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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양지원 "실패한 줄 알았는데… '미스터트롯' 통해 재기했죠"

-'트롯신동'으로 주목받은 '미스터트롯' 출연 가수 양지원

입력 2020-02-18 07:00   수정 2020-02-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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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지원 (사진제공=위드포유 미디어그룹)

 

화제 속에 방송 중인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은 쟁쟁한 현역 가수들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장민호, 천명훈, 고재근, JK김동욱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가수들이 ‘계급장’을 떼고 새파란 후배들과 원점에서 경쟁했다.

트로트 신동으로 이름을 알린 가수 양지원(26) 역시 “형이 왜 저기서 나와?” 소리를 들은 한 명이다. 지난 2007년 13세에 ‘나의 아리랑’으로 데뷔한 양지원은 장윤정과 박현빈 소속사이자 ‘트로트 명가’로 불린 인우기획의 신예로 주목받았다. 이후 2009년 콜롬비아레코드의 러브콜을 받아 일본으로 건너가 엔카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랬던 만큼 양지원의 ‘미스터트롯’ 출연은 의외였다.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할 만큼 양지원은 절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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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지원 (사진제공=위드포유 미디어그룹)

“주위에서 ‘미스터트롯’ 제작 소식에 꼭 출연해서 빛을 봐야 한다고 응원해주셨죠. 하지만 득보다 실이 크다고 생각해서 지원서를 보내기까지 한 달동안 전전긍긍하기도 했죠. 합격 소식을 전해들은 뒤 오디션 볼 때까지 죽어라고 연습만 했죠.” 


양지원의 노력은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이 먼저 알아봤다. 첫 번째 경연에서 선보인 ‘미스고’는 그의 아버지가 즐겨 부르던 노래다. 젊은 시절 가수를 꿈꿨던 양지원의 부친이 울산 고복수 가요제에서 수상한 곡이기도 하다. 

 

아들이 재기를 위해 ‘미스터 트롯’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부친은 직접 ‘미스고’를 지도하기도 했다. 부자의 사연을 담은 양지원의 ‘미스고’는 심사위원들의 심금을 울리기 충분했다. 그는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합격했다. 


“첫 경연이 있던 날, 부산에서 직장에 다니는 아버지께서는 종일 휴대폰만 바라보고 계셨대요. 경연을 마친 뒤 합격 소식을 전하며 ‘미스 고’ 반응이 좋다고 메시지를 보내니 다음 날 연락을 주셨어요. 알고 보니 당일에는 감정을 주체를 못하셔서 전화도 못하셨다 하더라고요.”

승승장구하던 양지원은 본선 2차 경연 1대 1 데스매치에서 김중연과 대결해 아쉽게 1표 차이로 탈락했다. 음이탈이 발목을 잡았다. 양지원은 그 날을 “제 자신이 21세기 들어 최고 긴장한 날”이라고 표현했다. 지금은 웃으며 여유있게 말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김중연의 생수 퍼포먼스에 상당히 긴장했다고 한다.

“김중연 씨가 퍼포먼스를 할 때 제가 절규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더라고요.(웃음) 사실 제작진이 제게 뮤지컬처럼 세트도 차리고 댄서도 섭외하라고 권했는데 제가 오롯이 마이크로 승부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그때만 해도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아티스트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했었죠. 제가 너무 순진했어요. 하하”

양지원은 ‘미스터트롯’에서 탈락 뒤 마스터인 장윤정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장윤정은 그의 10대 시절을 지켜본 ‘한솥밥 누나’다. “제가 아직 부족하지만 누나 말씀 새겨듣고 더 노력하는 큰 가수 될게요”라는 양지원의 문자에 장윤정은 “충분히 잘했어, 네가 가지고 있는 색깔과 한국식 창법을 연구하면 더 큰 가수가 될 수 있을거야”라고 화답했다.



◇‘트로트 신동’으로 주목받았던 10대 시절, 돌아가면 “학교 꼭 다녀라”조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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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지원 (사진제공=위드포유 미디어그룹)

양지원은 누구보다 굴곡 많은 10대 시절을 보냈다. ‘틴에이저 트로트 선두주자’로 불리며 한참 활동하던 시기에 변성기를 맞았다. 그 무렵 ‘엔카계 보아’를 찾고 있던 일본 콜롬비아 레코드의 제안을 받고 학교를 자퇴한 뒤 일본으로 건너갔다. 당시 콜롬비아의 프로젝트명도 ‘보아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일본 엔카 시장의 연습생 시스템은 혹독했다. 매달 연습 뒤 모니터링을 거칠 때마다 아직 데뷔하기에 이르다는 답을 듣곤 했다. 한참 배고플 10대 시절이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탓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달픈 시간을 보냈다.

5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콜롬비아 측이 프로모션 앨범 취입을 제안했다, 방송에서 설명이 생략된 채 비쳐진 지하철역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은 일본 엔카 가수의 전통으로 밀감 박스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롱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년 동안 지하철역과 전국의 가라오케 주점을 돌며 엔카가수의 기본을 다졌다. 양지원이 한인타운에 떴다 하면 1000명의 팬이 운집하고 NHK에서 출연 섭외도 들어왔다. 성공이 눈앞에 보일 무렵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일본 내 반한감정이 상당했어요. 한국어를 사용하면 일본인들이 욕을 하거나 담배를 던지기도 했죠. 8년간 고생했지만 더 이상 이 곳은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귀국을 결정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앨범을 준비했다. 판소리, 경기민요도 배웠고 지리산에 올라가 득음을 터득하기도 했다. 소리에 자신감을 가진 그는 2013년 ‘아야야’(A-Ya-Ya)를 발표했지만 이듬해 세월호 침몰 사고로 방송과 행사가 올스톱했다. 결국 군에 입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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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출연했던 양지원(사진=방송화면캡처)

 

“군대에서 일병으로 있을 때 인우기획의 폐업소식을 들었어요. 보초를 서고 있는데 상관이 ‘지원이 너네 회사 없어진다고 하던데?’라고 소식을 전해주더라고요. 밤 늦게 부모님과 통화해 폐업을 확인한 뒤 망연자실했어요.”  

 

제대 후 막노동, 마트 계산원, 고깃집 서빙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때로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요즘은 노래 안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실패한 가수’라는 낙인이 찍힌 듯 했다. 

 

그래도 양지원은 그 기간을 “인생에서 가장 마음이 행복한 때”라고 회상했다. 가수 생활을 하며 제대로 정산 받지 못했을 때보다 직접 몸을 써서 돈을 벌며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2018년 싱글 ‘아싸라비야’를 발표했다. 


‘미스터트롯’을 통해 이런 인생 역경이 공개되면서 양지원의 오랜 팬들도 단합했다. 팬들이 쓴 댓글을 모두 읽는다는 양지원은 “예전보다 실력은 못해도 감정적으로 성숙해졌다”는 댓글을 읽으면 뿌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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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지원 (사진제공=위드포유 미디어그룹)

“양지원 노래 듣는 낙에 산다”, “양지원 유튜브를 보며 삶의 희망이 생겼다”는 댓글을 읽을 때마다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 일일이 ‘좋아요’를 누르곤 한다.

 

초반 2000명이던 팬카페 회원수도 3700명까지 늘어났다. 팬들의 열성적인 투표 덕분에 그는 ‘미스 트롯’ 출신 홍자와 접전 끝에 ‘명동을 빛낼 대표가수’로 선정돼 이달 24일부터 내달 1일까지 명동과 서대문 일대 전광판에 얼굴을 내비친다.    

 

아울러 3월 28일 인천 개항에서 팬클럽 창단식 겸 미니콘서트를 개최한다. 하루 전날인 27일은 양지원의 생일이기도 하다. 더불어 3월부터 유튜브 ‘양지원TV’를 통해 신곡을 모집한다. 빠르면 5월, 늦어도 7월 안에는 신곡을 발표할 계획이다.

양지원에게는 ‘계획’이 있다. 그는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만 부른다고 대형가수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팔색조 같은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미스터트롯’ 방송 뒤 연락이 온 일본 매니지먼트사에도 “한국 활동을 마친 뒤 다시 기회를 주지 않겠냐”고 정중히 답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뒷바라지 하며 한평생 고생한 부모님께 번듯한 집을 사드리고 싶다고 했다. 양지원은 “갈수록 집 평수가 줄어들었다. 심지어 군대에 있을 때 부모님께 말씀 안 드리고 휴가를 나왔더니 부모님도 내게 얘기하지 않고 작은 집으로 이사 간 적도 있었다”며 “나를 위해 희생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근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를 석권한 봉준호 감독이 13살 봉준호에게 “일찍 자라”는 조언을 건넨 것처럼 27살 양지원 역시 12살의 양지원을 향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는 꼭 잘 다니자, 주변 친구들을 많이 사귀자, 그리고 편식 좀 하지말고 잘 먹어서 키가 쑥쑥 자라길. 한마디만 하라고 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많네요.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웃음)”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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