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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진정한 주인공, 압도적 존재감이란 이런 것! 알프레드 히치콕의 1940년작 ‘레베카’

[혼자보기 아까운 히든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영화 '레베카'

입력 2017-08-14 07:00
신문게재 2017-08-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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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주인공이란 이런 것이다. 캐릭터명이 제목을 장식할만한 존재감이란 이 작품의 이 캐릭터를 두고 이르는 말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만 벌써 네 번째 시즌을 개막한 뮤지컬(11월 12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로도 만들어진 데프니 듀 모리에의 미스터리 소설 ‘레베카’(Rebecca) 속 레베카는 그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남다른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원작이 가진 서스펜스와 정서,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날카로움을 가장 잘 구현한 이는 단연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Joseph Hitchcock) 감독이다.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1934, 1956), ‘39계단’(1935), ‘바드리카 초특급’(1938), ‘이창’(1954), ‘현기증’(1958), ‘싸이코’(1960), ‘새’(1963) 등으로 거장 반열에 오른 연출가이자 작가이며 창작자다. 

 

어부 출신 야채상 아버지의 가혹한 훈육, 소아비만으로 인한 부당한 비난 등으로 점철된 히치콕의 어린시절은 에드거 앨런 포 작품들로 채워졌고 그를 ‘서스펜스의 거장’으로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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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베카'.
영화 ‘레베카’는 영국 출신의 히치콕 감독이 할리우드에 진출해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아카데미와는 영 인연이 없던 히치콕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상 수상작이며 제1회(195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화자인 그녀(조앤 폰테인)는 수년 전 아내 레베카와 사별한 영국 상류층 신사 막심 드 윈터(로렌스 올리비에)와 프랑스 북부 몬테카를로의 절벽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고아로 부유한 반 호퍼 부인(플로렌스 베이츠)의 말동무로 고용됐던 그녀는 막심과 결혼해 그의 저택 맨덜리(Manderley)에 입성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저택, 그곳을 지키는 음산하고 불편한 집사 댄버스 부인(주디스 앤더슨), 앞서 얘기했듯 ‘레베카’에 레베카의 실체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레베카가 극과 등장인물들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다양한 상류층 사람들은 미모와 지성, 우아한 자태와 행동,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매력과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레베카에 대해 자세히도 묘사하며 찬양한다.

그녀를 짓누르는 전처 레베카의 존재감, 그에 대한 콤플렉스와 두려움은 커져만 간다. 냅킨·서재 등에 영역 표시를 한 듯 새겨진 ‘R’, 고스란히 지켜진 방, 벽 전체를 뒤덮은 초상화 등 거대한 주택의 집안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레베카의 흔적들은 그들을 훑는 롱쇼트(피사체를 먼 거리에서 넓게 잡아주는 촬영기법)와 클로즈업의 절묘한 배합으로 극대화돼 표현된다.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는가 하면 보는 이의 마음까지 심란하게 만드는 히치콕 특유의 화법들도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멀리서 가까이 혹은 가까이서 멀리, 보는 이가 실제로 움직이거나 걷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롱테이크 기법은 그녀가 댄버스 부인을 만나는 장면 등에서도 어김없이 활용돼 극도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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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베카'

 

미묘하게 신경 쓰이는 잡음들, 원근감과 선명도가 극명하게 차별화돼 표현되는 화면, 혼란스러운 등장인물의 심리를 대변하며 초점을 잃은 듯 흐릿해지는 시야, 흑과 대적하는 듯한 백 등은 그녀 뿐 아니라 보는 이마저 실체도 없는 ‘레베카’라는 인물에 빠져들게 한다.  


그녀의 이상향이자 콤플렉스처럼 상징되는 ‘레베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는 실로 엄청나다. 그로 인해 미묘하게 변해가는 그녀의 외양과 심리는 고스란히 관객들에게도 전이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끝나고도 오래도록 스스로의 레베카와 그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게 할 정도다.

속속 정체를 드러내는 레베카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들과 레베카에 대한 열등감에 미묘하게 변해가면서 마지막까지 그 이름을 말해주지 않는 그녀, 실체 없는 ‘레베카’에 압도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 그리고 불타는 대저택 맨덜리. 극의 마지막은 또 다른 미스터리의 시작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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