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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드루킹, 드루와~ 드루와~

입력 2018-05-03 15:19
신문게재 2018-05-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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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영화 ‘신세계’ 중 피투성이가 된 정청(황정민)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적에게 외친다. “드루와~드루와~”. 

 

드루킹 사건이 두루두루 우리 사회의 치부를 건드리고 있다. 이 시대의 여론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으며 정치적인 댓글 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오염된 여론 생태계의 민낯을 목격한 셈이다. 포털 기업은 ‘기사 유통’ ‘댓글’ ‘실시간 검색어’ 장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그 누구와도 손을 잡고 소극적으로 거짓여론 형성을 방조할 수도 있다. 하루 11만 4000명이 31만개의 댓글을 달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포털 네이버는 검색어와 댓글에 실시간으로 순위를 매겨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사 분류별로 댓글 순위와 공감 순위로 시시각각 여론을 형성해왔다. 영국 로이터통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포털 뉴스 의존 비율은 77%로 일본 63%, 프랑스 36%, 독일 30%, 미국 23%에 비해 압도적이다.

드루킹 사건이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세력과의 연루 의혹으로 커지고 있지만 MB정부의 국정원 댓글 사건을 포함해 사이버공간에서의 여론 훼손 문제는 항존하고 있었다. 매크로 프로그램 등은 정치적 여론 뿐 아니라 분야를 막론하고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대중의 반응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문화 콘텐츠나 연예인들은 댓글에 더욱 민감하다. 이에 불손한 의도를 가진 모종의 검은 세력이 문화콘텐츠산업 관련한 댓글에 영향력을 뻗치게 된다면 결국 부당한 이익, 예기치 않은 피해로 이어진다. 사생팬들의 순위 조작, 연예인에 대한 악성댓글로 인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발생하는 비극을 우리는 오랫동안 목격해왔다.

댓글을 통해 무엇인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감정은 그 중독성이 강하다. 설상가상 이 비행을 제재하는 시스템도 없기 때문에 죄책감 없는 악플러들이 활개를 펼칠 수 있다. 자극적 댓글로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와 자존감을 그릇되게 충족하는 익명의 키보드 워리어들은 시와 때,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여기에 불순한 의도를 갖고 경제적, 사회적 이익의 동기까지 부여된다면 더 많은 ‘드루킹’들이 더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조작의 기술을 발휘하게 된다.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통해 누구든 손쉽게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면 허위 히트상품, 거짓 스타들이 줄줄이 나오고 양질의 콘텐츠와 진정한 실력자들이 자칫 도태될 수 있다.

소통의 격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진정한 민주주의로 이끌어야 하는 IT와 소셜미디어가 오히려 각계 각층의 ‘드루킹’들로 인해 선량한 시민사회에 독으로 작용한다면 국회의 ‘매크로방지법’ ‘댓글실명제’ 등 입법 같은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댓글 장사를 위한 인링크방식을 금지하고 구글 사이트처럼 아웃링크 방식을 취하거나 댓글 횟수 제한 등의 적절한 규제가 뒤따라야 한다. CNN은 SNS 댓글만 허용하고 있고 워싱턴 포스트는 댓글 게시 5분 후부터 수정, 삭제를 봉쇄하고 있다. 전체 10% 기사에만 댓글을 허용하는 뉴욕타임즈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아직도 네이버 등 포털의 이용약관에는 포털이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도, 정확성에 대한 면책 규정이 있어 얼마든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이에 포털과 이용자들에게 댓글 조작을 금지하고 건전한 여론 형성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법률적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 암약하고 있는 ‘드루킹’들에게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영화 ‘신세계’의 정청처럼…. “드루킹, 드루와~ 드루와~”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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