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건강에 좋다는 영양주사, 무턱대고 맞으면 낭패

비타민D 한번에 30만IU 투여하면 식욕부진·무기력 유발 … 거동·식이 어려운 노인에 권장

입력 2018-02-19 19:59

기사이미지
영양제나 주사제로 체내에 너무 많은 비타민D가 축적되면 식욕부진, 무기력, 고칼슘뇨증, 신결석증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비타민D는 ‘햇빛 비타민’이란 별명처럼 햇빛만 쬐어도 얻을 수 있어 다른 비타민보다 결핍 위험이 적었고 그만큼 관심도 덜했다. 하지만 약 10년 전부터 실내에 오래 머물고 외부활동이 적은 현대인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 1위로 꼽히며 의학계와 건강기능식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인구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뼈 강화, 골다공증 및 구루병 억제 등의 효과가 알려지며 비타민D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이 돼서야 퇴근하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햇빛을 쬘 시간이 적다. 실제로 한국인 10명 중 8~9명이 비타민D 부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혈중 평균 비타민D 수치는 남성이 21.16ng/㎖, 여성은 18.16ng/㎖로 정상 수치인 30ng/㎖에 약간 못미친다.


이로 인해 비타민D 영양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가정이 점차 늘었고, 개원가에선 비타민D주사가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비타민D 섭취는 식욕부진이나 신장결석 등 부작용을 유발하며, 특히 주사제는 한번에 너무 많은 용량을 투입해 건강한 정상인이 잘못 맞으면 역효과를 볼 수 있다.


비타민D는 ‘햇빛 비타민’이라는 별명처럼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다른 비타민과 달리 햇빛만 쬐어도 얻을 수 있다. 총 5가지(D1~D5) 종류로 구분되는데 인체엔 비타민 D2·D3만 존재한다. 비타민D2는 음식이나 보충제 섭취로 얻으며, 비타민D3는 햇빛 자외선에 의해 피부에 있는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7-dehydrocholesterol, 콜레스테롤 전구체)이 전환돼 간에서 합성된다.


지방에 녹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장에서 칼슘 흡수를 촉진해 뼈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소장·대장·뼈모세포·임파구·췌장베타세포·뇌·심장·피부·생식선·단핵구 등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면서 면역체계 구성, 항염증 작용, 1형 당뇨병 및 심장질환 예방 등에 관여한다. 즉 거의 모든 세포의 성장, 근력 발달, 면역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돼 성장기 어린이에게 가장 중요한 영양소다.


박미정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비타민D는 부족하더라도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소아의 경우 치아·뼈 발육이 또래보다 너무 늦고 자주 보채거나, 손목뼈가 볼록하게 튀어나오거나, 다리가 O자형이거나, 근육이 약해 잘 넘어지거나, 근육통을 자주 호소하면 결핍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타민D 검사는 일반 건강검진에 포함되지 않아 일반 성인은 수술 전 혈액검사를 받거나, 골다공증 등을 확진받은 뒤에야 자신의 비타민D 수치를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사 결과 비타민D 수치가 낮으면 덜컥 겁부터 나기 쉽다. 개원가에선 골다공증 및 구루병 예방, 노화 방지, 피로 해소 등에 도움된다며 비타민D 수치가 낮은 환자에게 주사제 처방을 권유한다. 비타민D 주사는 비급여로 1회 접종에 3만~5만원 선이다.


아무리 좋은 영양소라도 과하면 독이된다. 영양제나 주사제로 체내에 너무 많은 비타민D가 축적되면 식욕부진, 무기력, 고칼슘뇨증, 신결석증, 신석회화증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흔하지 않지만 혈중 비타민D 농도가 100ng/㎖를 초과하면 과량, 150ng/㎖를 초과하면 중독 수준으로 판단한다.


저명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근호엔 비타민D는 필수 영양소지만 의사 추천 권장량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돼 혈액검사 결과의 오판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필요량 이상을 섭취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어 적정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연구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에 따르면 1~70세 미국인 중 비타민D 결핍증인 사람의 비율은 6%, 이 중 결핍으로 심각한 위험에 처한 경우는 13%뿐이다. 최근 미국에선 검사 건수 중 5번째를 차지하는 게 비타민D 수치 확인을 위한 혈액검사다. 지난해 검사 건수는 870만건이며 이는 10년 전보다 80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비타민D 과잉의 위험을 경고하는 해외 연구결과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호주 멜버른대 연구진은 고용량 비타민D 투여가 낙상 위험을 1.16배, 골절 위험은 1.26배 높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에서도 1년간 비타민D를 6만IU가량 투여한 70세 이상 노인의 낙상 발생률은 67%로, 이보다 적은 2만4000IU를 투여한 그룹(48%)보다 높았다. 이들 연구팀은 고용량의 비타민D가 골세포를 파괴하는 파골세포를 활성화해 뼈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개원가에서 자주 놓는 비타민D 주사제는 한 번에 10만~30만IU에 달하는 고용량의 비타민D를 한번에 몸속으로 투여해 정상인이 무턱대고 맞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고용량 비타민D 주사의 피로해소 및 노화방지 효과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혈중 비타민D 수치가 10ng/㎖ 미만으로 너무 낮거나, 노화 등으로 약을 삼키기 힘들거나, 위·장 문제 탓에 약물흡수가 잘 되지 않거나, 외출 자체가 불가능해 햇빛을 못 보고 음식 섭취가 어려운 환자에겐 주사제가 추천된다.


경구용 비타민D 보충제는 매일 복용하기보다는 5~10일에 한번 400~800IU 정도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통 비타민D 보충제를 100IU 먹으면 혈중 수치가 1ng/㎖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사량이 적으면 흡수가 덜 되므로 공복보다는 식후에 복용하도록 한다.


박미정 교수는 “일조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겨울철에는 계란 노른자, 말린 표고버섯, 자연산 연어 등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을 먹어면 권장량을 충족할 수 있다”며 “골다공증·골연화증 환자, 암 또는 심혈관질환자, 갑상선호르몬질환 환자, 위·장질환으로 영양소 흡수가 잘 되지 않는 환자, 항경련제·스테로이드제 복용자 등은 정기적으로 혈중 비타민D 수치를 검사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