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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아오, 제프 혼 ‘UFC 스타일’에 그만…

입력 2017-07-02 15:40

Australia Boxing Pacquiao Horn <YONHAP NO-1730> (AP)
‘전설’ 매니 파퀴아오(오른쪽)가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WBO 웰터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호주의 무명 복서 제프 혼에게 심판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파퀴아오는 경기가 끝난 후 패배를 인정했다. 연합뉴스.




매니 파퀴아오(39, 필리핀)가 무명 복서 제프 혼(29, 호주)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파퀴아오는 2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WBO 웰터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제프 혼에 심판전원일치 0-3(117-111, 115-113, 115-113) 판정패했다.

이날 패배로 파퀴아오는 59승 2무 7패를 기록했고, 혼은 18승(11KO) 1무 행진과 함께 새로운 웰터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잃은 게 없는’ 혼의 저돌적인 복싱에 당했다.

파퀴아오는 복싱 사상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인물이다. 지난해 4월 티모시 브래들리와의 3차전을 끝으로 은퇴했으나 11월 복귀를 선언했다. 바르가스와의 복귀전에서 판정승하며 과거 플로이드 메이웨더(은퇴)에게 뺏겼던 WBO 웰터급 챔피언 벨트를 되찾았다.

파퀴아오는 타이틀 1차 방어전 상대로 영국 복싱스타 아미르 칸(31)을 지목했다. 그러나 스폰서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경기가 취소됐다. 프로모션 측은 혼을 대타로 꺼냈고 파퀴아오는 “혼이 누군지 모른다. 어쨌든 타이틀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혼은 중학교 때부터 복싱을 시작했으나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좋은 코치를 만난 후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2012년 호주 국가대표로 뽑혀 런던 올림픽에 참가했다. 메달은 따지 못했으나 8강에 진출하며 가능성을 남겼다. 이후 프로로 전향해 무패가도를 달렸다.

도박사들은 파퀴아오의 완승을 점쳤다. 혼은 타이틀전을 치러본 적이 없다. 무패 성적도 자신과 같은 무명 복서들을 상대로 기록했을 뿐이다.

잃을 게 없는 혼은 1라운드 시작부터 파퀴아오에 돌진했다. 머리를 바짝 숙인 채 원투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예상 밖 공세에 파퀴아오가 당황했다. 계속 달라붙어 짧은 펀치를 날리자 파퀴아오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혼은 타격 적중도가 떨어졌지만 힘으로 파퀴아오를 눌렀다. 껴안기, 목 감아 돌리기, 심지어 박치기도 서슴지 않았다. 복싱이 아닌 UFC 종합격투기를 보는 듯했다. 이런 상황이 12라운드까지 이어졌다.

호주 관중은 혼을 열렬히 응원했고 필리핀 관중은 야유를 쏟아냈다. 파퀴아오 세컨은 주심에게 “혼이 계속 버팅을 시도한다”며 항의했다. 그러나 주심은 알면서도 수수방관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홈 이점을 등에 업은 혼이 6라운드 버팅으로 파퀴아오의 머리를 박살냈다. 정수리에서 피가 쏟아졌고 바셀린으로 지혈했으나 출혈이 멈추지 않았다. 혼은 의도적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펀치를 날렸다.

운명의 9라운드, 참다 못 한 파퀴아오가 혼의 이마를 들이받았다. 혼은 널브러졌고 눈썹 위가 크게 찢어졌다.

두 선수는 얼굴이 붉게 물든 채 난타전을 벌였다. 말 그대로 혈전이었다. 관중석은 용광로가 됐고 둘은 최후의 순간까지 불꽃 펀치를 교환했다.

고통스러운 12라운드가 끝난 뒤 파퀴아오와 혼은 서로의 승리를 확신했다. 판정 결과, 어그레시브(공격적인 성향)에서 앞선 혼이 웰터급 새 주인이 됐다.

파퀴아오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출혈이 경기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면서 “혼이 잘 싸웠다. 영리한 방법으로 나를 괴롭혔다. 그는 승리할 자격이 충분하다. 재경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인생 역전을 이룬 혼은 눈물을 글썽이며 “정말 미친 듯이 훈련했다. 파퀴아오가 왼손잡이 인파이터라 매우 까다로웠다. 그의 스타일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 생각했다”며 전략적 승리임을 분명히 했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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