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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복'도 많지… 배우 김영민이 있으니!

[人더컬처]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극장가 활기 더하며 인기몰이
지난해 각종 영화제에서 관객상 '싹쓸이'한 수작
극중 장국영으로 나오는 김영민 "'아비정전'속 장국영 걸음걸이 익히려 노력...유쾌한 위로 전하는 영화, 관객들에게 전달되길"

입력 2020-03-10 07:00   수정 2020-03-10 08:09
신문게재 2020-03-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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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영민(사진=이철준기자)

 

뜬금없이 장국영이다. 그것도 영화가 좋아 평생 스크린 뒤에서 프로듀서로 일해왔던 찬실(강말금)에게만 보이는 2020년의 장국영. 대한민국을 강타한 ‘코로나19’의 기세 속에서도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5일 개봉한 영화는 다수의 영화제에서 미리 ‘관객상(45회 서울독립영화제(관객상), 24회 부산국제영화제(한국영화감독조합상, KBS독립영화상, CGV 아트하우스상)’을 받은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극 중 장국영으로 나온 김영민은 “실제로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만’해온 김초의 감독님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라고 특유의 선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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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생인 그는 데뷔 초 어려보이는 외모가 주는 컴플렉스에 휩싸인적도 있다고.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는 2020년에 살아있는(?) 장국영으로 관객들의 추억을 소환한다.(사진=이철준기자)
최근 종영된 ‘사랑의 불시착’에서 현빈과 손예진 커플을 감시하는 ‘귀때기’ 역할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기 전 그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구해줘2’ 등에 출연하며 착실히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연극에서는 이미 ‘고수’로 불리며 대학로의 히트 작품들을 모조리 꿰찬 그였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에쿠우스’를 비롯해 ‘엠버터플라이’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 맞았다’ ‘19 그리고 80’ ‘햄릿’ 등에 출연했다.   

 

“확실히 인지도는 ‘귀때기’ 역할로 확 높아졌어요. ‘나의 아저씨’가 문을 열어줬다면 ‘사랑의 불시착’은 꼭 엘리베이터를 탄 듯한 느낌이에요. 이 영화는 원래 ‘눈물이 방울방울’이란 제목으로 초고를 받았는데 지금 제목이 더 마음에 들어요. 전자가 좀 감정적이라면 후자는 뭔가 객관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극 중 김영민의 등장은 파격적이다.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흰 속옷 차림으로 맘보 춤을 추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바로 그 차림 그대로, 그것도 한 겨울에 촬영을 진행했다. 그는 “사실 작편수만 따지면 영화와 연극이 비슷하다”면서 “영화나 드라마는 순간에 몰입하고 빠지는 걸 배운다면 연극은 들어가는 에너지가 다른 데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는 요즘이 참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실 남중·남고를 다녀서인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제가 마동석 배우와 동갑이거든요. 다들 안 믿어요. 동안인 것도 그렇고, 중국배우를 닮았다는 데 당시 인기 있었던 주윤발과는 아니고.(웃음) ‘찬실이는 복도 많지’도 계속 장국영처럼 보일 수는 없었죠. 그래서 포마드를 살짝 바른 머리나 ‘아비정전’의 장국영이 맡았던 건달 특유의 걸음걸이 등은 부단히 연습한 결과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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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거의 속옷차림으로 등장하는 김영민. 영화 중반부 등장하지만 주연으로서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사진제공=영화사 찬란)

 

당시 대학로 선배들은 그의 ‘동안’에 대해 “언젠가는 복 받을 날이 올 것”이라며 어려보이는 그의 콤플렉스를 다독였다. 김영민은 “뒤돌아보면 선배님들 말씀이 맞더라. 덕분에 더 다양하고 좋은 작품들을 할 수 있었다”며 자신의 연기 인생을 되짚었다. 

 

아이돌이 연기를 겸하는 게 당연한 지금과 달리 연극이 신성시되고 영화는 ‘돈 벌려고 가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팽배했던 시절 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힘들었지만 찬란하게 빛났던 경험 덕분에 그는 “감독님들이 이야기를 하면 몸에서 본능적으로 뭔가가 흘러나오는 걸 느낀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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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영민(사진=이철준기자)

극 중 장국영은 연애도, 일도, 돈도 없는 찬실이에게 ‘영화를 시작하게 해준 초심’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다.

 

이미 대중들은 장국영이 만우절에 거짓말 같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걸 알기에 그의 마지막 등장 신은 검은 의상으로 대체됐다.

“배우 입장에서는 내내 한 의상만 입는 게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마지막에 의상이 바뀐 건 제가 봐도 마음이 따듯해졌어요. 관객의 눈으로 봤을 때 살짝 눈물도 나고요. 이상한 게 영화를 하면 연극을 하고 싶고 공연을 하면 영화가 그리워요. 그래서 그런지 겹쳐서 촬영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누군가에게 선택받는 직업인데 ‘나는 참 행복한 고민을 하는구나’라며 하루 하루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김영민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얼마나 만족할까. 대부분 이 질문에 배우들은 2초대로 정해진 대답을 한다. “만족하지 않는다”와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하지만 김영민은 달랐다.

“저는 이 영화의 따듯한 위로가 좋아요. 주인집 할머니로 나오는 윤여정 선생님 대사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 대신 열심히 해’가 있어요. 나는 작품을 뚫고 나가는 힘이 있는가 혹은 배우로서의 숙명은 뭔가라는 고민이나 만족도 없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거죠. 어쩔 때는 빵점짜리 시험지를 든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요.” 

 

김영민은 지난 2015년 영화 ‘마돈나’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당시 연극 ‘엠 버터플라이’를 공연 중이었지만 다행히 트리플 캐스팅으로 제작사의 이해를 받고 영화제에 참석한 것.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는 배우들에게까지 티켓이 나오지 않는다. 초청장은 단 두장이었지만 당시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을 좀 더 다독이는 계기가 됐음을 그는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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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영민(사진=이철준기자)

 

“당시 인터뷰룸에는 유명 감독부터 배우들이 가득했어요. 저는 다들 거들떠보지도 않았죠.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걸 끊임없이 잘 하면 나도 언젠가는 저 자리에 설 거란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개런티 중 일정부분을 항상 기부한다. ‘대건 안드레아’라는 세례명을 가진 그는 매번 故 김수환 추기경이 만든 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마음을 전달해 왔지만 이번에는 전국재해구호협회인 희망브릿지에 따로 성금을 전했다. “금액은 밝히기 부끄러울 정도예요. 다만 이 영화가 유쾌한 위로와 극본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선한 마음이 더 크고 많다는 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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