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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금수보다 못한 인간들을 보느니, 이 웹툰!

[문화공작소] 다음웹툰 '금수친구들'의 유수민 작가, 부천국제만화축제 통해 랜선 팬미팅 진행
동물의 탈을 쓴, 인간보다 더 인간 적인 캐릭터로 인기구가
"오는 10월 초 시즌 2 공개예정...병맛+일상 개그에 작품성 더할 것"

입력 2020-09-22 17:30
신문게재 2020-09-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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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민 작가는 “내 그림 실력을 알기에 웹툰 작가는 꿈도 꾸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지난 19일 부천국제만화축제의 랜선 팬미팅에 참가한 유수민 작가.(사진제공=부천국제만화축제)

 

고양이는 틈만 나면 가운데 손가락을 올린다. 키우는 시바견은 주인에게 기분 좋을 때는 ‘형’, 거의 대부분 ‘X신’이라고 부른다. 잡아 먹으려고 했던 비둘기는 ‘새대가리’여서 집을 찾지 못하고 눌러(?) 앉았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해외에서 물 건너 온 하얀 쥐는 한국말 발음이 어려워 결국 ‘슘당’이란 이름이 붙었다.

 

다음 웹툰에서 인기리에 시즌 1을 마무리한 ‘금수 친구들’은 대사의 8할이 ‘삐’ 처리되는 찰진 욕의 향연이다. 흡사 사람 같은 반려동물들이 조선 시대 나무꾼인 유남생의 일상에 스며든 다양한 에피소드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금수친구들
‘금수친구들’의 일상개그를 보여주는 한 장면.(사진=다음웹툰)

올해로 23회째를 맞이한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랜선 팬미팅의 주인공으로 ‘금수 친구들’의 유수민 작가가 선택된 데는 이런 팬덤이 한몫했다. 그는 “원래는 ‘짐승 친구들’이라는 현대 버전의 이야기에서 스핀 오프 격으로 출발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캐릭터들의 향연도 재미있지만 일단 ‘반려동물’로서의 매력이 녹아있는 것도 이 웹툰 만의 매력이다.

 

하지만 유 작가는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털 날리는 걸 싫어해서, 어른이 돼서는 같이 사는 룸메이트가 반대해서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는 반전 멘트를 날렸다. 


“저는 그냥 랜선 집사랄까요. 유튜브로 개와 고양이를 보며 대리만족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독자들에게는 고양이 땅땅이가 인기가 제일 많고 저는 개인적으로 시바견 현식이를 가장 애정해요. 음흉하면서도 귀여운 것이 제 취향이거든요. 얼마 전 ‘금수친구들’의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출시됐는데 기대했던 반응은 솔직히 아니에요.(웃음) 원래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그래서 오는 10월 연재될 ‘금수친구들’ 시즌 2와 차기작은 영혼을 갈아넣고 있습니다.”

유수민 작가의 원래 꿈은 웹툰 작가가 아니었다. 공무원인 아버지를 보며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임을 깨달았지만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을 만나 자연스럽게 교단에 서는 것으로 자신의 길을 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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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꾸준히 그려보라”고 조안한다는 유수민 작가.(사진제공=부천국제만화축제)

그는 “원래는 국어교육과를 가려다 국어국문학과를 가게 됐다. 교직 이수를 하면 된다고 해서 열심히 시험 준비를 했는데 결국 떨어졌다”면서 이후 수없이 바뀐 장래희망을 공개했다.

 

전역을 한 뒤에는 배우의 꿈을 안고 수많은 오디션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아나운서를 꿈꾸다가 아리랑 TV조연출로 들어가면서 PD를 최종 목표로 잡았다.

 

“제 그림실력을 스스로가 아니까 웹툰을 그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죠. PD시험 준비를 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취미로 만화를 그리는 수준이었어요. 그걸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의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좋은 거예요. 그렇게 지금 회사를 만났고 ‘짤태식’이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웹툰과 별개로 운영되는 이 채널은 만들어진 지 1년만에 100만명의 구독자가 생길 정도로 쓰나미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는 “미리 글을 쓴 다음에 그림을 쓰는 편이 아니다”라며 “그때 그때 생각이 나면 작업을 하다보니 가끔은 ‘너무 산으로 가나?’ 싶을 때가 있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런 ‘정형화 되지 않는 전개방식’에 열광하고 있다. 댓글에는 ‘대한민국에 이런 만화가 나오다니 믿을 수 없다’ ‘욕인데 왜 웃기지?’ ‘무심코 보다 뿜었다’ 등의 반응이 올라와있다.

“댓글란을 보면 연령대가 어린친구들이 많아요. 동시에 저처럼 ‘그림 전공이 아닌데 웹툰 작가가 될 수 있을까?’란 고민을 하는 분들이더라고요. 저 역시 취미로 올리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알게됐고 결국 만화가가 됐잖아요. 그래서 반응이 좋든 안 좋든 ‘꾸준히 해보라’고 조언해줍니다. 가장 중요한 성공의 덕목이죠.” 

 

유수민 웹툰 작가
지난 19일 부천국제만화축제의 랜선 팬미팅에 참가한 유수민 작가.(사진제공=부천국제만화축제)

‘금수친구들’ 속 캐릭터들은 단 한명도 평범하지 않다. 유남생의 어머니는 아들이 조금이라도 나무를 덜해 오면 가차 없이 니킥을 날린다.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아씨는 흡사 명품관에서 가방을 고르듯 총포상을 드나든다. 그림 배경으로는 인터넷을 장악했던 ‘관짝밈’(관을 든 상여꾼들이 춤을 추는 운구 퍼포먼스)이 등장해 병맛 개그를 폭발시킨다. 

 

그는 이런 설정에 대해 “학창시절 표출하지 못한 감정을 만화로 풀고 있는 것 같다”며 부끄러워했다.

 

남녀공학이었던 10대 시절 복도에서 눈을 깔고(?)다녔던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흡사 콘티북처럼 끄적인 만화를 본 친구들에게 “다음화는 언제 나오냐?”는 재촉을 받는 재주꾼이기도 했다. 

 

“웹툰과 유튜브를 동시에 운영하고 스토리를 짜야 하는 만큼 인터넷의 유행이나 시대의 트렌드를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게 화제인지, 뭐가 재미있는지 끊임없이 공부하죠. 대중들에게 영향력이 생기는 만큼 책임감도 더욱 신경 씁니다. 저 같은 경우 독자들의 연령대가 낮으니까 최대한 상스러운 욕을 덜하고 화면 처리로 가려줍니다. 요즘엔 웹툰 작가들도 스타급 인기를 누리는 세상이에요. 동시에 양날의 검이기도 하죠. 작품에 등장하는 악당을, 그것을 그리고 쓴 사람과 동일시하는 건 위험한 확장이거든요. 앞으로 좀더 시의성있고 작품성 넘치는 웹툰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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