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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어느 편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시사저널

입력 2020-01-1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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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



<어느 편이냐고 묻는 이들에게>는 ‘시사저널’이 우리 사회 원로 지식인·지도자들과 인터뷰한 내용들을 엮은 책이다. 이미 잡지를 통해 발표된 글들이지만, 인터뷰 핵심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원로들은 보수면 보수대로, 진보면 진보대로 거침없이 현상을 비판하고 대안을 촉구한다. 대부분 70을 넘긴 분들이지만, 아직도 서슬 퍼런 독기들이 여전하다.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진영 논리에 따라 극명하게 대비된다. 적폐청산의 지속 여부에 대해선 진보 측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보수 쪽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나를 밟고 지나가라고 말해야 보수 통합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각 진영 대표 논객들의 주장을 되짚어 보고 음미해 보는 재미가 크다.



*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동아시아 공동체 만들어야” - 강 교수는 앞으로 세계가 지역공동체 중심으로 발전해 갈 것이라고 확언한다. 한일관계 개선의 해법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빨리 만드는 쪽으로 정치지도자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6.15 공동선언’에서 이미 통일은 시작되었다며 통일 한국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벌써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일본이 문재인정부를 ‘반일정권’으로 딱지붙여”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본 천황에게 사과를 요구한 이후 일본에서 강한 반한 감정이 본격화되었다고 강 교수는 지적한다. 아베가 개헌에 집착하는 것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서 라고 말한다. 아베의 희망사항은 북방영토를 돌려받도록 러시아와 평화조약 맺는 것, 북한과의 국교 및 정상회담 개최, 그리고 헌법 개정 등 세 가지인데 앞의 두 가지가 어려우니 개헌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이 일본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계속 지켜나가려면, 한국 역시 베트남전쟁 당시 남긴 부정적 유산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을 해 주목을 끈다.

*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다음 정권이 북핵협상 과실 따먹게 헤야” - 남 전 장관은 “6.25도 휴전 협상하는 데 3년 걸렸다”며 핵 폐기 협상은 최소 3년 갈 것이라고 단언한다. 따라서 문 정부는 통일 문제를 너무 단기로 보지 말고 협상의 과실을 차기 정권이 따 먹을 거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미 두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으니 이제 적폐청산도 그만하라”고 일침을 놓는다. 문 대통령 주변에 노무현 사람이 너무 많다고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이해찬 더민주 대표의 20년 장기집권 발언에 대해선 “미친 소리”라며 “이해찬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 박관용 전 국회의장 “문 대통령, 박근혜를 통크게 사면해야” - 문 정부는 적폐청산에 앞서 무엇이 적폐인지 분명히 정의를 내주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헌 논란과 관련해선 “얘기해선 안된다”고 잘라 말한다. 정권만 잡으면 헌법 고치려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이 불편한지 정확히 의견부터 수렴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문 대통령은 좀더 솔직하게 보수 세력들과 대화해야 한다”면서 “박근혜도 과감히 포용해 큰 배포로 사면하고 건강 관리하게 한 다음, 죄가 또 있으면 재판을 받게 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양질의 저성장 체제 만들어야” - 지금의 저성장을 받아들이되 내수를 키워 실업문제와 양극화 문제가 해소되는 양질의 저성장으로 이어지도록 경제구조를 바꿔가야 한다고 박 전 총재는 강조한다. 올해(2019년) 2% 초반대 성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제 수출주도 경제에서 탈피하고 탈 제조업으로의 산업구조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재벌은 개혁의 대상인 동시에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심 동력이라는 점에서, 지원 대상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유급 휴일을 고려한 최저임금은 이미 1만 30원이라며, 2020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해 주목을 끈다. 정규직의 해고가 가능한 노동유연성 필요성과 함께, 이제 노동계도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 박찬종 변호사 “박근혜 ‘다 내 잘못이다’ 말해야” - 박 변호사는 “문 대통령의 핵심공약들이 훼손된 상태”라며 “경장(更張, 다시 고쳐 확장하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폐청산이 경우 “잘못된 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사람을 때리는 게 핵심이 되어 보복적 칼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자치할 ‘거리’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는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선고 공신이나 주변사람으로 앉히는 상임감사직은 마땅히 폐지 되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박 전 대통령은 ‘나를 밟고 지나가라’하고, 이를 계기로 보수진영이 다 뭉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천권을 모두 지방으로 하방하고 대통령 후보 선출도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개방형으로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 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정치는 핑계대면 안돼” - 최저임금 올리고 노동시간 줄이겠다고 했으나 실엄자 증가 등 부작용이 심각한 것과 관련해 그는 “정치는 핑게를 대면 안된다.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각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음 정권도 이 정권의 잘못을 캐물어야 한다”며, 내각책임제에서는 이런 일을 수시로 할 수 있다고 옹호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너그럽게 인재를 기용했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현 정권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면 더 엄벌에 처해 편파적이 아니라는 인상을 줘야 하고, 이전 정권 사람등에서도 유능하면 과감히 기용해 오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민사회 운동가들의 잇단 정치 참여에 대해선 “정치하려고 시민운동해선 안된다”고 일갈한다. 시민운동의 권위를 떨어트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 송기인 신부 “문 대통령 만든 것은 MB” - 정치 안 하겠다던 문재인이 돌아온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너무 못해서 였다고 말한다. “이명박이 대통령을 시킨 셈”이란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 부실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최저임금 갈등과 관련해선 순서가 바뀐 것 같다고 비판한다. “소상공인들에게 종업원에게 만원을 줄 수 있는 돈벌이를 할 수 있게 지원해 주고 만원을 주라고 했으면 되었을텐데”라고 말한다. 우리 보수에 대해선 국가 발전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한다. 노조는 너무 과보호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이이화 역사학자 “재벌 말고, ‘재벌비리’ 잡아야” - 진보 역사학자인 그는 “북한 주체사상이나 김일성 중심의 역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일제시대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독립투쟁을 했다는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제대로 안 한다고 색다른 비판을 가한다. 적당히 하고 마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재벌을 잡는 게 아니라 재벌 비리를 제대로 잡아야 하고, 사법 검찰 개혁, 경찰 개혁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꼬인 한일관계에 대해선 “미국이 천황제를 없애버리지 못하는 바람에 전쟁을 일으킨 천황이 정신적 심볼처럼 되어 버렸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일자리는 국가가 할 일 아니다” - 특정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더 이상 국가의 일이 아니라고 그는 주장한다. 기본적으로 국가의 역할은 국민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안전망을 깔아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사람이 기업을 만들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조순 전 부총리 “소득주도성장 안돼” - 소득주도성장은 고용을 오히려 줄이고 중소기업을 아주 어렵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팩트’에 입각해 세운 정책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갖고 세운 것이라고 질타한다. 목표도 없이 정부가 자의적으로 임금 수준을 결정하고 그걸 올리거나 내리거나 마음대로 하는 것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일갈한다. 중국의 추월과 관련해선 “이미 기정사실화된 만큼, 경쟁을 생각하지 말고 협력해서 윈윈하는 정책이 맞다”고 조언한다. 교육정책과 관련해선 한글 전용 정책과 교육 평균화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대학 운영 자율화도 주장한다. 수능을 대학 입학 전형으로 쓰는 것에도 “수학능력(학자적 자질) 유무 평가지표일 뿐”이라며 반대한다.

* 조정래 작가 “대기업 횡포에 불매운동해야” -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한번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말한다. 대의민주주의 관련해선 “국민이 권력을 지도자에게 위임했는데 그들이 잘못하면 직접 회수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옹호한다.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후하다. 경제문제가 심각할 뿐, 나머지 문제는 잘 되고 있다고 말한다.

* 한승수 전 외무장관 “트럼프 있는 한, 한미 동맹균열 불가피”- 북미 관계와 관련해선 정상회담 통한 빅딜보다는 실무자 협상을 통해 스몰딜로 만들어 가면서 북한 비핵화를 단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종전 선언은 평화를 가져오기 보다는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명분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김정은의 성과는 미국과 맞대결에서 결코 자신이 하수가 아님을 입증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그동안 북한과 미국의 협상을 주선하는 데 집중했지만, 북한과의 경협을 열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는 인상 그쳐 안타깝다고 말한다.

*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문 대통령, 분열의 정치하고 있다”- 허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 노선이 좌파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하는데 분열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적폐청산도 최소한의 범위에서 단기간에 끝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적폐청산을 명목으로 입법부는 수족처럼 부리고, 사법부까지 장악했다고 비판한다. 문 대통령이 야당 시절 그렇게 반대했던 낙하산 인사가 지금 그 어느 정권보다 심하다고 일갈한다. 국무회의는 뒷전이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가 국정의 중심축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질타한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면서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사청문회도 안거치고 검증도 안된 사람들을 요직에 채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청와대 비서실은 우리 헌법 어디에도 없는 조직”이라고 일갈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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