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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음악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다

[人더컬처]한국 최초로 글래스턴베리에 초대된 그룹, 디스코 음악 립싱크로 무대에 올라 '음악을 즐기는 법'전파
해외에서 더 유명,권위있는 무대와 뮤지션들 러브콜 쇄도
4년간의 발자취 명필름랩 출신의 이주호 감독이 음악 다큐로 완성해내

입력 2019-12-03 07:00   수정 2019-12-04 18:21
신문게재 2019-12-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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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활동을 앞두고 촬영 중인 나잠 수, 지, JJ핫산, 김간지, 홍기의 모습.(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밴드의 숙명은 무엇일까. 영혼을 갈아넣은 명곡, 무대 위 예술혼, 멤버들과의 불화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인디’라 이름붙은 홍대출신의 밴드들은 결이 다르다. 설사 이런 스테레오 타입을 가졌더라도 ‘뭐, 어때?’란 식으로 자기만의 길을 간다. 이제는 마케팅 법칙의 한 단어가 된 ‘인디’는 또 어떤가. 적어도 뮤지션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만큼은 이 중간 어디쯤에서 잠영을 하며 생명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이었다. 세계 최대규모 음악축제인 이 곳에 한국 뮤지션 최초로 참가하면서 파란을 일으킨 것. 명필름 랩 출신의 이주호 감독은 이 밴드의 매니저 출신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4년간 담아 솔직함으로 치자면 ‘핵폭탄급’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지난달 28일 ‘수퍼 디스코’란 이름으로 개봉한 그들의 이야기에 멤버 나잠 수는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으로 “별로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수퍼디스코3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촬영기간 내내 감독은 거의 투명인간 같은 존재였고 하도 오래 찍어서 ‘개봉이나 될까?’했다고. 

 

특히 소속사인 붕가붕가레코드의 대표 곰사장과의 살벌한(?) 설전은 영화의 긴장감을 담당한다. ‘싸구려 커피’를 국민 가요로 만들었고 장기하를 배출한 그는 전년대비 매출 3200% 성장률을 기록한 인디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 인물이다. 

 

무대를 앞두고 한번이라도 합주를 원하는 그와 음악이 마냥 즐겁기만 한 멤버들의 수컷냄새나는 밀당이야말로 ‘수퍼 디스코’의 백미다.


“싸운 건 아마도 10분의 1도 안 담겼을 겁니다. 훨씬 더 싸웠죠. 영화에도 나오지만 술을 엄청 마시면서 싸우는데 결국 결제는 제가 해요.(웃음) 우리 밴드의 장점이 각자 생활을 존중하는 건데 그때 저는 따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터라 그런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 것도 영화에 나오지 않네요.”(J.J핫산)

그는 2005년부터 시작된 밴드에서 댄스와 코러스를 맡고있다. 이미 여러 방송에서 알려진 것처럼 여러 기업과 스타트업 회사의 마케팅을 맡고 있는 재원이다. ‘수퍼 디스코’를 보고 나면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 있는 노래 ‘요술왕자’ ‘탱탱볼’ 등의 안무를 그가 만들었다. 사회생활하며 쌓인 둥글둥글한 성격이 ‘술탄 오브 더 디스코’를 유지하는 데 한 몫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이들은 독립 음악 밴드로 국내에서도 ‘인기 없는’ 디스코, 데뷔 초 립싱크를 한다는 이유로 홍대에서는 ‘뒷풀이’도 못 끼는 존재였다. 하지만 지방의 한 무대에서 중동 복장을 한 멤버들이 7080 디스코를 라이브로 부르며 즐기는 걸 본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관계자에 의해 한국인 밴드로는 최초로 초청받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 속에서는 ‘이곳이 글래스턴베리야!’라는 자부심 대신 ‘흠, 그래 즐겨볼까?’란 개구진 모습이 가득 담겨있다. 

 

수퍼디스코
세계 최고의 뮤지션들만 오를 수 있다는 꿈의 무대에 한국 최초로 초대되는 영광을 누렸다.(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총 두 번을 초청받았는데 처음엔 무척 신났고 다음엔 우리끼리 ‘노동’이라고 불평했던 기억이 나요. 나잠은 도착하자마자 진흙 밭에 그야말로 대자로 꽈당 넘어졌고요. 페스티벌의 규모가 엄청나다 보니 이동을 위해 거의 여의도 한 바퀴를 걸어서 다닌 것 같아요. 그래도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 갔다온 건 지금까지의 활동에 비해 500배 이상의 행복감을 준 경험입니다.”(김간지)

 

이들의 음악성을 무대 위 유머로 판단하면 큰일이다. ‘캐러밴’ ‘갤로퍼’ ‘로켓맨’ 등은 이들의 음악성 시도와 성장을 한 눈에 보여주는 2집이다. 그 사이에 비욘세와의 작업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한 음악 프로듀서 토니 마세라티와의 작업, 일본으로 건너가 하루당 10개의 스케줄을 소화하는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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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톤베리의 무대를 끝나고 난 뒤의 모습.(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기타를 맡고 있는 홍기는 “아마도 10년 후에도 이 친구들과 여전히 밴드를 할 것 같다. 술 먹는 빈도와 횟수는 물론 줄겠지만”이라며 “우리 밴드가 재평가돼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영화로 나온다면 봉준호 감독님이 연출을 맡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동료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베이스의 지 역시 “요즘 장성규를 닮았다는 말을 너무 듣고 있지만 이왕이면 강하늘 배우가 내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말로 유쾌한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댄스 음악을 무대에서 립싱크로 부르는 이들의 음악 다큐멘터리. 이 기발함을 영화로 보지 않는다면 당신의 인생은 너무 심심할지 모른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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