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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력산업-조선上] 빅3 수주잔량 많아야 2년치… 세계 발주량 급감에 '한숨만'

입력 2020-09-16 14:59
신문게재 2020-09-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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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조선산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바닥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과 지난해 2년 연속 글로벌 선박 수주 1위를 기록한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초만 해도 회복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충격으로 벼랑 끝에 다시 선 상황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 7월과 8월 연속 월간 수주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상반기 중국에 밀려 한 차례도 1위를 기록하지 못한 것과 비교할 때 하반기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가 하반기, 특히 연말에 쏠려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조선사들의 수주 모멘텀은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올해 시장 전반이 심각한 침체 분위기라 조선사들이 수주 여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선주들이 신조선에 대한 수요가 없어 조선사들이 수주 계약을 따낼 물량 자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8월까지의 누계 발주량은 812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지난해 발주량 역시 전년보다 약 26% 줄어들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업체에 닥친 실질적인 감소 폭은 더 크다.

국내 조선사들은 당초 올해 수주가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 조치로 지난해 선박 발주량이 줄었던 만큼, 올해는 노후선 교체 등 기저 효과가 발생하고, 최근 2년간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을 견인한 LNG선이 올해도 견조한 수요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기대와는 정반대다. 코로나19로 물동량이 줄어들고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발주가 오히려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이 강점을 갖고 있던 고부가가치 LNG선의 발주도 올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14만㎥ LNG선 발주는 258만CGT(총 30척)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단 77만CGT(총 9척)에 머물고 있다. 무려 70% 줄어든 수치다. 올해 초 카타르에서 국내 조선사들에게 총 100여 척 이상의 LNG선 발주를 위해 조선소 도크를 ‘예약’하는 발주 권리 약정서를 체결하기는 했으나, 발주가 언제 이뤄질지, 실제 물량이 어느 정도일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수주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조선소들의 잔여 물량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6919만CGT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04년 1월 기록했던 6806만CGT 이후 최저 수치다. 이 중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1915만CGT로 전년 동기보다 10%가량 줄어들었다. 그나마 LNG선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 1~2년 치에 불과하다. 이 상태라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일감 부족 사태가 벌어지는 건 기정사실이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비용 절감은 조선사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조선과 해양 사업부 통합을 비롯해 전체 부서를 20%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조직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에 나섰다. 그간 구조조정을 위해 인력 감축을 꾸준히 진행했던 조선사들은 올해 초까지도 산발적으로 희망퇴직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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