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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정구현 제이캠퍼스 대표 "재벌 압박 이전에 기득권 노조부터 바꾸어야"

[브릿지 초대석] 제이캠퍼스 정구현 대표
한국경제 '경영공백' 우려...전문경영인 시장 양성을
기존산업의 자원을 새 미래사업으로 옮겨 투자해야

입력 2018-06-29 07:00   수정 2018-06-28 18:05
신문게재 2018-06-29 12면

“미국처럼 전문경영인 시장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조만간 ‘경영공백’이라는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정구현 제이캠퍼스 대표(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는 정부가 반기업 정서에 휘둘려 오너들에게 사회적 압박을 가하기 보다는, 폭 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경영인들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에서 이들의 양성에 먼저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재발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강요하는 것 못지않게, 낮은 생산성에도 고임금을 받는 ‘기득권 노조’로 인해 생기는 불평등 해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만이 일자리 창출의 해법이며, 임금을 높이고 비정규직을 없애려는 현 정부 정책은 틀렸다고 일갈했다. 기업이 투자하게 만들고 특히 기존 산업의 자원을 새로운 미래산업에 재배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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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 대표가 고임금 저생산성의 기득권 노조를 비판하며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 최근 국내에서 ‘기업가 정신’의 부활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창업 및 기업가 정신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나.

우리나라는 현재 경영공백 현상을 겪고 있다. 지금 한국은 대기업 오너들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사회적 압력을 넣고 있다. 그런데 그 공백을 메꿀 경영전문가층이 두텁지 못하다. 전문경영가를 육성하는 시장도 없을 뿐더러, 그나마 존재하는 경영자들은 스스로 책임지고 기업을 운영하거나 과감한 의사결정을 한 경험이 부족하다. 최근에는 오너들도 3세 경영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본인이 소유한 재산을 지키려는 데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많은 3세 경영자는 말하자면 ‘재무적 관리자’ 차원을 넘어서지 못한다. 전문 경영인 체제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오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원래 정답이 없는 것인데, 이 정부는 인위적인 틀을 만들어 놓고 모든 기업을 그 틀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모습이다.




- 반기업 혹은 반재벌 정서가 만연해있다. 이 시대에 기업인, 오너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을 가장 강조하고 싶나.

최근 재벌가의 갑질이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들만큼이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것은 노조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있다. 타협 없이 강경하게 맞서기만 하는 노조가 문제다. 우리나라의 월급 받는 근로자 1900만 명 중 10% 정도가 노조원이다. 민노총과 한노총 양대 노총에 속해 있는 이 130만~140만명의 노조원들이 마치 모든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것 같으나, 사실은 자기들 이익을 추구하는 기득권 집단이다.

정작 문제는 국내 노동시장의 사원화(이중이원화) 구조에 있다. 현재 대기업 정직원의 급여를 100이라 했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5, 중소기업 정직원은 50,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5 수준으로 격차가 크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려 비정규직을 없애거나 줄이려고 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대기업 정규직이 생산성에 비해 훨씬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데 있다. 반기업·반재벌 정서만이 아니라 오너와 노조, 관료들이 강력한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노동시장 개혁부터 해야 한다.




-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관련 ‘분배냐’ 혹은 ‘성장이다’를 놓고 논란이 많다.

근로자 급여가 올라가면 고용은 당연히 줄 수 밖에 없다.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는 준다.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얘기다.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근로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지, 일자리 창출이 목표라고 보기 힘들다. 현 정부의 정책은 목표와 수단이 일치하지 않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줄이기 위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노동시장이 경직된다.

정말 일자리를 늘리려면 임금을 너무 급하게 올리거나 비정규직을 무리하게 줄여서는 안된다.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처럼, 일자리를 늘리려면, 비정규직을 확대해야 하며, 지금의 기술변화 상황에서는 비정규직이나 1인 근로자 같은 프리랜서가 오히려 늘어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외치면서 노동시장 정책은 2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장기적으로 살 길은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며, 근로자의 보상이 생산성 상승에 맞추어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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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 대표는 한국경제의 ‘경영공백’을 막기 위해 전문경영인 시장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 정부 주도의 경제민주화가 추진될 모양새다. 어떠한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현 정부의 정책은 친노동·반자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계속 대주주나 자본에 불리한 정책을 추진하면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투자가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개혁은 당연히 병행돼야 한다. 현재 국제 연건이 악화되어 많은 대기업이 죽게 생겼는데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다.

대외적으로 한국경제에 가장 큰 위협은 디지털 챌린지와 차이나 챌린지다. 중국의 기술 진보 속도가 일부에서는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에서 기존의 전통 산업에 있던 자산, 즉 자본과 인력이 새 산업으로 이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의 유연성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노동시장은 이미 경직돼 있으며, 신산업에 투자하는 경영자들의 부재로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중국의 가전기업 하이얼이 벤처에 투자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겠다고 나선 것과 비교된다. 우리도 기존 산업을 다운 사이징하고 자원과 인력을 새 산업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 남북경협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고 본다. 10~20년이 걸릴 수 있고, 경제개방도 체제를 유지하면서 진행할 것이다.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점진적·부분적 비핵화와 경제개방이다. 지금 북한은 SOC(사회간접자본) 특히 전력 도로 항구 통신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협이 현실화되면 남북 서로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 산업군에서는 다소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10년 정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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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 대표는 미중 무역전쟁 이상으로 두 나라간 기술전쟁 가능성에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 미중 간 무역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두 나라 간 무역전쟁은 서로 피해가 커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두 나라로부터 줄서기를 강요당할 수 있다.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가입 등을 통해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지금 중국에 제대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으니 대미 투자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미중 간의 무역전쟁이 기술패권 다툼으로 이어질 것이란 사실이다.

지금은 미국이 중국보다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어 중국도 막무가내로 공격에 나서진 못할 것이다. 기술패권 싸움이 장기화되면 우리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다.


- 최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는 투자보다 저축이 많다. 따라서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 노르웨이나 싱가포르, EU의 국부펀드는 규모가 GDP(국내총생산)의 2~3배 수준이다. 거기서 수익을 1%만 내도 GDP가 2배 이상 오른다. 현재 우리 GDP는 1600조원 수준이며, 금융자산은 4500~5000조원에 이른다. 해외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국내 금융회사들의 자산 운용 역량이 주요국에 한참 못 미친다.

금융산업이 약한 것이 결국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금융산업을 키워 투자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핀테크 규제부터 과감히 풀어야 한다. 유능한 금융인력을 들여오는 곳도 매우 중요하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정말 필요하다. 이중양극화의 완화가 해법이다. 덴마크의 모델이 이미 정답으로 나와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사회안전망 확대라는 두 가지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경쟁을 촉진하되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사회적 보장을 해 주는 게 중요하다. 잘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똑같이 나눠 먹자고 해선 큰일 난다. 유연화는 안하고 사회보장만 늘리면 그리스 꼴이 난다.

 

 

 

▲정구현 대표는? 

1947년생으로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72세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객원교수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원장을 거쳐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카이스트 객원교수로 재직하다 최근 은퇴했다. 지난 3월에 새문안로에 ‘평생학습을 위한 열린 네트워크’를 모토로 ‘제이캠퍼스’를 세웠다. 4차 산업혁명 등 격변하는 시대에 기업과 개인의 지속성장을 돕기 위한 일들을 하겠다는 취지다. 제이캠퍼스는 이런 뜻에 동참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참여를 기초로 해 기업의 인재 발굴과 육성, 기업의 거시환경과 전략에 대한 자문 외에 중·장년을 상대로 한 학습과 교육 사업 등을 핵심 사업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대담=조진래 편집국장 
정리=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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