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파리협정’ 탈퇴 트럼프, 4대강 ‘녹조라떼’에서 배워야

입력 2017-06-05 07:00
신문게재 2017-06-05 13면

 

만찬장서 악수하는 트럼프와 시진핑
로이터통신의 한 칼럼니스트는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해 자책골을 먹은 트럼프를 보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썩소’를 짓고 있을 거라고 했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4월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만찬장에서 악수를 나누는 모습.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기’라고 불렀던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미국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사업과 자국 납세자들을 위해서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다고 했지만,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탄회사 주가는 오히려 내렸고 대다수 미국 기업들은 환경보다 미국의 사업을 챙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4년을 넘어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친환경 사업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로 인해 미국발 환경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이보다 앞서 지도자의 독단적 판단으로 환경문제에 성장주의 관점을 도입, 환경정책을 크게 후퇴시켰다는 한국의 4대강 ‘녹조라떼’ 경험을 트럼프도 인식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트럼프, 佛獨英加 정상과 통화…파리협정 재협상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있다. (EPA=연합)

 

 

◇ 트럼프 결단에 美기업들은 “협정 수호” 단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의 사업과 납세자들을 위해 파리기후변화 협정을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은 기후협정 수호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 일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즉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를 떠난다”고 밝혔다. 애플의 팀 쿡,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파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등 IT와 에너지 등 다수 기업의 CEO들도 실망감을 표시했다. 

 

中 녹조해수욕-유투브 캡쳐
중국 청도의 한 해수욕장. 녹조현상이 심화돼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사진=유튜브 캡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더라도 미국 기업들의 투자와 전략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는 고객과 주주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는데다, 기후협정을 지키는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현지 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WSJ는 전 세계 정부와 캘리포니아 주 등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조차도 더욱 엄격한 환경 규제를 지키도록 미국 기업들을 압박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지 하루 만에 다수의 미국 주와 도시들은 연방정부와는 별개로 자체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하고 있다.

미국 기후에너지솔루션센터(C2ES)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기준, 20개주와 워싱턴DC가 자체적인 온난화가스 배출 목표를 채택했다. 오는 2025년까지 지난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28%를 절감한다는 기존 연방정부의 목표 수준을 뛰어넘는 지역도 있다.

미국에서 기후변화 대책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는 가장 높은 목표를 세우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대항 세력이 될 가능성이 대두된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파리협정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기후동맹’(United States Climate Alliance)을 결성하고 다른 주의 동참을 촉구했다.

 

퍼포먼스펼치는환경단체
정부가 4대강 6개 보 수문을 개방한 지난 1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에서 환경단체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할 때 “나는 파리가 아니라 피츠버그 시민을 대표하려고 선출된 것”이라고 했지만, 피츠버그의 빌 페두토 시장은 “파리 협정의 지침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칼럼니스트 클라이드 러셀은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높이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의 결정과 전 세계적인 반응을 보며 ‘썩소’(썩은 미소)를 짓는 일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고 로이터통신을 통해 평가했다.


◇ 22조원 쏟은 4대강 사업… ‘녹조라떼’로 돌아오다?

지도자의 독단적인 정치적 판단이 당초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로 돌아올 수 있음을 한국은 4대강 사업에서 이미 경험했다. 한국의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보는 이른바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개혁적애국보수우파’라는 계정의 누리꾼은 논란이 일기 시작했던 지난 2012년 “4대강 덕분에 녹조라떼 무상급식”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낙동강 녹조현상이 4대강 때문이라는 것은 유언비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녹조라떼’라는 용어 자체도 이른바 ‘종북좌파’가 4대강 사업을 폄하하는 유행어로 치부했다.

하지만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이미 2012년에 “녹조가 한국의 강을 파괴한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경운동가들의 우려를 전한 바 있다. 당시 네이처는 22조 2000억 원이라는 비용이 투입돼 16개의 보 등이 건설됐지만 강의 흐름이 막히고 ‘고여 있는 물’이 되면서 녹조현상이 발생했다며 “지역주민들은 인기 있는 ‘녹차음료’에서 이름을 따와 ‘녹조라떼’(green algae latte)라고 부른다”고 지적했다.

 

`영산강죽산보수문열렸다`
지난 1일 전남 나주시 영산강 죽산보에서 상류 쪽 강물이 하류로 흐르고 있다.(연합)

국내의 한 언론사는 얼마 전 4대강 녹조현상이 식수원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한 대학연구실에서는 녹조 등 미세조류가 비행기나 자동차 연료로 변신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미세조류 1톤으로 바이오연료 220리터를 추출할 수 있다”며 “골칫거리 조류가 우리생활을 이롭게 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이에 ‘Julie Y. Min’ 이름의 누리꾼은 “이것(녹조)을 에너지화 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고, 또 다른 2차적 유해물질을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과학계는 연구와 기술개발을 목적으로 이런 실험을 하고, 정치인과 언론인들은 이런 이슈를 보도 및 선전하며 잘못을 희석시키거나 돈을 벌면 그만인가”라고 비난했다.

국내 또 다른 방송사는 4대강 녹조현상을 연상시키는 중국 청도의 ‘녹조바다’(해수욕장) 소식을 보도하며 “(중국인들이) 녹조를 몸에 바르고 던지며, 녹조해변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이에 한 누리꾼은 “우리도 이러라는 거냐”며 쓴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수질환경개선 등의 명목으로 4대강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오히려 수질은 악화되고, 각종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맹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이처럼 논란을 겪고 있는 4대강 사업의 사례를 트럼프 대통령은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환경문제’는 함부로 다루어선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임기를 넘어 지속된다는 점을 말이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