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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알파고전과 달랐다..커제와 인간적인 명승부

입력 2018-01-1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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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연합뉴스)

 

 

이세돌 9(34, 한국기원)이 커제 9(20, 중국)에 오랜만에 쾌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은 13일 제주도 해비치호텔 로비에서 벌어진 ‘2018 해비치 이세돌 vs 커제 바둑대국에서 커제 9단에게 293수 만에 흑 1집 반으로 승리했다.

 

이세돌 9단은 그동안 커제 9단에 상대전적 310패로 열세였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커제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세돌 9단은 국제무대에서 독보적인 기량을 뽐냈으나 커제 9단만 만나면 힘을 잃었다. 지난 201511월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커제 9단에게 패한 이후 1년간 310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를 의식한 걸까.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과 만나면 반갑고 즐겁다. 하지만 대국이 끝난 후엔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스무 살의 커제 9단은 중국이 낳은 바둑 천재다. 그는 가장 존경하는 바둑 기사로 주저 없이 이세돌 9단을 꼽는다. 커제는 기자회견에서 "이세돌 9단과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대회가 열리는 제주도에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 존경하는 기사와 대국을 펼친 뒤 제주도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가 펼쳐지자 두 기사는 접전을 벌였다, 먼저 공격한 쪽은 이세돌 9단이다. 돌가리기로 흑을 잡아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커제 9단도 물러서지 않았다. 맞공을 펼치며 바둑판이 화려해졌다.

 

99수까지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던 두 기사는 100수가 넘어가자 실수가 나왔다. 이세돌 9단은 우변으로 향한 흑 117수에서 느슨한 수를 두면서 커제 9단에 기회를 내줬다. 커제는 이를 놓치지 않고 주도권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세돌은 이세돌이다. 경기 종반 집중력을 발휘하며 특유의 흔들기를 시도했다. 수세에 몰렸던 이세돌 9단이 살아나자, 커제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안풀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커제 9단도 196수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며 이세돌 9단에 승리를 내줬다.

 

완벽한 설욕이자 각본 없는 명승부였다. 두 기사는 지난해 인공지능 바둑기사(AI)’ 알파고에 무기력하게 패한 바 있다. 하지만 이세돌 커제 vs 알파고의 경기는 변수가 거의 없어 관전의 묘미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알파고는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채 압승을 거뒀다.

 

인간 대 인간이세돌 9단과 커제 9단의 맞대결은 달랐다. 모험적인 공격과 다부진 수비, 주도권 싸움이 펼쳐지며 바둑 팬들을 열광케 했다. 두 기사 모두 인간적인 실수를 저질러 승부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과 경기 후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그는 "초반에는 무난한 출발을 보였는데 100수 이후부터 좋지 않았다. 이후에는 힘들었는데 커제 9단이 양보를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 이세돌 9단의 출발은 좋다. 지난 10일 중국에서 열린 동준약업배 세계바둑명인전에서 롄샤오 9(중국), 이야마 유타 9(일본) 등을 모두 꺾고 정상에 우뚝 섰다. 기세를 이어 맞수 커제 9단까지 제압하며 2018년 새해를 기분 좋게 열었다.

 

이세돌 9단은 이번 대회 승리로 상금 3000만원과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중국 현지모델은 엔시노)를 받게 된다. 커제 9단도 상금 1000만원을 받는다.

 

김민준 기자 sport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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