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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첫 경매 나온 간송 보물 유찰, 그 행방은?

[트렌드 Talk] 첫 경매 시장 나온 간송 문화재

입력 2020-05-28 19:00   수정 2020-06-04 16:12
신문게재 2020-05-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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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에 나온 간송미술관의 보물 제284호로 지정된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284호로 지정된 금동보살입상(사진제공=케이옥션)

 

“우리 문화재들이 한국에만 있으면 된다. 꼭 내 손이 아니라도, 누구 손이든 국내에만 있으면 된다.”

 

간송(澗松) 전형필 선생은 민족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전재산을 털어 모은 문화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였던 1938년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한국 최초의 사립박물관 보화각(葆華閣), 그 현신인 간송미술관이 누적 재정적자, 상속세 부담 등을 이유로 보물 ‘금동여래입상’(金銅如來立像, 보물 제284호, 1963년 지정)과 ‘금동보살입상’(金銅菩薩立像, 보물 제285호, 1963년 지정), 두점을 경매에 내놓았다. 

 

금동여래입상은 8세기에 확립된 통일신라 조각 양식의 작품이며 7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보살입상은 거창에서 출토된 불상으로 두점 다 중요한 미술사적 가치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화각 시절부터 장남 전성우, 차남 전영우, 장손 전인건까지 82년 동안 3대에 걸쳐 전형필 선생의 유지를 이어오던 간송미술관 소장품이 경매에 출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금 조달을 위해 미술관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작품을 판매하는 것 뿐”이지만 그간 대기업 등의 후원도 없이 82년여를 지켜오던 간송미술관의 경매 출품은 문화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번 간송미술관 소유의 보물 두점 이전에도 문화재나 고미술 작품이 경매시장에 출품되는 일은 적지 않았다. 2012년 겸재 정선, 퇴계 이황, 우암 송시열의 그림과 글로 엮은 화첩 퇴우이선생진적첩(退尤二先生眞蹟帖)이 삼성문화재단에 34억원에 팔리는 것을 시작으로 문화재 경매는 꾸준히 진행돼 수십 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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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이자 미술회계 전문가는 “사유재산으로 인정되는 문화재가 경매로 팔리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는 엄격한 문화재관리법이 존재하고 있어 외국인이 구매해 해외로 반출하기가 쉽지도 않기 때문에 색안경을 쓰고 볼 일은 아니다. 세금을 못 내서 파산하거나 미술관이 문을 닫기 보다는 소장품 판매를 선택했을 것”이라며 “소유권이 어디로 넘어가든 간송 선생의 유지처럼 한국 내에 있으면 되는 일”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어 “다만 관리 부분에서의 우려는 크다”며 “간송미술관은 문화재, 고미술 관리·보존기술이 탁월한 곳이다. 다른 기관 혹은 개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갔을 때 얼마나 관리가 될까 우려가 되기는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미술계 인사도 “간송미술관 역시 경매에 두 보물을 내놓으면서 판매 보다는 관리에 대한 고민이 더 컸을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27일 케이옥션 5월 경매의 맨 마지막 순서였던 간송미술관의 보물 두점은 15억 시작가에 아무도 입찰을 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에 미술계에서는 조심스레 ‘국립중앙박물관’行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매 직전 국립중앙박물관이 불상 하나당 15억원에 구매의사를 밝혀 케이옥션과 협의가 진행된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한해 예산 중 유물 구입비는 40억원 가량, 이미 구매를 계획한 작품들도 있어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회가 나서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회는 3000여명에 이르는 각계 인사, 시민 등이 국립중앙박물관을 후원하기 위해 1974년 발족한 순수 민간단체다. 

 

결국 유찰된 간송미술관 보물 2점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문화재 관리의 공적·사적 영역 설정, 상속세 등 세재혜택 및 소유권의 문제 등이 불거졌다. 현재 문화재 관련 상속세나 증여세 등은 ‘징수유예’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유예일 뿐 내야 하는 세금”이다. 결국 자금조달을 위해 문화재 경매 뿐 아니라 기업, 개인과의 거래로 이어진다.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어 공익 법인에 기부했지만 법적소송까지 가는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다. 

 

이에 문화재 및 고미술에 대한 체계적인 세재 시스템과 수익구조 구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문화재 및 고미술 보존은 관리가 까다롭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간 오롯이 개인의 책임이었던 그 비용의 공적 영역화를 비롯해 문화재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 및 전략, 대중에게 좀더 많이 보여질 수 있는 전시 지원책, 이를 통한 대여 수익 확보와 수익구조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고 모색해야할 때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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