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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아의 블랑 드 파리]봉쇄령 완화 조치 이후 실종된 경각심

입력 2020-06-05 17:00

Su앙발리드 인파
파리 앙발리드 앞 공원에 모인 인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회적 거리두기도 실종됐다(사진=백상아 셰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령이 시행됐던 프랑스에 완화 조치가 발표됐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 시민들의 경각심이 실종되는 신호가 포착되면서 2차 대유행이 임박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파리의 에펠탑 인근 공원과 앙발리드 앞 공원, 센느강 등 재개방된 야외마다 인파가 몰리는가 하면 3개월만에 영업 금지령이 해제된 레스토랑과 카페, 바 등에는 손님들이 북적이면서 집단감염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2단계 봉쇄령 완화 조치 이후 비교적 감염자가 적은 녹색지역은 레스토랑, 카페, 바가 전면적으로 개점을 하고 수영장, 체육관, 놀이시설, 공연장과 관광숙박시설이 개장하는가 하면 모든 고등학교가 개학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피해가 여전히 심각한 파리 포함 수도권의 일반 고등학교는 등교를 하지 못하고 있다. 레스토랑, 카페, 바 등은 야외 테라스에서만 영업을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전역에서는 공공 장소 및 개인공간에서 모임 인원도 10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으며 디스코텍, 오락실, 대형운동장, 경마장 등은 폐쇄 조치가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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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봉쇄령 완화가 시작된 지난 2일 저녁, 석 달 만에 문을 연 파리 7구의 한 카페 야외 테라스에는 시민들이 식사와 음료를 즐기고 있다. 파리에서는 실내에 영업이 금지사항이나 일부 업소는 실내 좌석에 손님을 받고 있다.(사진=백상아 셰프)

 

파리시는 레스토랑, 카페, 바 등의 야외 영업을 인도나 주차장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일부 업소는 행인들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인도까지 빼곡하게 테이블을 설치해 사람들은 도로로 걸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당국의 권고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야외 테라스 영업을 개시한 업소들은 테이블 간격을 1미터 이상 떨어뜨려야 하고 저녁 10시 이후에는 테이블을 철거해야 한다. 종업원과 이용객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등의 여러 수칙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일 저녁 파리 15구의 한 술집 앞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야외에서만 영업을 해야 하는 업소에서 실내에까지 손님을 들이고 술을 팔고 있자 지나가던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업소 종업원과 시비가 붙은 것이다.

경찰에 신고를 한 알렉스씨는 “나는 인근에 사는 주민이다. 봉쇄령이 완화되기 며칠 전부터 이곳은 문을 열고 영업을 했다. 그때도 실내에서 손님을 들여 술을 팔고 있어서 지나가다가 그러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규칙을 지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됐다”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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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느강변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인파가 넘쳐난다(사진=백상아 셰프)

 

영업을 개시한 업소마다 종업원을 제외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없다는 점도 집단감염의 우려를 낳고 있다. 날씨가 더워진 탓도 있지만 봉쇄령 완화 조치 이후 느슨해진 시민들의 경계심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앙발리드 앞 공원에 모인 인파 중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거의 보이질 않았고 사람들 사이의 간격도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2단계 봉쇄령 완화가 시작된 지난 2일 파리 7구의 한 카페에서 샴페인을 마시던 클레르 무송(36세)씨는 “석달 만에 카페 테라스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샴페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이 너무 그리웠다”고 말했다.

필자가 평상시에 마스크를 착용하느냐고 묻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길을 걷거나 운동을 할 때는 착용하지 않는다. 야외 테라스는 안전한 것 같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언제까지나 두려움에 떨며 살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봉쇄령 완화가 곧 코로나19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백상아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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