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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성소수자를 ‘제 3의 성’으로 인정하는 인도의 포용성

[권기철의 젊은 인도 이야기]

입력 2018-11-26 07:00   수정 2018-11-25 13:45
신문게재 2018-11-26 13면

최근 국내에서 상영되어 큰 인기를 끌고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6분이나 되는 긴 곡 안에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는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오버랩 된다.


영화 속 음반제작자(마이크 마이어스 분)는 ‘갈릴레오 피가로 마그니피코(Galileo Figaro Magnifico)’와 노래 속에 3번이나 나오는 ‘비스밀라(Bismillah)’라는 가사에 대해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말하며 화를 낸다. 사실 이 노래를 듣는 팬들 대다수는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갈릴레오 피가로 마그니피코’는 라틴어로 ‘예수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라는 말로 즉, ‘예수의 형상’이란 뜻이다. ‘비스밀라’는 ‘신(알라)의 이름으로’라는 아랍어 표현이다. 즉, 기독교와 이슬람을 가로지르면서 그 어떤 신도 자신을 구해줄 수 없는 프레디의 딜레마에 놓인 상황을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딜레마가 뭘까?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는, 이성애자였던 프레디가 동성애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눈뜨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1980년대 초 동성애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시기. 기자회견에서 프레디는 “나는 거짓말한 적 없어”라고 말하는 대사에서 내면의 갈등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레디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만들어진 1975년, 그는 노래를 통해 커밍 아웃을 했지만 대중은 그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그가 그것을 직설적으로 말했다 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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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라트 라지피플라 왕위 계승자의 아들 만벤드라 싱 고힐 왕자는 인도 왕족으로는 유일하게 커밍아웃을 했다. 사진=Livemint.com

 

2000년 9월, 당시 잘 나가던 배우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하면서 동성애라는 문제가 구미 국가들의 이슈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한국의 이슈로 자리잡게 되었다. 당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던 홍석천은 이 사건으로 당시 출연하고 있던 MBC ‘뽀뽀뽀’에서 강제 하차하게 되었고 방송 출연 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그 사건이 있은 후 10여 년이 지나 이제 겨우 방송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가 당한 고초(?)로 인해 커밍아웃한 거물급 연예인은 아직도 단 한 명도 없다.



2017년 초, 한 육군 장교가 군형법 제92조의6 위반 혐의로 기소 되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이나 군인에 준하는 자에 대하여) “항문 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추행이 아닌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였기 때문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고 해당 형법은 위헌 판정이 내려졌다.

군 형법 논란 때문에 2017년 대선 토론에서 동성애가 특히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홍준표 후보의 동성에 대한 질문에 “저는 좋아하지는 않고, 합법화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나중에 동성애가 아닌 동성혼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수정했지만 동성애의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동성애는 개개인의 성적 지향이기 때문에 규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반대로 결혼의 경우 법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가능하다. 이렇듯 한국은 동성애에 대한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진화했지만, 인도는 한국과 다른 시각으로 동성애를 바라보고 있다.

“동성간의 성 행위는 죄악이다.” 인도 형법 제 377조에 규정된 문구다. 이 문구 하나 때문에 인도는 성소수자에 그동안 부정적인 형벌을 내려왔다.

그러나 인도는 고대부터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정 온 나라다. 인도를 처음 방문해 차를 타고 공항을 나서는 차를 향해 창문을 두드리고 돈을 달라고 하는 여장 남자를 간혹 만나게 되는데 이들이 바로 ‘히즈라(Hijra)’다. 힌두어로 ‘남녀 한 몸을 가진 양성자’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여장한 남성을 말하는데, 원래 남자로 태어났으나 거세 등의 방법을 통해 남자의 성을 포기하고 여성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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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장 남성들을 지칭하는 ‘히즈라’. 사진= interserve.nl

 

히즈라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힌두 경전 ‘베다’에도 등장하는 완전히 공인된 존재다. 여성으로도 남성으로도 간주되지 않으며 ‘제3의 성’으로 분류된다.

히즈라는 인도의 최하층 계급으로 자신들끼리 일종의 가족관계를 형성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결혼이나 출산 같은 전통적인 축하 행사에 참여해, 축복을 내리는 역할을 담당했고 공연을 하고 거기서 받은 대가로 생계를 꾸려 나간다.

고대 인도에서는 히즈라는 양성성을 지닌 힌두신이 부여한 인격체로 대우받았다. 히즈라들은 결혼식이나 아기 탄생 등 전통적인 축하행사에 참여해 축복을 내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제3의 성을 인정하며 동성애마저 너그러웠던 인도에 왜 그런 동성 간의 성행위를 금지하는 법이 생겨났을까? 법률이 영국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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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여권 등을 신청할 때 남녀 말고 트랜스젠더로 신청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 사진=Times of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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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는 신분증에는 제3의 성으로 기재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 사진=Times of India

인도는 수 세기동안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영국 법의 영향을 받아 법률이 제정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히즈라는 18세기 이래 영국 식민 지배와 인도의 서구화 바람을 거치면서 그 사회적 지위가 크게 추락했다. 현재 인도의 히즈라들은 대부분 구걸과 매춘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에이즈 감염에 무방비 상태에 노출되어 있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4개의 카스트 계급 그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불가촉 천민으로 취급받고 있다.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다.” 인도 대법원은 지난 9월, 형법 제 377조 중 동성간 성행위를 금지하는 부분을 위헌으로 결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형법 제 377조 위반시 최대 10년 형에 처할 수 있었다.

델리 고등법원도 판결전까지 ‘자연 질서를 위배하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평결을 내려왔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인도 대법원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유사한 사건들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리기 시작했다. 즉, ‘성적 지향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규정해 관련 소송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리기 시작했다.

인도 언론의 평가도 동성에 차별에 대한 대부분 조항은 인도의 전통적인 시각이 반영되지 않은, 즉, 영국 제국주의 하에 만들어진 법에서 인도가 드디어 탈피하고 있다는 점과 인도 전통에 있었던 인간존중의 사상을 확립시켰다는 것에 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인도 대법원은 히즈라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제3의 성’으로 규정해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여권과 특정 공식 문서에도 남성과 여성이 아닌 다른 성으로 기재하고 있다.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인도만의 포용 정신이다.


권기철 국제전문 객원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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