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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CEO들 국정감사에 부르지 말아야 할 이유

입력 2019-09-19 06:30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올해도 건설사들은 분주하다. 벌써부터 국정감사에 불려갈 건설사 CEO 예상 명단이 거론되고 있다. 안전, 부실, 하도급 관련 등의 이유를 들어 건설사 CEO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지만 매년 그랬던 것처럼 실효성 없는 통과의례라는 지적이 많다.



매년 국정감사에 건설사 CEO들을 대거 소환하는 것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국회가 아직도 건설산업을 낙후산업으로 무시하고 있고, 건설사 CEO들을 범죄자 취급을 하는 권위적인 군기잡기 모습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아파트에서 라돈이 검출됐다고 시달리는 한 건설사는, 입주민에게 보상을 해주라는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CEO를 소환할까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CEO가 과연 국정감사에 나가서 무슨 답변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관련 규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라돈 측정방법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기업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내용에 대해 갑작스럽게 어떤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오히려 환경부를 불러서 라돈 검출 정도가 인체에 어느 정도 해를 미치는지 그리고 측정방법은 적합한지 등을 정확히 따져 입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만일 유해 내용이 규정을 벗어난다면,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면 될 것이다.

현장 안전사고에 대해서도 역시 건설사 CEO를 불러서 추궁해봐야 무슨 해법을 얻을 수 있을까? 행정안전부나 노동부 등 관계자들을 불러서 당시 사고에 대해 어떤 조사를 했고 그 결과에 따라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따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건설사가 책임이 있어서 그에 대해 이미 제재를 받았다면 국정감사에 불러 두번 죽이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해외건설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 등에 관해서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국가 간의 책임소재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칫 국가 간 책임을 다투는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책임이 가려지면 그때 가서 당사자들 간에 감당해야 할 부분만을 부담하면 될 것이다. 하도급 갑질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서 관련 부처에서 이미 검토와 조치를 취한 부분이기 때문에 조치가 미흡하다면 해당 부처에 대해 질의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건설사 CEO들을 국회로 불러 직접 추궁하는 것은 법과 규정을 넘어서 추가로 뭔가를 부담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책임 범위를 벗어나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할 경우 주주들이나 이해당사자들이 CEO에 대해 배임을 지적할 수도 있다.

국정감사장에서의 운영 방식 역시 낙후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몇 시간씩 대기하다가 국감장에 단체로 들어가 한명 당 5분에서 10분씩 질문과 함께 지적만 하고 답변은 무시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해당 의원들이 알려진 자료만 가지고 질의를 하니 수준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 권력을 가진 국회는 제자리만 맴돌고 있으니 발목잡기 국회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건설시장을 감안한다면 무엇이 시급하고 중요한지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굳어진 머리지만 모아주길 바란다. SOC 시장은 이미 이름뿐인 시장이 됐고, 해외 건설시장은 돈을 한푼이라도 남기려고 피를 말리는 시장이 됐다. 그나마 호황을 보여 왔던 국내 부동산 시장마저 이미 위축되고 있다. 건설사들 처지가 갈길은 먼데 해는 저무는 나그네 신세다. 기업이 돈을 벌어야 세금을 내고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 해법 방안’, ‘건설사 품질 향상을 위한 제도적 대책’, ‘해외건설 시장 확대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 대책’, ‘위기의 건설사들 어떻게 살릴 것인가’ 라는 주제를 놓고 국회가 나서서 업계의 소리를 정부에 대신 전달해주는 국정감사장이 된다면 얼마나 생산적일까?

표만 계산하느라 돌을 던지는 국회가 아닌 건설사들에게 살길을 찾아주고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국회·국정감사가 되길 바란다.

이기영 기자 rekiyoung927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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