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파퀴아오 꺾은 제프 혼의 ‘더티 파이팅’

입력 2017-07-02 16:34

Australia Boxing Pacquiao Horn <YONHAP NO-1728> (AP)
파퀴아오에 신승한 제프 혼(오른쪽)은 잦은 클린치와 버팅 등 더티 플레이로 자신의 승리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연합뉴스.
매니 파퀴아오(39,필리핀)가 무명 복서 제프 혼(29,호주)에게 패했다.



파퀴아오는 2일(한국 시간)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가진 WBO 웰터급 타이틀 방어전에서 혼에게 판정패 당했다. 이날 패배로 파퀴아오는 기존 59승 2무 6패에서 1패를 추가하게 됐다. 혼은 18경기 무패(17승1무) 행진을 이어갔다.

은퇴 후 복귀를 통해 다시금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파퀴아오가 신체능력이나 기량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한창 때의 파퀴아오는 한 마리 표범 같았다. 신장(166cm)은 작지만 빠르고 반사 신경이 좋다. 기관총 같은 핸드스피드를 앞세워 적중률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전후는 물론 사이드를 빠르게 이동하며 잘 치고 빠졌다.

조금의 빈틈이라도 발견되면 속사포처럼 상대의 안면과 복부를 맹폭했으며 불리한 상황에서 일발 카운터도 가능했다. 어설픈 클린치보다 많이 때리면서 상대를 공략하는 스타일이라 보는 재미도 있었다. 갈수록 수비에 치우지는 복싱 흐름에서 파퀴아오 같은 복서가 미국무대에서까지 큰 인기를 끌을 수 있었던 이유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린 것 같다. 아무리 늙은 호랑이라지만 파퀴아오는 무려 8체급을 석권하며 복싱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 복서다.

지난해 4월 티모시 브래들리(33,미국)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파퀴아오는 이후 은퇴를 번복하고 11월 복귀전을 가졌다. 제시 바르가스(28,미국)와의 복귀전에서 여전한 기량을 선보이면서 WBO 웰터급 챔피언 벨트를 되찾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출신 혼은 이날 경기 전까지 17전 무패를 기록했으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세계적으로 복싱 유망주가 많은 상태에서 웬만한 무패기록, 아마복싱 국가대표 경력으로는 눈에 띄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파퀴아오를 이겼다는 것만으로 혼은 자신의 커리어에 큰 훈장을 달게 됐다. 더불어 무패기록을 이어가게 되어 향후 상당한 빅네임들과의 일전이 기대되고 있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박수보다는 인상을 찌푸리는 분위기가 많다. 이날 혼은 젊음과 사이즈의 우세를 앞세워 링 중앙을 선점한 채 들소처럼 파퀴아오를 몰아붙였다. 양훅을 거칠게 휘두르다가 거리가 떨어지면 스트레이트를 시도하며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파퀴아오는 초반에는 탐색전으로 방어에 힘쓰다 중반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공격에 불을 붙이려는 전략을 들고 나온 듯 보였으나 아쉽게도 젊은 혼은 12라운드까지 힘이 빠지지 않았다. 진흙탕 싸움이 되다보면 나이 먹은 파퀴아오 쪽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었다. 거기에 백전노장이라고는 하지만 사이즈의 차이도 있어 정타를 제대로 맞추려면 파퀴아오 역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야했다.

혼이 단순히 힘과 기술로 파퀴아오를 이겼다면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박수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날 혼은 다수의 ‘더티 플레이’를 통해 무수한 뒷말을 남겼다. 압박을 하는 과정에서도 잦은 클린치를 통해 흐름을 끊었고, 그 과정에서 머리와 팔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머리로 파퀴아오의 얼굴을 심하게 비비거나 헤드락을 연상시키는 팔뚝 조이기도 수없이 반복됐다. 파퀴아오의 손을 잡은 채 다른 손으로 마구 때렸고, 클린치 상황에서의 뒤통수 가격은 잦았다. 버팅도 일어났고 파퀴아오는 머리 양쪽 부분에서 피를 흘리며 경기력에 막대한 장애를 겪었다.

파퀴아오와 혼의 얼굴은 경기 후반 피로 얼룩이 졌다. 차이점이라면 파퀴아오는 혼의 버팅으로 인해 머리가 찢겨진 것이며 혼은 파퀴아오의 펀치가격으로 얼굴에서 피가 났다는 점이다.

심판의 개입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심판은 지속적인 더티플레이는 모른척하면서 혼의 글러브 붕대가 살짝 풀리자 거듭 경기를 중단시키며 흐름을 끊었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모두 파퀴아오의 공세가 시작되려는 타이밍이었다. 혼이 자신의 홈에서 백인 심판의 비호아래 프리미엄을 받았다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