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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韓·日,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입력 2019-11-07 15:08
신문게재 2019-11-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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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국제부 차장

최근 경색된 한일관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양국 정상의 깜짝 환담으로 대화의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타개책 마련은 여전히 상대측에 달려있다는 견해다.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일부 외교전문가들은 트럼프 미 행정부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동맹관계를 돈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미국에 대한 신뢰가 깨진 점도 있을 것이고, 각자도생의 기조 속에 동맹간 논쟁이 격화된 점도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는 이전에도 냉탕과 온탕을 오갔으니 꼭 트럼프 탓만 할 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일관계를 연구하는 미국내 지식인들 사이에선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가 과거의 역사문제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외교정책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베 신조 우익정권이 경색국면을 키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도 국민들의 분개심에 불을 지핀 측면이 있다는 시각이다. 즉, ‘르상티망’(ressentiment)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권력의지에 의해 촉발된 강자의 ‘공격욕’에 대한 약자의 격정(激情), 복수감정을 르상티망이라고 했다. 전국민적인 일본 불매운동이나 SNS에서 일본과의 3차 대전을 언급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과거와는 수준이 다른 격정이 엿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소미아 종료가 오는 23일로 다가왔다. 지소미아 종료 강행은 양국간 대화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위협, 중·러 주변국의 오판 등 우리 안보환경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자충수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일본 수출규제-지소미아 종료 방침 등으로 이어져온 한일관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양국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강을 건너게 해선 안 될 것이다.

 

김수환 국제부 차장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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