 바탕에는 백스테이지 혹은 일상에서 스태프나 호텔 사람들, 동물 등을 대하는 무의식적인 태도에서 느껴지는 인간으로서의 됨됨이가 있다.

“카일은 가발, 의상 체인지 등 해야할 게 너무 많은, 그 많은 걸 지속적으로 해야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어요. 보통 힘든 일이 아니고 당황스러운 순간들도 적지 않죠. 그런 그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나 힘든 일이 있는 순간의 행동을 보면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고 배우인지 알 수 있어요. 그의 긍정적인 기운과 에너지가 저 뿐 아니라 배우들,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죠. 굉장히 건강한, 연기를 위한 좋은 습관을 많이 가진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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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지킬과 하이드 역의 카일 딘 매시(오른쪽)와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당장 피넛버터 샌드위치를 먹고 싶을 만큼 배가 고프고 머리띠 대용으로 쓸 선글래스 쇼핑이 간절하다는 린지도, 딱 한 시간만 더 잤으면 좋겠다는 카일도 ‘지금 이 순간’ 충실해야할 욕구를 구분해 내는 데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금 뭘 하는 게 적합한지를 판단하고 그렇지 않은 걸 걸러내는 데 애를 쓰고 있어요.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고 뜬금없이 원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지금 해야하는 일은 어떻게 하면 제가 받은 사랑을 관객들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거죠.”

린지의 말처럼 한국의 관객들에게 보다 나은 공연을 선사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는 두 사람의 꿈은 역시 무대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CMT의 드라마 ‘내쉬빌’에 케빈 빅스로 출연 중인 카일도, 지난해 대구 첫 공연부터 서울까지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엠마로 한국에 머문 린지도 브로드웨이 무대에 대한 갈증을 전했다.

“TV드라마에 집중하다보니 작년에는 뮤지컬 무대에 2주 정도(‘페잔스의 해적’ 주인공 프레데릭 역) 서고 바로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에 합류했어요. 브로드웨이 공연을 안한 지 2년 정도 된 셈이죠. 돌아가면 브로드웨이 공연을 하나 했으면 좋겠어요. 제 인생 중 1년을 온전히 내어줘도 좋은 작품을 고르고 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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