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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가수 데뷔한 ‘자연인’ 성우 정형석 “꿈을 옆에 두고 돌아보세요”

[人더컬처]학창시절부터 꿈꿨던 가수, 남무성 작가 만나 40대에 이뤄
'사랑 그대로의 사랑', '하얀 나비'이어 '비오는 날엔' 리메이크 발표 준비
본업은 성우, '나는 자연인이다'가 최애 프로그램

입력 2020-06-29 18:00   수정 2020-06-29 14:08
신문게재 2020-06-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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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의 꿈을 이룬 성우 정형석(사진=이철준 기자)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1993년 발표된 푸른하늘의 ‘사랑 그대로의 사랑’이 세련된 재즈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내레이션을 읊조리는 감미로운 중저음의 주인공은 MBN 장수 인기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의 성우 정형석(46). 15년차 프로 성우인 그는 지난 19일 자신의 이름으로 싱글을 발매하며 가수로 첫 발을 내딛었다. 

 

싱글에는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이 불러 젊은층에게도 익숙한 故김정호의 ‘하얀나비’도 세련된 소프트 록발라드로 편곡돼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정형석은 “‘사랑 그대로의 사랑’은 군대 병장 시절 기상송으로 들을 만큼 애창곡”이라며 “생긴 건 상남자이지만 잔잔한 발라드 음악을 좋아하는 섬세한 면모도 있다”고 멋쩍어 했다.


◇ 학창시절부터 꿈꿨던 가수, 40대에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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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의 꿈을 이룬 성우 정형석(사진=이철준 기자)

지금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톱클래스 성우지만 정형석의 꿈은 가수였다. 학창시절 산울림의 ‘꼬마야’를 들으며 담백한 보컬의 매력에 눈을 떴다. 

 

사춘기 시절 홍은동 외삼촌 집 근처 LP가게에서 들었던 이문세와 신승훈의 노래는 예민한 10대 소년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가수의 꿈을 안고 서울예대에 진학했지만 고음 위주의 록발라드가 유행하던 90년대 가요계에서 꿈을 펼치기 어려웠다. 

 

방향을 틀어 1998년부터 대학로 연극판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고 2006년 KBS 32기 공채 성우로 제2의 인생을 살았다. 그럼에도 가슴 한구석에는 ‘가수’에 대한 애착이 도사렸다.


기회가 찾아온 건 2015년이다. EBS 라디오 ‘책처럼 음악처럼’을 진행할 때 게스트로 출연한 재즈평론가 남무성 씨와의 만남이 그것이다. 가수 이은하, 서영은의 음반을 프로듀싱했던 남씨는 정형석에게 “나랑 음반 하나 내자”며 그의 꿈을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2018년 싱글 프로젝트의 첫 삽을 뜨기 시작했다. 재즈 아티스트인 윈터플레이 이주한, 서울전자음악단의 신윤철, 피아니스트 조윤성, 베이스 연주자 전성식 등 내로라 하는 국내 정상급 뮤지션들로 구성된 ‘남무성 크루’가 앨범에 참여했다. 밑그림을 그린 뒤 채색까지 1년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3개월이면 앨범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는 속전속결의 시대에 역행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그만큼 녹음, 믹싱 한 땀 한 땀 공을 들였단 의미다.

“저는 부족한 사람인데도 30년 이상 음악을 한 분들이 저를 위해 음악을 만들어 주셨어요.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내기 위해 섬세하게 후반 작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렇게 공을 들인다면 10년이 걸려도 좋다고 생각했죠.”

‘하얀나비’는 원작자 김정호씨의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어 자칫 발매를 포기할 뻔했다. 저작권협회에는 ‘하얀나비’의 저작권을 승계한 김정호씨의 딸 조모씨의 연락처가 공개불가로 등록돼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조씨와 연락이 닿아 싱글 발매 이틀 전에 리메이크 동의서를 받을 수 있었다. 조씨는 완성된 곡을 들은 뒤 “음색이 감미롭다”고 칭찬했다.


◇‘나는 자연인이다’, 종영하는 그날까지 함께 하고픈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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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의 꿈을 이룬 성우 정형석(사진=이철준 기자)

 

정형석은 연기자로도 활동 중이다. 영화 ‘약장수’(2015),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 등에 출연하며 연기활동을 병행 중이다. 가수로서 활동 방향도 정해졌다. 장기호 원곡의 ‘비오는 날엔’의 리메이크 버전, 신곡 ‘셀 수 없는 밤’ 등을 준비 중이다. 연말에는 싱글을 묶어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고 LP버전도 준비 중이다. 그는 “가능하면 이소라 선배님의 곡을 리메이크 하고 싶고 가수 곽진언에게도 곡을 받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뭐니 뭐니 해도 성우다. 특히 파일럿 방송부터 함께 한 ‘나는 자연인이다’(이하 자연인)는 정형석이 가장 애착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정형석은 “도시인이라면 자연에서 직접 수확하며 내 식대로 만끽하는 삶에 공감할 것”이라며 “다만 도시에 살고 있는데 정형석도 자연인이라고 오해하는 대중들이 있어 난처할 때도 있다”고 웃었다. 

 

그는 “만약 톱 배우가 되거나 가수로서 엄청난 명성을 얻더라도 ‘자연인’은 마지막까지 함께 할 생각”이라고 했다. 아직 ‘자연인’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특집 방송에 불러준다면 함께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꿈을 모두 이룬 정형석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가수로서, 배우로서 대중에게 인정받아야겠죠. 성우라는 직업을 발판 삼아 가수나 배우로 기웃대는 게 아니라 제 이름을 걸고 소수의 팬들 앞에서라도 콘서트를 여는 그날까지 계속 앨범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그때까지 성우와 배우, 가수 일을 슬기롭게 병행해나가야죠. 돌아, 돌아 늦게 꿈을 이뤘지만 그 연륜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만약 마음 속에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 버리지 말고 늘 옆에 놓아두세요. 언젠가는 이뤄질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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