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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좀더 깊어진 단과 진, 이준영과 김수하

[Pair Paly 인터뷰]

입력 2020-02-28 19:00   수정 2020-02-28 21:42

스웨그에이지 김수하 이준영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왼쪽)와 단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저는 못올 뻔 했는데 다시 오게 돼서 행복했고 감사했던 것만 기억나요. ‘같이 하게 됐다’고 결정되는 순간 감사했어요. 너무 너무 너무.”

지난해 시작을 함께 했지만 드라마 ‘굿캐스팅’ 촬영 문제로 6개월만에 앙코르로 다시 돌아오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4월 26일까지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이하 스웨그에이지)에 합류하지 못할 뻔 했던 이준영은 “너무”를 반복적으로 되뇌며 “다시 올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는 홍광호, 김선영, 윤공주, 조정은 등이 소속된 PL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첫 창작뮤지컬로 조선시대 시조를 현대의 랩 선율과 라임에 빗댄 풍자극이다. 아이돌그룹 유키스의 멤버로 ‘부암동복수자들’ ‘이별이 떠났다’ ‘미스터 기간제’ 등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하던 이준영의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준영과 더불어 ‘스웨그에이지’로 처음 국내 뮤지컬 무대에 올랐던 김수하, 배우로 데뷔한 양희준 등 신인들이 주인공으로 나서지만 최진철·이경수·이창용·김승용 등 베테랑 배우들이 중심을 잡고 완성도를 높이는 작품이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김수하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

지난 2015년 한국 배우 최초로 런던 웨스트엔드 ‘미스사이공’ 여주인공 킴으로 활약하다 ‘스웨그에이지’로 처음 국내 무대에 선 김수하는 “선배들께 진짜 많이 배우고 있다”며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 극이 굴러갈 수 있는 건 선배들이 계시기 때문이에요. 아이디어도 많이 주시죠. 선배들이 ‘연기는 이런 거야’라고 하지는 않으세요. 그저 선배들과 한 무대에 서서 대사와 눈빛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엄청 많이 배우죠. 저도 모르게, 아이가 엄마를 보고 걷고 말하 듯 무대 매너는 저런 거구나, 무대에서는 저렇게 서 있고 얘기하는 거구나 등을 배운 것 같아요.”

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장난을 안칠 수 없는 현장”이라며 “우리 ‘스웨그에이지’ 배우들 중엔 제 정신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무대 뒤 분위기를 전했다.

“선배들까지 다 그래요. (십주 역의 이)창용이 형은 ‘각기 춤’에 정말 열심이에요. 매 무대를 오르기 전 분장실에서 진짜 열심히 연습하죠. 게다가 저희 앙상블 배우들은 ‘미안할 정도로’ 너무 잘하잖아요.”

시조가 금지된 가상의 조선, 역적 자모의 아들이며 천둥벌거숭이로 이리저리 혼자 떠돌며 살아가던 단(이준영·양희준·이휘종, 이하 관람배우 순)이 자모의 의형제이자 금지된 시조를 전파하는 골빈당 십주(이창용·이경수), 현재의 시조대판서로 조정의 실권자인 홍국(임현수·최민철), 그의 딸로 암암리에 골빈당을 지원하고 있는 진(김수하·정재은) 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흥겹지만 날카로운 세태풍자극이다.

15년만에 재개되는 조선시조자랑 경연장에서 펼치는 신명나는 풍자마당과 이를 통해 진실을 알리려는 단과 진의 여정에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골빈당에 몸담은 재담꾼 호로쇠(장재웅), 재주꾼 기선(정선기), 경호원 순수(정아영)가 함께 한다.


◇점점 더 단과 진에 빠져드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준영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단은 어쩌면 뻔한 캐릭터예요. 한국 드라마에서 두세번쯤은 본 적이 있죠. 그런 캐릭터를 어떻게 재밌고 생동감있게 구현할까는 배우들의 숙제기도 했어요.”

이렇게 전한 이준영은 “지난해 첫 공연부터 자부할 수 있었던 건 ‘단’이라는 캐릭터를 세명이 했는데 다 다르다는 것”이라며 “그 면에서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준영의 전언에 진 역의 김수하는 “(이)준영이는 친구 같으면서도 동생 같고 아가 같으면서도 오빠처럼 할 때도 있는 단”이라며 “(이)휘종 오빠는 진짜 오빠 같고 (양)희준 오빠는 정말 동생 같은,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하는 단”이라고 부연했다. 

 

“너무 어렵지 않게 생각했어요. ‘우리 모두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단과 형들(양희준·이휘종)이 생각하는 단은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누군가 ‘나는 단이 강단 있고 남성적인 캐릭터 같아’라고 하면 ‘그게 형이 생각한 단이면 그게 단이지’라고 받아들이곤 했어요. 그 다른 것들을 너무 잘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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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중 아버지 무담 앞 그네에서 속내를 털어놓는 단 역의 이준영(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이어 “배우들이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캐럭터”라며 앙코르로 돌아온 ‘이준영의 단’에 대해 “감성적인 면에 집중했다”고 털어놓았다.


“초연 때는 (힘들면서도 무슨 일을 당할까 단과 골빈당을 외면하고 돌을 던지는) 백성들한테만 너무 화가 났어요. 반면 이번엔 그런 백성들과 그걸 이해시키려는 진이도 답답하고 화가 났죠. 중간에서 내 마음도 몰라주고 ‘그건 아니잖아’라고 꾸짖는 십주 삼촌이 밉기도 하면서 서운하기도 해요. 정말 여러 가지 감정들이 생겨났어요. 신 하나하나에서 감정을 많이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하는 게 더 쉬워졌어요. 사실 초연 때는 좀 어려웠거든요. 대본상으로는 화를 내야하는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야하는지 궁금증이 좀 남았었거든요. 이번엔 그런 것들을 모아서 바꿔봐야겠다 했어요. 캐릭터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그리곤 무능한 왕, 독선으로 백성들을 억압하는 홍국, 그들로 인해 죽음까지 내몰린 십주 삼촌과 백성들, 그 홍국의 딸임을 숨기고 있었던 진 등으로 절망한 단이 아버지의 무덤가 그네에 앉아 “무서워요”라고 읊조리는 디테일을 예로 들었다.

“겉으로는 걱정 없고 정의감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이가 그때 느끼는 감정은 이래요. 삼촌도, 백성들도 눈앞에서 죽어가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뤄진 게 아무 것도 없잖아요. 결국 돌아온 곳은 죽은 아버지 무덤이죠. 그게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리곤 “그걸 솔직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솔직하게 표현을 해야 보시는 분들도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고 그 대사 후에 등장하는 진이의 대사와도 너무 잘 맞는다”고 전했다. 김수하 역시 불과 6개월 전과는 사뭇 달라진 ‘진’으로 돌아왔다. 김수하는 “생각도 많아지고 절제하는 것도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김수하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

 

“진이가 외로운 사람이라는 걸 거의 처음으로 느꼈을 정도예요. 지난 시즌은 늘 재밌기만 했죠. 이 사람들과 지내는 게 현실의 김수하로서 좋았고 진이로서 존재하는 시간이 늘 행복하기만 했거든요. 이번 시즌에는 진이가 너무 너무 외롭다는 생각을 했어요. 단이는 누군가 계속 도와주고 사람들이 늘 주변에 있지만 진이는 늘 혼자거든요.”  


그리곤 아버지 홍국의 죄가 드러나고 부르는 솔로 넘버 ‘나의 길’을 예로 들었다. 김수하는 “아버지도, (진에 의해 깨달음을 얻고 자신의 길을 찾겠다던 홍국의 호위무사) 조노(심수영)도 가 버리고 진은 혼자 남겨진다”며 “왜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선시조자랑으로 다들 신나게 놀 때도 진이는 혼자예요. 골빈당의 조력자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진이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싶어요. 그래서 진이는 ‘외유내강’ 같으면서도 ‘외강내유’ 같은, 엄청 복잡한 사람 같아요. 지난 시즌은 쉽게 쉽게 재밌게 했다면 이번엔 한회 한회 해나가는 게 어렵고 외로움이 자꾸만 느껴져요.”


◇죽을 각오로 임하는 ‘운명’, 김수하 진만을 향한 이준영 단만의 “미안해”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준영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그런 감정들을 누나(김수하)랑 공유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서로의 얘기를 들으면서 서사를 쌓아가고 있죠. 누나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진이의 외로움을 잘 보이게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바뀐 장면이 극의 막바지를 장식하는 ‘운명’이다. 골빈당과 함께 진실을 전하는 이준영의 단은 떠나는 김수하의 진에게 “미안해”라고 속삭인다.

“원래 ‘고마워, 미안해’를 했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고민이 많았어요. 외롭게 시간들을 보내는 진이에 대한 얘기를 듣고 얼마나 제가 모질게 했는지가 떠올랐죠. 김수하 배우의 진은 이준영 배우의 단을 좀 더 이해하려고 하고 친구처럼 다가와주거든요. 그런 게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래서 ‘운명’에서 헤어지는 잠깐의 눈맞춤에서 ‘미안해’라고 하는 게 진짜 슬퍼요.”

‘운명’에서 이준영 단이 김수하 진에게 전하는 “미안해”는 “무서워요”를 읊조리는 무덤 신에서 이어지는 디테일이기도 하다. 이준영은 “(정)재은 배우랑 하면 전혀 다른데, 특히 무덤 신이 다르다”며 “그러다 보니 재은 누나한테는 ‘운명’에서 ‘미안해’라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죽을 각오로 ‘운명’을 해요. (관군 역의 심)수영 형한테 다른 단들 보다 칼을 좀 더 가까이 대 달라고 부탁했죠. 여차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요. 최대한 흥분을 안하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데 홍국이랑 같이 부르면서 계속 무너져요. 마지막 ‘이게 내 운명입니까’ 하면서는 화가 주체가 안되죠. 백성들, 임금 등이 또 홍국의 꾀에 넘어갈까봐 두렵고 나는 혼자고…다 포기해버리면서 망가져갈 때쯤 골빈당 호로쇠 형이 들어와요. 그 순간 눈물이 머금어지면서 스스로 강해지는 걸 느끼죠.”

그리곤 이준영은 “8분여 간 이어지는 ‘운명’에서 단 한번도 감정이 깨지거나 다른 생각이 들어온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죽을 각오로 자신의 아버지 홍국에게 덤비는 단과 골빈당을 보면서 김수하는 “진이는 무대 뒤에서 ‘운명’을 노래하는 단과 골빈당, 백성들을 지켜보고 있다. 저 사람들을 보는 게 마지막임을 직감하면서 ‘이제 정말 내가 나서야할 때’임을 느낀다”며 “그 키를 가진 사람이 진이고 저 하나만 희생하면 다 살 수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마지막까지 나를 이해하는 진, 단에게 보내는 ‘토닥토닥’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김수하 이준영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왼쪽)과 진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

 

“수하 누나는 저한테 끝까지 따끔하게 충고하고 올곧게 잡아주는 누나 같고 친구 같은 진이에요. ‘운명’을 할 때면 정말 힘들고 할 것도 많고 바쁘고…그 ‘운명’에서 제가 수하 누나한테 부탁한 게 있어요.”

맨 앞의 단을 중심으로 진과 십주, 골빈당들이 삼각편대를 이루는 이 넘버에서 김수하의 진은 이준영 단의 등을 토닥인다. 이는 연습실에서 감정을 교류하며 이야기를 나눈 끝에 만들어내 둘만 공유한 ‘디테일’이다.

“연습 때 ‘운명’을 하면서 제가 준영이의 등에 손을 한번 대봤어요. 그랬더니 자리를 잘못 잡은 줄 알았는지 자꾸 앞으로 가는 거예요. 힘을 주고자 했던 제 감정이 깨져버렸죠. 그래서 준영이에게 ‘앞으로 가라는 게 아니고 너 힘주려고 하는 거야’라고 말해줬어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왼쪽)과 진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

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진이가 단이를 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제가 누나한테 토닥토닥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지난 시즌엔 안 그랬는데 이번 공연에서 누나의 진이는 백성들 한명씩에 눈을 맞춰요. 그게 너무 와닿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저와 눈을 맞추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면서 나가죠. 그런 진에게 토닥토닥을 받으면 끝까지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으로 남을 것 같았어요.”

이준영의 설명에 김수하는 “저는 그것마저도 정의내릴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라며 “지금까지 내가 끌어온 걸 단이한테 두고 역적의 딸로 살러가는 마음이다 보니 행동 하나하나가 이래서라고 명확하게 얘기하기가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실체가 드러난 아빠(홍국)는 무너져 있고 저(진)는 역적의 딸로 살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단의 등을 토닥토닥해 줄 수가 없는 감정선이죠. 그런데도 마지막 순간까지 진이는 단을 위해 ‘토닥토닥’해요. 그런 진이가 너무 처참하고 불쌍해요.”

김수하의 설명에 이준영은 “십주 삼촌이 저에게 ‘진이가 줬다’고 하면서 부채를 준다. 그 부채에 시조가 있는데 진이가 밤새 피눈물을 흘리면서 썼을 거라는 게 느껴진다”며 “그래서 저의 단에게서 ‘미안해’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그렇게 김수하의 진과 호흡을 맞추고 감정을 교류하는 과정이 이준영은 “너무 소중하다”고 했다.

“한회 한회가 너무 소중해요. 전에는 정신없이 했거든요. 이번엔 신경 쓸 것도 없고 공연에만 집중하다 보니 감정 하나하나가 너무 납득이 되는 거예요. 그래선지 연기가 훨씬 편해졌고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동질감으로 뭉친 단과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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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왼쪽)와 단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단에게 진은 무덤 신 전까지는 그렇게 달가운 애가 아니에요. 초연 때는 진이가 그냥 싫었어요. 저(단)도 어느 정도는 계획이 있는데 항상 ‘아니야’라고 태클을 거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짜증이 났죠.”

단에게 ‘진은 어떤 존재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이준영은 “그런데 이번에는 긴가민가했다”며 “저 스스로도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얘(진)한테 설득이 될 것 같으니까 짜증이 난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준영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짜증의 결이 달라졌죠. 처음부터 저를 무시하듯 얘기하고 별 것도 아닌 시조를 읊으면서 ‘나으리’라고 비웃고…게다가 골빈당 형들은 진이만 예뻐하고 저한테는 화만 내잖아요. 그런 것들이 초연 때는 그냥 짜증이 났어요. 그런데 지금은 진이를 나(단)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느 정도 의지하죠. 그런 상태에서 진이 홍국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죠.”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았던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시점은 아버지 자모의 무덤에 있는 단을 찾아온 진이 어머니의 사연을 전하면서다.

 

“궁궐로 가겠다”는 진에 이준영의 단은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되지”라고 다짐하며 “진이 얼굴을 본다”고 전했다.

“초연 때는 진이의 얼굴을 못봤어요. 잃어버렸던 아버지(자모)의 붓을 건네는 진의 팔에서 시선이 끝났었죠. 하지만 이번엔 진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됐어요.”

이준영의 말에 김수하는 “저(진)는 단에게 동질감을 느낀다”며 “단이는 진이를 몰랐지만 진이는 단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십주가 ‘너 혹시 단이 아니냐’라고 했을 때 저는 이미 ‘놀아보세’에서 단의 탁월한 시조 실력을 본 후잖아요. 어쩌면 우리가 찾는 그 사람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죠. 그런 단이가 진이에겐 늘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 같아요. 골빈당과 더 오랜 시간을 지냈고 동질감도 있지만 단이한테 느끼는 게 더 컸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시조를 금지시킨) 조선시대가 아닌, 운명을 거스르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서로 좋아하고 행복하게 지냈을 것도 같아요.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되거나 사랑에 빠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그런 복잡한 마음도 들어요.”


◇아버지와 나…김수하의 ‘나의 길’, 이준영의 ‘새로운 세상’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김수하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

 

“초연 때는 자모가 아버지라는 말을 듣고도 안믿겼어요. 그래도 아빠니까 ‘그가 하고자 했던 일을 이어서 해보자’였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엄청 많은 질문을 던져요.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보는 연습)를 하다가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집중해서 ‘새로운 세상’을 부르다 보니 아빠한테 계속 질문을 하고 있더라고요.”

“원하는 걸 가질 수 없다면서요?” “운명도 바꿀 수 없다면서요?” “그런데 왜 아빠는 그런 일을 하다가 죽었어요?”…그렇게 혼란을 느끼고 질문을 반복하면서 이준영은 “홍국에 대한 분노가 생겨났다”고 털어놓았다.   

 

“도대체 신분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우리 아빠까지 죽이고 백성들이 아무 것도 못하게 시조를 금지시켰는지 엄청 화가 났어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준영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세상을 바꾸고자 했지만 죽음을 맞은 단의 아버지 ‘자모’, 단과 진 그리고 골빈당이 바꿔야할 세상의 일부인 진의 아버지 ‘홍국’. 그렇게 진과 단은 홍국과 자모라는 양극단에 선 ‘아버지’,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다짐과 사명감을 공통분모로 가진 인물들이다.  


단이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자모에게 ‘새로운 세상’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면 진은 아버지 홍국과 다른 길을 걷기로 다짐하며 ‘나의 길’을 부른다.

“‘나의 길’을 부르기 전 ‘지금 네가 하는 일이 백성들을 더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아빠 홍국의 말을 들을 때 실제로 저라면 순간 고민하지 않을까 싶어요. ‘놀아보세’로 신나게 놀았던 순간들, 백성들 얼굴 하나하나가 다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여기서 그만 하는 게 백성들을 위한 길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죠.”

이렇게 전한 김수하는 “그런 감정들이 ‘나의 길’을 시작하기에 좋다”며 “아빠의 말 한마디로 흔들리다가 선택을 하고 다짐을 하듯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지금 멈춰서 모두가 당장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도 같아요. 실제 저라면. 하지만 진이는 더 멀리 봐요. 지금 나서서 바꿔야 미래가 더 행복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죠. 그래서 진이는 똑똑하고 마음이 넓은 사람 같아요. 멀리 내다 보면서 모든 걸 품고 갈 수 있는 사람이죠.”

김수하는 ‘나의 길’에 대해 “제 얘기 같기도 하다”며 “진이보다 용기는 없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시간, 마침내 이뤘던 순간들 등에 이어 현재진행형인 배우로서 걷는 저의 길”이라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김수하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

 

“진이랑 똑같아요. 저 역시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혼란스럽고 두렵거든요. 그래선지 순간 순간 김수하로서 울컥할 때도 있죠. 마지막에 ‘난 나의 길을 찾아 나아가’를 부를 때는 꼭 김수하가 관객들께 저라는 배우는 이렇게 하겠다고 얘기는 것 같아요.”

김수하의 말에 이준영 역시 “가사가 참 예쁜 곡”이라며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 고민들을 담고 있다”고 동의를 표했다.

“살면서 고민은 누구나, 언제나, 당연히 하게 돼요. 저 뿐 아니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이죠. 해답이 거기 있는 느낌이거든요. 그 결정을 본인이 한다는 게, ‘간절했던 고민은 끝났어’라는 말이 너무 크게 다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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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중 '나의 길'을 부르고 있는 진 역의 김수하(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그리곤 “삶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곡”이라며 “저 역시 진이 만큼의 용기는 없지만 ‘나의 길’을 들을 때면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 이준영의 말에 김수하는 ‘나의 길’에 얽힌 관객과의 특별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어떤 학생한테서 DM(다이렉트 메시지)이 왔어요. 대학 입시를 포기했다가 ‘나의 길’을 듣고 다시 도전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찾아오기도 했어요. 저도 잊고 있었나 봐요. 제가 존경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꿈을 꿨던 걸, 그 때의 저 같은 마음으로 저를 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요. 잊었던 걸 다시 깨닫는 순간 책임감이 더 생겼죠. 음악, 글, 예술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골빈당과 ‘양반놀음’을 만든다면? 환경문제!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왼쪽)와 단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

 

세상을 바꾸려는 골빈당, 그들이 세상을 풍자하는 ‘양반놀음’에는 ‘스웨그에이지’의 메시지가 응축돼 있다. “지금 골빈당 같은 모임과 ‘양반놀음’ 같은 노래를 만든다면”이라는 질문에 김수하도, 이준영도 “환경문제”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텀블러, 개인 빨대 등 쓰기를 하고 있어요. 저를 좋아해주시거나 알고 계신 분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환경문제’에 대한 모임과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정크 아트’(Junk Art, 재활용 소재를 이용한 미술활동)를 언급했다. “제가 그림을 그려선가 예술적 활동에 관심이 많다”며 “길을 걷다 보면 라이터, 담뱃갑, 껌 종이, 플라스틱 컵 등이 자꾸만 눈에 띈다”고 말했다.

“버려진 것들, 쓰레기 등으로 뭐든 다 만들 수 있어요. 좋은 사람들이랑 그런 작품들을 만들어서 전시회를 열고 싶어요. 작품마다 어떤 종류, 몇 개의 쓰레기가 들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서 쓰레기와 환경문제를 자각할 수 있게요. 정크 아트는 꼭 예술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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